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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법집경 제6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신 까닭, 수기]
이때에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셨는데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 반드시 이유가 있느니라.
이때에 여래께서 얼굴로부터 여러 가지 색깔의 헤아릴 수 없는 광명을 놓으셨다.
비유하면 청ㆍ황ㆍ적ㆍ백ㆍ홍ㆍ자ㆍ파리ㆍ금ㆍ은 등의 헤아릴 수 없는 종류의 빛깔이 널리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시방세계를 비추어 모든 악취(惡趣) 중생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제거하고, 모든 하늘 사람의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을 생겨나게 하고 나서 광명을 도로 거두니, 여래의 주위를 백천만 바퀴 돌고 여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이때에 저 대중이 이 광명을 보고 마음에 기쁨이 일어나 뛰었으며, 안락해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한쪽에 머물러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여래께서 무슨 인연으로 빙그레 웃으셨을까?’
이때에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낸 채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써 빙그레 웃으신 인연을 여쭈었다.
더할 나위 없이 가장 높으신 분이여
세상 사람과 하늘 사람들이
우러러 여래 앞에 머물러
빙그레 웃으신 사연을 궁금해 하옵니다.
큰 스승님께선 번뇌를 여의셨으니
법과 변화한 사람을 아시옵니다
빙그레 웃으심은 반드시 곡절이 있을 것이오니
부처님께서 해설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얼굴로 광명을 놓으셔서
깨끗하여 기쁨을 내게 하시니
하늘 사람과 악도(惡道)의 무리
빛이 몸에 닿자 모두 안락해졌네.
부처님[大人]께서 광명을 놓되
그 얼굴로 내시네
이 빛은 무슨 뜻 있사온지
오직 대자비로 해설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치아로 뛰어나고 묘한 광명 내시니
밝고 고우며 매우 선명합니다
빛깔 가운데 최고로 뛰어나서
모든 광명은 숨고 가려졌습니다.
밝고 어두움이 나타나지 않으니
이로써 세간은 기뻐합니다
부처님의 비(悲)는 무엇을 말하며
어떠한 사람이 공덕을 일으킵니까?
원하오니 자(慈)가 하는 일을 말씀하셔서
저희들 의심을 끊어 없애 주소서
번뇌를 멀리 여의신 분은
인연이 없으면 빙그레 웃지 않으십니다.
얼굴로 묘한 빛을 내시어
시방을 널리 비추고
할 일을 끝내고 돌아와서
여래의 정수리로 들어갔습니다.
이 빛은 부처님의 뜻을 일으키심이고
성인의 마음을 표출하는 것이니
번갯불같이 허공에 있어 대낮과 같지만
널리 비추고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무소발 보살마하살은 미래 세상 12겁을 지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니, 부처님 이름은 대광명(大光明)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佛世尊)이고, 겁(劫)의 이름은 제천찬탄(諸天讚歎)이며, 세계의 이름은 대환희(大歡喜)이니라.
아난아, 저 대광명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의 수명은 한 큰 겁을 머물며, 저 국토 중생의 수명은 열두 작은 겁이니라. 비유하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사람이 받는 묘한 즐거움과 같고, 저 불국토 중생이 받는 묘한 즐거움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수보리와 무소발보살의 대화, 진실한 법]
이때에 혜명 수보리가 무소발 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대사(大士)여, 상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으니, 여래께서 오늘 어진 분에게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는 기별을 주셨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그대는 어떤 법을 보고 부처를 이룰 것이라 합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법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다시 물었다.
“그대 대덕 수보리여, 성불할 법이 있음을 보지 못했다면
무슨 까닭으로 우리 대사(大士)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리라는 기별을 주었다고 속이십니까?”
수보리가 대답했다.
“선남자여, 여래께서 그대에게 ‘반드시 성불하리라’고 기별을 주셨기 때문에 제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여실하게 법을 아시기 때문에
‘그대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여래께서 여실하게 법을 아신다’고 말합니까?
수보리여, 만약 어떤 보살이 보리를 구한다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사람에게 기별을 주시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보살이 보리를 구하지 않는다면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기별을 주십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여실하게 법을 아시니 기별을 준다는 상(相)이 없지만 중생에게 모든 선근을 심기 위한 까닭으로 ‘그대는 마땅히 부처를 이루리라’는 기별을 하십니다.
수보리여, 그대는 어떠한 법을 보고 ‘대사께서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속의 문자에 의지하여 기별을 주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든 성문들은 부처님 세존을 따르는 까닭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문자라는 것이 만약 세속에 의지하여 문자라는 이름을 얻었다면 성인(聖人)은 곧 문자가 아닌데 무슨 까닭으로 성인께서 말씀하신 것이 모두 진실입니까?
세속의 언어는 모두 허망하니 이런 까닭으로
대덕 수보리여, 이 세속의 그릇된 말로 성인의 법을 말하는 것은 알맞지 않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모든 보살들이 중생을 보호하지만 만약 매우 깊은 제일의(第一義)를 듣고 놀라고 두려워하며 믿지 않는 까닭으로성인은 대비심을 가지고 진실한 법을 버리고 세간의 허망한 말을 말씀하시니, 장차 어리석은 범부를 보호하려고 끝내 성인이 되지 않고 이런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만일 성인이 되면 곧 진실한 법을 말씀하시니 이 진실한 법은 성인께서 사랑하시고 좋아하시는 것입니다.
무엇을 성인의 진실한 법이라고 합니까?
