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수행보살행문제경요집 중권
18. 항복마경(降伏魔經)
실천해야 할 한 가지 조목을 드러내어 설명했다.
마군이 수행하는 보살을 위하여 스무 가지 마장(魔障)에 대하여 설명한 것으로서,
보살은 반드시 스스로 이것을 깨달아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때에 선견(善堅) 천자가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마왕 파순(波旬)이 부처님의 형상으로 화현(化現)하여 도량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천자가 파순에게 물었다.
“지난번 문수사리보살이
‘마왕 파순은 수행하는 보살의 행업(行業)을 장애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으니,
지금 말해 주기를 바랍니다.
어떤 것이 수행하는 보살의 마장입니까?”
이 말을 하고 나자 바로 마왕 파순이 소실미각(蘇失味却)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천자에게 말했다.
“수행하는 보살에게 스무 가지 마군의 장애가 있다.
첫째는 해탈을 구하고 세간을 두려워하여 유가(瑜伽)의 모든 논을 익히고 공양 올리며 닦고 배우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둘째는 공한 모습을 구하여 중생들을 멀리 여의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셋째는 조작함이 없는 법을 닦으면서 조작함이 있는 선근의 공덕을 좋아하지 않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넷째는 선정(禪定)을 닦으면서 세간의 선정문을 좋아하지 않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다섯째는 법에서 가르친 것을 드러내면서 큰 자비의 마음을 내지 못하게 하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여섯째는 정진(精進)을 찾아 구하고 덕이 있는 무리가 계율을 깨뜨린 사람에게 성내고 싫어하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일곱째는 성문(聲聞)의 도행을 높이 드날리면서 대승(大乘)을 덮어 버리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여덟째는 세속의 진리를 말씀하신 것을 드러내어 드날리고, 만약 대승의 공한 이치와 집착함이 없고 모양이 없음을 들으면 덮어 버리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아홉째는 이미 보살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줄 알면서도 다시 6바라밀을 구하지 않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째는 스스로 정진을 찬탄하면서도 게으른 중생에게 권유하지 않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한째는 공덕을 닦고 모으면서 위없는 보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두째는 비발사나(鞞鉢舍那)의 바른 견해를 닦고 다스리면서 중생들의 바른 견해를 보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셋째는 뜻으로는 번뇌 끊기를 구하면서 삼계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넷째는 비록 지혜로써 자비를 관찰하나 익히고 실천하는 것이 없나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다섯째는 닦은 바의 선행이 만약 훌륭하고 좋은 방편이 아니면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여섯째는 대승 보살의 장경(藏經)을 닦고 배우지 않고 외도(外道)의 세간 논리를 익히고 배우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일곱째는 지혜의 학문을 널리 통달하고도 경전의 법을 보호하여 아끼고 다른 사람이 배우고 이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여덟째는 만약 세속의 일을 반연하여 반드시 마음을 다하거나 만약 오묘한 법을 익히면서 원래 배우려는 뜻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열아홉째는 만약 수행하는 보살이 대승을 설법하는 것을 보고도 공경하지 않거나 익히지 않거나 또한 공양을 올리지 않거나, 만약 성문승과 연각승의 사람을 보고 그들이 익히고 실천하는 것을 따르며 서로 걸맞아 화합하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스무째는 만약 수행하는 보살이 큰 명예를 얻어 조금도 결핍함이 없게 하거나, 만약 반드시 제석천왕(帝釋天王)ㆍ범천왕(梵天王)ㆍ사천왕(四天王)ㆍ제왕(帝王)ㆍ주군(主君)ㆍ대신(大臣)ㆍ장자(長子)를 친견할 때에, 만약 여래의 헤아릴 수 없는 거룩한 덕을 드러내지 않거나, 또한 공양을 올리지 않거나 또한 공경하고 받들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마군이 장애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천자야,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수행하는 보살에게는 이와 같은 스무 가지 가장 큰 마군의 장애가 있으니,
응당 마음을 다잡고 깨달아 가르침과 같이 한다면
수행하는 보살은 곧 차례대로 대승의 지위에 들어가서 보리심(菩提心)을 내고 선바라밀의 선정을 닦으며,
만약 잠을 자면서도 오히려 성문의 지위에 들어가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