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애경 제4권
14. 효중생근본품(曉衆生根本品)
[제5의 일] 중생들이 각자의 바탕에 따라 정진하는 것을 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다른 사람이나 그 밖의 중생들이 각자의 바탕[根]에 따라 정진하는 것을 환히 아시나니, 어떤 것을 아신다고 하는가?
중생들 중에는 낮은 바탕을 지닌 자와 중간인 자와 또한 예리한 바탕을 지닌 자가 있으며, 훌륭한 바탕과 미천한 바탕을 지닌 자가 있어서 그들이 각자의 바탕에 다른 치우친 생각으로 인하여 혹은 그 근본의 짬에 이르러 정욕(情欲)을 일으키기도 하고, 혹은 성냄과 미워함에 따라 어리석음의 원인을 드러내므로
여래께서는 그 모든 바탕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어떠한 종류에 속하는가를 환히 아신다.
또 중생들 중에는 번잡하고도 사소한 더러움을 따라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므로 여래 지진께서는 또한 이 모든 바탕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어떠한 종류에 속하는가를 아신다.
그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자체가 모든 바탕에 인연되어 어떤 행위를 저지르며, 착하지 못한 인연을 따라 그 바탕을 지니게 되고 혹은 지혜가 없음을 따라 그 바탕을 지니게 되고 혹은 온갖 생각을 따라 그 바탕을 지니게 됨을 여래께서는 다 아시는 것이다.
그리고 여래께서는 또 눈이라는 감각 기관을 아시고, 귀ㆍ코ㆍ입ㆍ몸ㆍ뜻의 모든 감관 또한 그러한 줄을 아시고, 남자의 바탕[男根], 여자의 바탕[女根]과 수명의 바탕[命根], 안락의 바탕[樂根], 고통의 바탕[苦根], 환희의 바탕[歡根]과 두려움의 바탕[恐根], 관찰의 바탕[觀根], 믿음의 바탕[信根], 정진의 바탕[進根]과 뜻의 바탕[意根], 선정의 바탕[定根], 지혜의 바탕[慧根]과 둘이 없는 바탕[無異根]과 알아야 할 바탕[所當知根]이 다 그러한 줄을 아신다.
그 바탕으로 말미암아 눈의 감관을 인연하여 귀의 감관이 머물고, 코ㆍ입ㆍ몸의 모든 감관이 머물게 됨을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또 귀의 인연을 따라 코의 감관이 머물고,
코의 인연을 따라 혀의 감관이 머물고,
혀의 인연을 따라 몸의 감관이 머물고,
몸의 인연을 따라 눈의 감관이 또 머물게 됨을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어떤 중생이 보시의 바탕으로 인하여 계율에 나아가는지를 여래께서는 모두 아시며,
이 모든 바탕의 증감(增減)과 진퇴(進退)에 대하여 각각 그들을 위해 분별하여 보시의 일을 널리 설하시고,
어떤 중생이 계율의 바탕을 인하여 보시를 행함과 동시에 계율에 나아가면 여래께서는 그들을 위해 계율의 본말(本末)을 연설하신다.
어떤 중생이 인욕의 바탕을 따라 정진에 나아가면 여래께서는 곧 그들을 위해 인욕의 본말을 연설하시고,
어떤 중생이 정진의 바탕을 따라 인욕에 나아가면 여래께서는 그들을 위해 정진의 본말을 연설하신다.
어떤 중생이 한마음의 바탕을 인하여 지혜에 나아가면 여래께서는 곧 그들을 위해 선정의 본말을 분별 연설하신다.
어떤 중생이 지혜의 바탕을 따라 한마음으로 나아가면 여래께서는 그들을 위해 모든 바탕에 대한 증감과 진퇴의 원인을 분별 해설하시고, 지혜와 바탕[根]과 힘[力]과 각의(覺意)를 널리 설하시는 것처럼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路]과 서른일곱 가지 품[三十七品]을 다 그와 같이 구족하여 그 본말을 연설하는 한편 남김없이 자세히 설명하시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각각 판단해 알게 하신다.
또 어떤 중생이 성문의 바탕인데 연각의 승(乘)을 배우면 여래께서는 그들의 바탕을 아시어 성문의 승을 연설하시고,
어떤 중생이 연각의 바탕인데 성문의 승을 배우면 여래께서는 그들이 나아갈 바탕을 아시어 연각의 승을 해설하시고,
어떤 중생이 대승의 바탕인데 성문과 연각의 승을 배우면 여래께서는 그들이 나아갈 모든 바탕을 아시어 대승의 업을 널리 설하신다.
