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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편불보은경 제7권
9. 친근히 하고 가까이 하는 품[親近品]
다시 다음으로 보살 마하살은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되 큰 방편을 닦고 중생을 이롭게 하여 적절한 때와 마땅함에 따라서 장소 없이 어디에나 나타내 보인다.
“선남자야,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무이왕(無異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시며, 알맞게 세상에 나타나시어 인연 있는 이를 이끌고, 인연 있는 이가 다하자 열반에 드셨느니라.
열반하신 뒤 정법(正法) 동안에, 어느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5계를 받아 지니고 바른 법을 보호하여 지녔다.
바라문의 아들이 일이 있어서 멀리 다른 나라까지 가게 되었는데 길을 가던 중에 여러 도둑의 재난이 많았느니라.
[5백의 떼도둑과 바라문의 아들]
5백 사람이 함께 일행이 되어 나아가다가 험한 길에 이르렀는데, 잠시 머무르던 곳에는 5백의 떼도둑이 언제나 그 안에 살던 터라 앞뒤에서 에워싸며 일행을 겁탈하려고 하였으므로, 도둑의 우두머리가 몰래 한 사람을 보내서 일행을 두루 엿보게 하다가 때에 맞춰서 나아가려 하였느니라.
그때 도둑들 가운데 있던 한 사람은 먼저 이 바라문의 아들과 친하고 잘 아는 사이인지라, 친하고 잘 안다 하여 먼저 와서 말해주기를,
‘선남자여, 알아야 하오. 초저녁쯤이면 도둑들이 나올 터인데, 그때는 시끄러워져서 아마 서로가 상하게 되리다.
일부러 와서 말한 것이니, 당신은 은밀히 방편을 써서 멀리 버리고 떠나가서 일행들이 모르게 하시오’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의 아들은 이 말을 듣고 나자 마치 사람의 목에 무엇이 걸려서 삼킬 수도 없고 또 뱉을 수도 없는 것과 같았는데,
‘일행에게 말하고 싶으나 그 일행들이 이 한 사람을 해칠까 두려우니,
만약 그 사람을 해치면 여러 일행들은 3악취(惡趣)에 빠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 두렵도다.
만약 잠자코 있으면 도둑이 일행을 해칠 것이요,
만약 일행들을 죽이면 도둑들은 3악취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리라.’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내가 큰 방편을 써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자신의 몸을 위하지 말아야겠다.
3악취의 고통은 바로 내가 받음이 마땅하리라.’고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칼을 가지고 그 도둑의 목숨을 끊어버리고 여러 일행들이 편안하며 일이 없게 하였느니라.
그때 여러 일행들은 소리를 같이하여 말하기를,
‘큰 바라문의 아들이여, 그대는 바로 훌륭한 사람이요 또한 아주 착한 사람이었거늘, 어떻게 하여 오늘 이 큰 악행을 짓소’라고 하므로,
바라문의 아들이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며,
‘저는 오늘 악행을 짓지 않았습니다. 중생들과 여러 일행들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하자,
그때에 여러 일행들은 다시 말하기를,
‘그대 스스로가 사람을 죽이고서 우리에게 무엇이 이롭다는 말이오’라고 하므로,
여러 사람들에게 대답하기를,
‘그는 바로 나쁜 도둑인데, 일행을 해치려 하였습니다.
이 일행들을 위하여 그 사람의 목숨을 끊었으니, 일행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죄의 과보로 달게 지옥을 받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5백의 일행들은 소리 내어 크게 통곡하며 슬픔과 기쁨이 엇섞여서 말하기를,
‘천하에 소중한 것은 목숨보다 더한 것이 없고, 두려운 것은 죽음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왜 그런가?
일체 중생들이 모두가 금ㆍ은의 값진 보배와 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ㆍ의복이며 음식까지 버리면서 몸과 목숨을 구하려 하기 때문이오. 우리들 일행이 곧 다시 살아났습니다.’라고 말하자,
이 바라문의 아들은
‘중생들을 위하여 뭇 고통과 세 가지 악한 과보도 사양하지 않았으니 우리들은 오늘 무거운 은혜를 생각해야 하며,
무거운 은혜를 갚으려면 이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야겠습니다.’라고 이렇게 말하고는,
곧 마음을 내게 하였느니라.