대덕 수보리여, 성인의 진실한 법이란 보리법입니다. 본성이 항상 적멸하므로 진실이라 이름합니다. 저 보리의 상(相)은 본성이 맑고 깨끗하며 모든 법도 또한 이 상과 같습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곧 성인의 진실한 법이라고 합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네 가지 진제(眞諦)가 있으니 이름하여 진실한 진리[實諦]라고 합니다.
무엇이 네 가지입니까?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ㆍ도제(道諦)입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그대가 말씀한 ‘고(苦)’는 유위법(有爲法)이 아닙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항상 ‘고’는 유위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여래께서 항상 ‘모든 유위법은 모두 허망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선남자여. 여래께서는 항상 ‘모든 유위법은 모두 허망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이와 같은 것이라면 수보리께서는 어찌 ‘고’가 진실한 진리라고 말씀하십니까?
대덕 수보리여, 만약 ‘고’가 유위법이라고 말씀하신다면 허망합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고’는 유위법이니 허망하여 진실하지 못하지만 제가 ‘고’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한 진리입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만약 ‘고’가 유위법이어서 허망하여 진실하지 못하다면 저 고지(苦智)도 또한 마땅히 허망하고 진실하지 않음을 알 것입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렇고 그렇습니다. 고지를 아는 것도 또한 허망합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이와 같다면 어찌하여 ‘고’를 아는 것이 거룩한 지혜라고 합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멸제는 무위법(無爲法)인데 무슨 까닭으로 거룩한 진리가 아니라고 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멸은 어떠한 법이기에 멸제라고 합니까?
곧 스스로 없어지는 까닭으로 ‘멸’이라고 합니까, 다시 없어질 것이 있어서 ‘멸’이라고 일컫습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유위법이라고 말하는 이는 모든 괴로움이 다 없어지면 ‘멸제’라 한다고 말합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수보리께서 ‘고’는 유위법이니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선남자여, 제가 조금 전에 ‘고’는 유위법이니 허망하여 진실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법이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다면 이런 법은 없어짐도 없습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어찌하여 모든 괴로움이 다 없어지면 ‘멸제’라고 한다고 말합니까?”
이때에 혜명 수보리가 무소발 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저는 대사(大士)의 이와 같은 요설변재(樂說辯才)에 따라 기쁜 마음을 냅니다.
선남자여, 모든 중생도 다 이 변재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수보리가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무엇이 모든 보살마하살의 진실한 진리이며 지혜를 증득한 것입니까?”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모든 일체 법은 진실한 진리와 더불어 실천하지만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모든 법을 증득함을 진실한 진리를 증득했다고 합니다.
수보리여, 모든 일체 법은 인연을 따라 생기니,
여실하게 인연이 생기는 법을 알면 진실한 진리라고 하고,
모든 법은 공(空)하니 여실하게 공함을 알면 진실한 진리라고 하며,
공함을 증득한 것을 진실한 진리라 하고,
모든 법은 생기지 않지만모든 법이 생기지 않음을 증득하면 진실한 진리를 증득했다고 합니다.
어떤 법을 따라 진실한 진리를 증득합니까?
저 법 가운데 더 나아가 한 법도 취할 수 있는 것이 없고 한 법도 버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수보리여, 이것을 모든 보살마하살이 진실한 지혜를 증득했다고 합니다.
수보리여, 진실한 진리라는 것은 곧 분별이 없는 법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분별하는 것이 있으면 다 그릇된 법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수보리님이 앞에서 ‘대사가 상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으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셔서 반드시 부처를 이루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스스로 상쾌한 이익을 얻었다고 말하면 부처님께서 곧 이러한 사람에게 기별을 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상쾌한 좋은 이익을 얻는 것을 멀리 여의었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부처님께서 곧 기별을 주십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익을 얻고도 기쁨을 내지 않고 만약 이익을 잃어도 또한 근심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에게 기별을 주시며,
만약 어떤 사람이 세간을 여의지 않고 열반을 얻으면 이런 사람에게 기별을 주시며,
만약 어떤 사람이 평범한 법을 버리지 않고 성인의 도를 증득하면 이러한 사람에게 기별을 주시며,
만약 어떤 사람이 기별 얻음을 기뻐하지 않으면 이러한 사람에게 기별을 주십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향하는 것과 아는 것이 만약 이와 같음을 안다면, 그 뜻이 매우 깊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가고 옴이 있음을 보지 않으면 이러한 사람은 곧 매우 깊은 것을 알 것입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이 매우 깊은 법은 얻거나 알기가 어렵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매우 깊은 뜻을 보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곧 볼 수 없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이와 같이 아는 사람은 깨달아 알기가 어렵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수행함이 없는 사람도 또한 깨달아 알기가 어렵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떠한 중생이 매우 깊은 법에도 믿는 마음을 냅니까?”
무소발보살이 대답했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일찍이 과거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면 이러한 사람은 믿습니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모든 선근을 심지 않고 또한 수행하여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끝끝내 이 법을 듣지 못합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무엇을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고 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머물러 여실하게 수행하면 이런 사람을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고 합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무엇을 ‘머물러 여실하게 수행한다’고 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모든 중생을 위할 마음을 내고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무엇을 ‘모든 중생을 위할 마음을 내고 수행한다’고 합니까?”
ㅍ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자대비를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무엇을 보살의 대자(大慈)라고 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보살이 신명(身命)을 버리고 모든 선근을 중생에게 베풀되 은혜 갚기를 구하지 않으면 이것을 대자라 합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무엇을 보살의 대비(大悲)라고 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중생이 먼저 더할 나위없는 보리를 증득하게 하고 그 뒤에 자신이 증득하면 이것을 대비라고 합니다.”
이 매우 깊은 법을 말했을 때에 7만 6천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2백 분의 비구가 모든 누(漏)를 멀리 여의어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