어떤 중생이 각각 이학(異學)의 바탕인데 대승을 배우면 여래께서는 그들의 바탕이 각각 다름을 아시어 해설하시며,
수행한 바탕이 없는 중생은 그 바탕을 닦지 못하거나 법기(法器)에 걸맞지 않으므로 여래께서는 이 법기에 걸맞지 않는 자로 하여금 배워서 깨닫게 하시고,
수학한 바탕이 있는 사람으로서 순조롭게 법기에 걸맞는 자가 있으면 여래께서는 그로 하여금 법기에 걸맞도록 은근히 경도(經道)를 연설하신다.
족성자야, 이와 같이 여래께서는 모든 중생들이나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그들이 태어난 몸바탕과 몸의 종류에 따라 나아가는 생각이 같지 않음과 그 본말을 다 아시고
또 그 부류에 따라 뜻이 걸맞거나 인연이 있어서 교화해야 할 자를 아시므로
방편을 다하여 앉고 일어나고 경행(經行)하고 진퇴(進退)할 때마다 여래께서는 그 모든 바탕을 모두 환히 알아서 경도(經道)를 널리 설하시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제5의 업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또 게송을 읊으셨다.
바탕의 넓고 끝없음을 아시고
중생들의 마음을 환히 아시며
그 바탕이 어떠한지
가장 뛰어난 이는 다 이시니
상등ㆍ중등ㆍ하등의
모든 바탕을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네.
그 견줄 데 없음이 이러하여라.
중생들이 응하는 대로 뜻을 해득하는데
쓸데없는 탐욕과 번뇌를 일으키는
어떤 이는 바탕이 엷고 적다네.
어떤 이는 그 성품이 사나워
거칠고 나쁜 생각을 품으니
뛰어나신 부처님께서는 원인을 아시므로
그 본말을 연설하여 일깨우시고
선악에 분별이 없는 그 중생들을
다 귀의하여 해탈하게 하시네.
눈에서부터 뜻
또한 눈의 감관과
남녀의 고락과 환열(歡悅)의 그 모든 바탕도 다 아시므로
어떠한 근심과 번뇌가 있을 수 없고
도의(道義)를 관찰하는 원인에서
정진ㆍ선정ㆍ지혜의 바탕과
그 밖의 다른 일까지 다 아시니
그 뛰어나신 용맹 또한 이러하시네.
또 중생은 눈ㆍ귀의 감관을 비롯해
코ㆍ입ㆍ혀의 감관에 이르고
몸ㆍ뜻의 감관이 끝나면
도로 눈ㆍ귀의 감관에 돌아감을 아시네.
보시의 바탕으로 계율을 배우는 자에겐
그를 위해 보시하는 일을 말씀하시고
계율의 바탕으로 보시를 배우는 자에겐
그를 위해 계율의 이치를 말씀하시네.
인욕의 바탕으로 정진을 나타내는 자에겐
그를 위해 인욕하는 일을 말씀하시고
정진의 바탕으로 인욕을 나타내는 자에겐
그를 위해 정진하는 일을 말씀하시네.
지혜의 바탕으로 선정을 이룩하는 자에겐
그를 위해 지혜를 말씀하시고
정진을 따라 인욕을 이룩하는 자에겐
그를 위해 부지런히 행할 것을 말씀하시네.
선정을 따라 지혜를 이룩하는 자에겐
그를 위해 고요히 생각할 것을 말씀하시고
지혜를 따라 선정을 이룩하는 자에겐
그를 위해 성스러운 지혜를 말씀하시네.
그 성문의 바탕으로서
연각에 이르는 자에겐
성문의 교리를 말씀하셔서
연각의 이치를 버리게 하시네.
연각의 행에 뜻을 두어
성문의 행을 배우는 자에겐
연각의 일을 말씀하셔서
성문의 행을 버리게 하시네.
그 바탕이 높은 업에 있으면서
미천한 업을 배우는 자에겐
도무극(度無極)을 말씀하시어
연각을 분별하여 버리게 하시네.
그 밖의 갖가지 행을 보시고
그들의 각자가 분별하여
순숙(純熟)한 바탕을 갖도록
열 가지 힘으로 해설하시네.
또 뭇 사람들이 무슨 인연으로
각자의 바탕대로 행하게 되는지
그 뜻은 어디로 나아가는지 아시어
행위에 따라 보응이 있음을 말씀하시네.
다시 그 바탕대로 힘을 다하여
마침내 진실한 근본을 이루게 하시니
이것이 바로 중생을 분별하여 아시는
세존의 가장 밝은 지혜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