5백의 떼도둑들은 또 말하기를,
‘그대는 바로 훌륭한 사람이요 아주 착한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이런 큰 악행을 할 수 있소’라고 하므로,
바라문의 아들은 말하기를,
‘나는 진실로 이런 큰 악행을 해서는 안 되는 줄 알고 있으나
일체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아울러 당신들의 생명을 보호하려 하였기 때문이었소’라고 하자,
떼도둑들은 말하기를,
‘그대 스스로가 사람을 죽이고서 우리에게 무엇이 이롭다는 말이오’라고 하므로,
바라문의 아들이 여러 도둑들에게 대답하기를,
‘나는 먼저 그대들이 여기에 있는 줄 알고 있었으나 나는 잠자코 있으면서 국왕과 나의 일행들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그 때문에 그대들의 생명을 안온하게 한 것이오’라고 하였느니라.
여러 도둑들은 이 말을 듣고서 생각하기를,
‘우리들의 생명이 곧 다시 살아나게 되었구나.’라고 하고,
곧 나아가 합장하고 이 동자를 향하여,
‘장하도다. 대사(大士)여, 크게 가엾이 여김을 닦은 이로다. 원컨대 우리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명령 하소서’라고 하므로,
대답하기를,
‘우리의 할 일이란 오직 빨리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어야만 하리다.’라고 하자,
여러 도둑들은 은혜를 갚기 위하여, 이 말을 하자마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부지런히 구하고 힘써 나아가면서 보리를 장엄하려 하였고,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고 언제나 일체 중생들을 생각하기를 마치 외아들 같이 했느니라.
선남자야, 알아야 하리라. 그때의 바라문 아들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 이 인연 때문에 9겁을 뛰어넘어서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큰 방편을 닦아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음]
또 보살은 큰 방편(方便)을 닦아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다.
부처님께서 죽원정사(竹園精舍)에 계셨는데, 어느 한 비구가 몸에 나쁜 부스럼이 나서 온몸의 둘레에는 피고름이 언제나 흐르고 있었으므로, 대중들이 싫어하고 천히 여겨서 친히 하거나 가까이하는 사람이 없었고, 변두리 밖에 썩고 무너진 방 안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때 여래께서 곧 신력을 나투시어 몰래 대중들을 가리어 아는 이가 없게 하시고 여래 혼자 병든 비구의 처소에 나아가셔서,
‘그가 바라는 대로 물을 가져다 씻어 주리라.’고 이렇게 생각하신 뒤에,
욕계의 온갖 하늘들에게는 알게 하시니,
석제환인이 한량없는 백천의 여러 권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뭇 하늘의 꽃을 비처럼 내리고 갖가지 하늘 풍악을 잡히면서 공중에 서 있었고,
도리천왕은 손에 가진 백 가지 복으로 장엄된 미묘한 두레박에 깨끗한 대자비의 맑은 물을 가득히 담아서 나아가 받들어 마중하며 땅에 엎드려 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 쪽에 서 있었다.
그때 여래께서는 곧 백 가지 복으로 장엄된 팔을 펴시어 곧 가늘고 긴 다섯 손가락에서 큰 광명을 놓아 멀리 여러 하늘 대중들을 비추신 뒤에 여래의 몸에 모으시고, 병든 비구에게 나아가 곧 정수리의 광명을 놓아 병든 비구를 비추셨다.
비구는 광명을 만나자 고통이 즉시 없어졌으므로 피고름 가운데서 일어나 귀명(歸命)하고 머리를 조아렸지마는 몸이 따르지 않자,
여래께서 곧 오른 손으로 하늘 재석으로부터 보배 병을 받아 가져다 병든 비구의 정수리에 부으시며 왼손으로 병든 비구의 몸을 문지르시니, 몸의 모든 부스럼 병이 여래의 손을 따라서 곧 평상대로 회복되었다.
평상대로 회복되자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석가모니께 귀의 하옵니다.
크게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는 아버지께 귀의 하옵니다.
위없는 가장 훌륭하신 의왕(醫王)께 귀의하옵니다.
저는 오늘 몸의 병은 나았으므로, 오직 마음의 병만 있나이다.
여래께서는 이제 가엾이 여기셔서 저에게 법의 약을 베푸시어 저의 몸과 마음에 지닌 무거운 병환을 없애 주소서.”라고 하였다.
여래께서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제야 너의 무거운 은혜를 생각하였고, 여래는 이제야 너의 은혜를 갚으려 하였느니라.”
