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9. 비구, 감관과 관련된 부끄러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나국(波羅奈國)의 선인(仙人)들이 살았던 녹야원(鹿野苑)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닌 채 바라나성에 들어가시다가 한 비구가 몸과 뜻이 안정되지 못해서 모든 감관이 산란(散亂)한 것을 보셨다.
그 비구는 멀리서 부처님을 보자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걸식을 마치신 후 발을 씻고 승방(僧坊) 안으로 드시려고 정실(靜室)에서 나오셔서 대중 스님들 속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아침 한 비구가 모든 감관을 껴잡지 못한 것을 보았는데, 그 비구는 멀리서 나를 보고는 부끄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 비구가 누구인가?”
그러자 그 비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울다라승(鬱多羅僧)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손을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해서 모든 감관이 산란해진 자가 바로 저의 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비구여! 나를 보자 생각을 가다듬고 뜻을 껴잡는구나.
모든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로 생각을 가다듬고 뜻을 껴잡아서 나를 보는 것처럼 하거라. 네가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랫동안 이익되고 안락하리라.”
그 비구는 즉시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읊었다.
비구가 걸식하려고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음과 뜻이 산란해서 잠시도 안정되지 못했으나
부처님을 뵙고서 정진하여 감관을 껴잡으니
이 때문에 부처님께선 착하다고 칭찬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