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4권
[허공장 보살의 묘한 법문]
그 때에 또 법왕(法王)이라는 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허공으로부터 묘한 법음(法音)을 듣고자 합니다.”
허공장 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가장 공경하는 마음으로 만약 허공을 향해 큰 스승을 생각한다면, 당신으로 하여금 마땅히 미묘한 법음을 듣게 하리다.”
곧 법왕보살은 그 여러 대중들과 함께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서 허공을 향해 공경히 우러러 보았다.
그러자 허공장보살의 가지(加持)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곧 허공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게송이 들려왔다.
마음이나 그 모든 법이
다 허공과 같은 것임을
이제 대략 연설할 것이니
그대들은 차례대로 들어라.
허공은 높은 데가 없기 때문에
낮은 데도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법의 성품도 그러하기에
본래 높고 낮음이 없느니라.
허공은 생함이 없기 때문에
멸함도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법의 성품도 그러하기에
본래 생함과 멸함이 없느니라.
허공은 줄어듦이 없기 때문에
늘어남도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법의 성품도 그러하기에
본래 줄어듦과 늘어남이 없느니라.
허공이 어둠도 없고
물듦도 없는 것처럼
마음의 성품도 그러하기에
본래 어둠도 물듦도 없느니라.
비유하면 해와 달의 광명에
허공이 물들지 않는 것처럼
마음의 성품도 허공과 같으니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느니라.
아무리 날카로운 창과 칼이라도
허공을 손상시킬 수 없는 것처럼
보살이 온갖 고통을 관찰하여도
또한 근심과 두려움이 없느니라.
허공이 감로(甘露)를 내려도
허공은 기뻐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은 명예와 이익에도
기쁨에 물들지 않느니라.
비난과 칭찬에도 허공은 동요하지 않고
괴로움과 즐거움에도 항상 고요하며
온 대지가 다 흔들리더라도
허공만은 항상 머무느니라.
보살이 세간의 법에 대해
분별의 마음을 멀리 여의니
허공이 불에 타지 않는 것처럼
보살은 의혹에 물들지 않느니라.
허공이 생멸을 여읜 것처럼
법계에 과거와 미래가 없고
온갖 물질이 허공에 나타나는 것처럼
모든 법은 마음에 의지해 머무느니라.
허공은 물질도 물질 아닌 것도 없는 것처럼
마음의 성품 역시 또한 그러하고
허공이란 단지 이름을 빌린 것일 뿐
마음ㆍ뜻ㆍ의식이라는 이름도 그러하니라.
허공의 넓이가 끝이 없는 것처럼
지혜로운 자의 공덕도 그러하고
허공에 행적을 남기기 어려운 것처럼
보리의 행에 상이 없음도 그러하니라.
허공은 앞뒤 경계가 없는 것처럼
저 5온(蘊)의 성품 역시 그러하고
과거ㆍ현재의 4대(大)가 공한 것처럼
미래의 4대가 공함도 그러하니라.
겁화(劫火)에 타는 허공계처럼
일체의 유정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5욕(欲)이 마음에 흘러들어 만족하기
어려운 것도 역시 그러하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큰 법구(法句)는
욕심을 여의어 세간을 뛰어넘고
가르침은 그지없이 넓고도 넓어
허공과 같기에 측량할 수 없느니라.
무너지지도 집착하지도 않는
진실한 법을 분명히 알게 되면
그것이 곧 성품이 없음을 아니
바른 소견으로 실제를 보느니라.
음성이 본래 공하니
언설(言說)도 그러하고
법이 본래 언설이 없으니
음성도 언설도 없느니라.
모든 법이 허깨비나 아지랑이나
꿈이나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아서
공하고 고요하여 견줄 바가 없으니
다만 비유를 들어 설명할 뿐이니라.
상(相)이 없음을 상으로 설명하지만
그 어떤 상도 다 없는 것처럼
보살이 환히 아는 저 진리도
허공처럼 얻을 것이 없느니라.
집착도 없고 지닌 것도 없고
깨달음도 없고 희론도 없고
유정을 제도하지도 않으니
진리의 성품만이 보살이니라.
유정계가 본래 열반계라는
저 말씀을 듣고도 겁내지 않고
용맹의 갑옷을 입은 이를
보리에 머무는 이라 하느니라.
마치 저 환술사(幻術師)가
아무리 많은 허수아비를 해쳐도
실제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처럼
유정을 제도하는 것도 그러하니라.
허수아비와 유정이 그러한 것처럼
저 부처님의 법도 역시 그러하고
이것이 같은 성품의 것임을 깨달으면
제 성품이 없는 것을 성품으로 하느니라.
이제 허공장보살이
허공의 창고를 얻어
모든 유정을 충족시켜 주어도
이 창고는 다함이 없느니라.
그지없는 공덕을 쌓아서
이 청정한 창고를 얻으니
그대들은 모든 법의 성품이
동요가 없음을 관찰하여라.
마땅히 일체의 법이 인연의
화합으로 일어남을 아니
이로 말미암아 다함이 없고
법의 창고도 다함이 없느니라.
세존께서 항상 네 가지 법의
다함없음을 널리 연설하시니
유정과 허공과 보리의 마음과
부처님의 법이니라.
저 세간의 물질과 같다면
다함을 말할 수 있겠지만
물질도 없고 다함도 없으므로
이에 다함이 없다고 하느니라.
구경(究竟)의 멸한 법일지라도
그 법도 역시 다함이 없으니
다함도 다하지 않음도 없기에
이에 다함이 없다고 하느니라.
어떤 이가 이 법을 들어서
보살의 깨달음을 얻는다면
곧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속히
보리의 도에 머물게 됨을 알라.
그 때에 대중들이 이 게송을 듣고 나서는, 모임에 있던 8천 명의 보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1만 2천 명의 천자(天子)들은 허공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