그때 병든 비구는 한량없이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므로 부처님은 곧 그를 위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자, 비구는 기뻐하면서 곧 아라한의 과위를 얻고 3명(明) 6통(通)과 8해탈을 갖추었다.
석제환인과 그 권속인 한량없는 하늘들은 모두가 의심 그물에 걸려서,
“여래께서는 어찌하여 거룩한 덕을 굽히시어 병든 비구의 부스럼에 난 피고름을 씻으시고
‘은혜를 갚는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일은 어떤 것이옵니까?
원하오니,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여주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과 여러 하늘 사람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전생의 일을 말하리라.
석제환인이여, 오랜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 전에, 어떤 왕이 있었는데 극악무도하여 도리가 아닌데도 억눌러서 강제로 재산을 빼앗았느니라.
그때에 나쁜 왕과 오백(五百)이라는 이는 깊이 마음으로 서로가 아는 터라 은밀히 함께 약속하기를,
‘만약 어떤 사람이라도 관청 일을 범하면 그대가 잘 다스리되 위엄과 은혜는 그대의 뜻대로 할 것이며, 만약 재물을 얻으면 나와 같이 하여야 하오’라고 하였으므로,
오백은 언제나 매와 몽둥이로 치면서 재물을 많이 얻으면 곧 그만두게 하고, 만약 재물이 없는 이면 혹은 생명을 잃게까지 하며, 이런 짓을 일삼았느니라.
때에 어떤 우바새가 조그마한 관청 일을 범하여 오백에게 맡겨졌으므로 모진 매를 맞아야 할 참인데, 그 우바새가 바로 좋고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곧 그만두게 하였는지라, 모진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므로 이 인연 때문에 한량없이 기뻐하였느니라.
교시가(憍尸迦)여, 알아야 하리라.
그때의 오백이 바로 지금의 병든 비구요, 우바새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가벼운 은혜도 무겁게 갚았으며, 바른 깨달음에 이르러서도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았느니라.”
그때 석제환인과 한량없는 하늘 대중들은 한량없이 기뻐하였으며,
4만 8천의 하늘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보리의 마음을 낸 뒤에는 하늘의 풍악을 잡히면서 저마다 있던 데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은혜를 갚는 일을 행함]
“어떤 선남자이거나 선여인이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음에는 마땅히 네 가지 일을 행하여야 하나니,
첫째는 착한 벗을 친히 하고 가까이 함이요,
둘째는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들음이요,
셋째는 그 이치를 생각함이요,
넷째는 말씀대로 수행하는 것이니라.
또 네 가지 법이 있나니,
첫째는 법을 따를지언정 사람을 따르지 않음이요,
둘째는 뜻을 따를지언정 글자를 따르지 않음이요,
셋째는 지혜를 따를지언정 알음알이를 따르지 않음이요,
넷째는 요의경(了義經)을 따를지언정 불요의경(不了義經)을 따르지 않는 것이니,
이 여덟 가지 법을 행하면 은혜를 안다고 하리라.
또 여덟 가지 법을 행하면 바로 은혜를 갚는다고 하나니,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이익이요, 둘째는 손해이요, 셋째는 비난이요, 넷째는 기림이요, 다섯째는 칭찬이요, 여섯째는 책망이요, 일곱째는 괴로움이요, 여덟째는 즐거움이니라.
[은혜를 아는 일을 행함]
또 네 가지 일을 행하면 바로 은혜를 안다고 하나니,
첫째 나쁜 중생을 보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나니 사랑[慈]의 인연을 닦았기 때문이요,
둘째 괴로워하는 중생을 보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나니 슬픔[悲]의 인연을 일으키기 때문이요,
셋째 스승과 어른과 부모며 덕이 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으로 기뻐하나니 기쁨[喜]의 인연을 일으키기 때문이요,
넷째 원한이 있는 중생을 보고도 마음에 성내지 않나니 평정[捨]의 인연을 닦았기 때문이니라.”
[금빛사자]
그때 아난이 곧 의복을 정돈하고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처음 보리의 마음을 내셨을 때,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으시려 처음으로 행한 네 가지 일은 어떤 것이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 전에, 그때에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비바시(毗婆尸)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느니라.
세상에 나오셔서 인연 있는 이를 가르쳐 인도하시고, 인연 있는 이들을 다 제도하시자 열반에 드셨느니라.
