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4권
9. 음향품[3]
[5도 중생과 불도]
그때 해석보살이 다시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평등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미 성불하시고 나서 다시 온갖 중생에서 시방 한량없는 세계 허공의 변제(邊際) 없는 중생을 다 동일한 날에 불도를 이루게 하셨다는데,
어째서 오늘날 여래와 저희들이 다시 있사오며, 온갖 중생도 있사오며, 어째서 다시 천도ㆍ인도ㆍ축생ㆍ아귀ㆍ지옥도가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해석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둬라, 그쳐라, 족성자야. 나는 우선 사람의 몸을 얻은 이를 이미 말하였고 나머지 갈래는 말하지 않았느니라.”
[5도 중생과 성불]
그때에 해석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자못 어떤 보살마하살이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면, 하루 동안에 5도(道)의 중생으로 하여금 자기와 똑같이 똑같은 날에 성불시킬 수 있나이까 없나이까?”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없느니라. 왜냐하면 중생 성품의 행과 지취(志趣)가 같지 않기 때문이니, 어찌 아귀ㆍ축생ㆍ지옥의 형상으로써 부처를 이루겠는가?
이 일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비신(非身)으로는 사람 가운데 존귀한 이를 끝내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방편으로 나타내 보여서 임시로 두루 제도할 수 있을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해석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무수한 부처님께서 과거에 본래 큰 서원을 발하시어 온갖 중생의 형상이 있는 무리와 허공계로 하여금 모두 성불하여 열반에 들게 하였다.
그러나 저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곧 그날로 3악도의 중생을 먼저 교화하여 그 고통의 근본을 뽑아주어서 모두 사람의 몸으로 회복시켜 놓으셨다.
사람의 갈래[人道]를 얻고 나서 6근(根)이 갖추어지고 6정(情)이 완전히 갖춰진 연후에 하루 동안에 똑같이 부처님 도를 이루어 뭇 상호를 갖추었느니라.
가령 오늘날 나의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신통의 지혜가 자재하고 변재가 걸림이 없어서 모두 열반을 취하였느니라.”
[3악도의 중생과 불도]
그때에 해석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큰 서원을 발한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는 가운데 고행을 하면서 한량없는 겁을 경과하였는데,
무슨 까닭에 3악도 중생에 대하여서는 모두 부처님 도를 이루게 하지 않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를 이룰 수 없느니라.
족성자야, 왜냐하면 이 3악도는 3선도(善道)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하니 어떻게 이 가운데서 부처님 도를 이룰 수 있겠느냐?
이 일은 그렇지 못하느니라.
비유해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7보(寶)를 구하고자 하는데, 7보(寶) 더미를 버리고 도리어 허공에서 구하려는 것과 같으니, 이 사람이 능히 얻겠는가, 못 얻겠는가?”
대답하였다.
“부처님이시여, 얻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족성자여, 3악도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 도를 이루게 하고자 하지만, 이 일은 이룰 수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