또다른 가능성도 있다.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폭력과 대량학살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의 경우를 보아도 사피엔스 집단은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하지 않는가.
원시의 사피엔스라고 해서 자신들과 전혀 다른 인간 종에게 이보다 더 관용적이었을까?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친 결과는 틀림없이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였을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이 사실이었든, 네안데르탈인(그리고 여타의 인간종들)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만일'의 소재다.
상상해보자, 만일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나란히 살아남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여러 인간 종들이 공존하는 세계에서는 어떤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구조가 출현했을까?
성경의 창세기는 네안데르탈인이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라고 적었을까?
예수는 데니소바인의 죄 때문에 죽었다고 기술했을까?
코란은 모든 고결한 인간은 종에 관계없이 천국에 자리가 예비되어 있다고 설파했을까?
네안데르탈인은로마 군단의 병사나 중국 완조의 관료가 될 수 있었을까?
미국 독립선어문에는 호모 속의 모든 구성원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사실이 자명한 진리라고 적혀 있었을까?
카를 마르크스는 "모든 종의 노동자는 단결하라"고 촉구했을까?
지난 1만년 간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인간 종이었다.
우리는 이 산실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가능성을 그려보기가 어렵다.
우리는 형제자매가 없는 탓에 스스로가 창조의 최고 샘플이며,
우리와 너머지 동물계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다고 상상하기 쉽다.
그래서 찰스 다윈이 호모 사피엔스는 동물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고 암시하자 사람들은 격분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
만일 네안데르탈인이 살아남았다면, 그래도 우리는 스스로 다른 종과 동떨어진 존재라고 인식할까?
어쩌면 우리 조상들이 네안데르탈인을 전멸시킨 이유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우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친숙하고 관용하기에는 너무 달랐다는 것,
사피엔스의 탓이든 아니든,
사피엔스가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토착 인류가 멸종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호모 솔로엔시스의 마지막 흔적은 약5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모 데니소바는 그 직후 사라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 년 전 증발했다.
프로레스 제도의 난쟁이 비슷한 인류는 약 12,000년 전 사라졌다.
그들은 약간의 뼈와 석기 그리고 우리 DNA에 약간의 유전자를 남겼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수없이 남겼다.
그들은 또한 우리를, 취후의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를 뒤에 남겼다.
사피엔스의 성공배결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전혀 다른 오지의 서식지에 그처럼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다른 인간 종들을 망각 속으로 밀어넣었을까?
튼튼하고 머리가 좋으며 추위에 잘 견뎠던 네안데르탈인은 어째서 우리의 맹공격을 버텨내지 못했을까?
논쟁은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그럴싸한 해답은 바로 이런 논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 즉 언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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