정법과 상법이 없어진 뒤에 바라나라는 나라가 있었으니, 인민들이 왕성하고 국토가 넉넉하며 그 왕은 항상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어 인민들에게 잘못이 없었으며, 그 나라에 선성산(仙聖山)이라는 산이 있었고 그 산에는 언제나 5백의 벽지불이 그 안에 살았으며, 5통(通)한 신선들도 역시 그 안에 많이 살고 있었는데, 그때에 여러 날짐승ㆍ길짐승 등이 많이 있어서 다가와서는 의지하며 따랐느니라.
견서(堅誓)라는 한 사자는 털이 금빛이요, 큰 위력이 있어서 힘이 천 명을 대적하였고, 소리를 내어 으르렁거리면 나는 새도 떨어지고 달리던 짐승도 엎드려 숨었는데, 산천을 노닐며 다니다가 한 벽지불 사문의 위의가 깨끗함을 보고서 마음으로 기뻐하며 나날이 친히 하고 가까이 하면서 언제나 경전을 외우고 말하는 미묘한 법을 들었느니라.
그때 어느 큰 사냥꾼이 이 사자의 털이 금빛임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생각하기를,
‘내가 만약 이 사자를 잡아서 그 가죽을 벗겨다가 국왕에게 받들어 올리면 반드시 벼슬과 녹을 받아서 7대 동안은 모자람이 없으리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또 말하기를,
견서사자야말로 짐승 가운데서 왕인지라 화살로써는 미치지 못할 것이요, 덫으로도 잡을 수가 없으리니, 나는 이제 다시 다른 계교를 마련해야 하리라.
견서사자가 공경하고 있는 이가 바로 사문이니, 나는 이제 사문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몰래 활로 쏘아야겠다.
가사를 위에 걸치고 자세히 보면서 천천히 걷다가 나무 아래로 나아가리라.
그가 만약 나를 보면 반드시 다가와서 가까이 하며 따르리니 가까이 한 뒤에 곧 활을 당겨 독약 화살로써 쏘면 잡지 못할 이치가 전혀 없으리라.’고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집으로 돌아가서 말하였느니라.
‘선조로부터 여러 대 동안 서로 이어오면서 언제나 사냥꾼이었지만 짐승의 몸 털이 금빛이라 함은 일찍이 들어본 일 조차 없었거늘 하물며 또 본 것이겠느냐? 이제 사냥 가서 잡아오려 하느니라.’고 하고,
곧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서 법복을 입고 생각하였던 대로 산으로 들어가서 한 나무 아래 앉아 있었느니라.
그때 견서사자가 이 비구를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날뛰며 다가와 비구의 발을 핥는지라 그때에 사냥꾼이 문득 쏘았는데,
독화살을 맞고서 물으려고 으르렁거리며 나아가 치며 움켜잡아 해치려 하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바로 이는 사문이요, 빛을 무너뜨린 옷을 입었으므로 이는 삼세의 부처님 성현의 표지이다.
내가 이제 해치는 것은 어려울 것 없지마는 만약 그의 목숨을 빼앗으면 모든 부처님 성현의 표식을 빼앗은 것이리라.’고 생각하고 나서,
숨을 들이쉬고 고통을 참는데 또 얼마를 지난 뒤에,
‘독약이 점점 깊어지니, 고통을 참기 어렵구나.’라고 생각되자,
다시 치며 깨물려다가 다시 말하기를,
‘어려울 것은 없지만, 만약 헐고 해치면 모든 부처님 성현께서 꾸지람하실 것이며, 또 세간에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으리라.
이는 바로 나쁜 사람인지라 독을 품고 몰래 일을 꾸미어 나에게 와서 해치려 했는데, 내가 만약 참지 않는다면 그 나쁜 사람과 똑같으리라.
인욕을 닦는 사람은 일체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참지 않는 사람은 모두가 싫어하고 미워하여 번뇌가 더욱 자라나니,
번뇌가 자라기 때문에 나고 죽음이 더욱 자라고,
나고 죽음이 자라기 때문에 여러 어려운 곳에서 태어나며,
어려운 곳에 태어나기 때문에 착한 벗을 멀리 여의고,
착한 벗을 멀리하기 때문에 바른 법을 듣지 못하며,
법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거듭 의심의 그물에 가리고,
의심의 그물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멀리 여의나니,
그러므로 나는 이제 악을 일으키지 않아야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스스로 몸과 목숨 잃을지언정
빛깔을 무너뜨린 옷을 향해선
끝내 악한 마음 일으키지 않으리다.
스스로 몸과 목숨 잃을지언정
집을 떠난 사람을 향하여서는
끝내 악한 마음 일으키지 않으리라.
이 게송을 말한 뒤에 곧 목숨을 마치니, 하늘과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날짐승 길짐승들이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며 구름은 없는데 피가 비처럼 내리고 해는 밝은 빛이 없어졌느니라.
그때 사냥꾼은 곧 옷을 벗고 칼을 가지고 벗겨서 걸머지고 돌아가 집에 온 뒤에 국왕에게 받들어 올렸더니,
왕은 보고 기뻐하며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나는 태어나서부터 아직까지 짐승의 몸 털이 금빛이라는 것을 들은 일이 없거늘, 어떻게 오늘 몸소 눈으로 본단 말이냐? 기이하고 괴상하구나.’라고 하고,
천천히 사냥꾼에게 묻기를,
‘무슨 방편을 써서 이런 가죽을 얻었느냐?’라고 하자,
사냥꾼이 곧 나아가 왕에게 아뢰기를,
‘오직 원컨대 대왕이여, 두려움이 없게 하시면, 위의 일을 대왕에게 말씀드리겠나이다.’라고 하므로,
왕이 말하기를,
‘그대의 소원을 따르리라.’고 하였느니라.
그러자 사냥꾼은 자세히 위의 일을 대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겨서 마치 사람의 목에 무엇이 걸려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것과 같이 하다가, 곧 널리 온갖 대신과 여러 작은 왕이며 대중들에게 칙령을 내리니, 이미 모였으므로 곧 스스로 선언하되
‘여러분은 아셔야 하오. 나는 일찍이 슬기로운 이로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들었으니, 만약 짐승의 몸 털이 금빛깔이면 반드시 이는 보살이라고 말입니다.
만약 한 중생이 보리의 마음을 내면 일체 중생들에게 큰 이익을 얻게 하거늘, 어째서 오늘 이 나쁜 사냥꾼은 이런 방편을 써서 이 보살을 죽였단 말인가’라고 하였느니라.
‘내가 이제 만약 관작ㆍ봉록과 코끼리ㆍ말과 칠보며 옷ㆍ음식ㆍ재물ㆍ돈ㆍ곡식과 베 등을 이 나쁜 사람에게 주었다면, 곧 그와 함께 한 갈래에서 같이 괴로운 벗이 될 뻔 했구나.’라고,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사냥꾼을 잡아다가 그의 목숨을 끊고, 사자의 가죽을 가지고서 도로 산중에 들어가 주검의 뼈 있는 데에 이르러서, 우두전단을 모아 더미를 만들어 사자의 가죽과 뼈를 화장하고, 사리를 거두어 가져다 탑을 일으키고 공양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견서사자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인 석가모니이니, 보살은 이와 같이 착한 벗을 친히 하고 가까이 하였으며,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마침내 악한 일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느니라.
왜냐하면, 은혜를 알고 갚기 위해서였으며, 무슨 까닭에 그러했느냐?
보살이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하게 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니라.
선남자들아, 보살은 언제나 부지런히 선지식을 찾아서 그에게 부처님의 법이면 한 귀절ㆍ한 게송ㆍ한 이치에 이르기까지 들었으므로, 삼계의 번뇌가 모두 다 시들어졌느니라.
보살이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구할 때에는 법을 갈망하는 뜻이 소중하였는지라,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나니, 설령 뜨거운 쇠와 사납게 타오르는 불의 땅을 밟더라도 근심으로 여기지 않았느니라.
보살은 한 게송을 위하여 오히려 목숨을 아끼지 않았거든 하물며 12부경(部經)이겠으며, 한 게송을 위하여 오히려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거든 하물며 다른 재물이겠느냐?
법을 들은 이익 때문에 몸의 안락을 얻고, 깊은 신심과 곧은 마음과 바른 소견이 생기며, 법을 말씀하는 이를 보면 마치 부모를 뵙듯 하여 마음에 교만함이 없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 이끗을 위하지 않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하지 않으며,
바른 법을 위하여 왕의 재난과 배고프고ㆍ목마르고ㆍ춥고ㆍ더움과 호랑이ㆍ이리 같은 나쁜 짐승이며 도둑 등의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느니라.
먼저 스스로 번뇌와 모든 감관을 조복한 연후에 법을 들었고, 때가 아니면 듣지 않으며,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 말씀한 이를 공경하며 법을 존중하나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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