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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육왕전 제7권
11. 아육왕현보인연(阿育王現報因緣)[1]
[여의보주와 왕의 부인 수사치]
옛날 아서가왕(阿恕伽王) 때에 사자국(師子國)의 임금이 다섯 매(枚)의 여의보주(如意寶珠)를 공물로 바쳤다.
왕은 보주를 얻자 곧 한 매를 부처님의 탑에 보시하였고
두 번째 것은 보리수탑에 보시하였으며
세 번째 보주는 전법륜탑(轉法輪塔)에 보시하였고
네 번째는 부처님의 열반탑에 보시하였다. 나
머지 한 개의 보주(寶珠)는 모든 부인들에게 보시하고 싶었으나, 만약 한 명에게 주었을 경우 나머지 사람들이 서운해 하는 것이 두려웠다.
아서가왕은 사람을 보내 궁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면서 영락(瓔珞)의 의복이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마땅히 이 보주를 주겠다고 하였다.
모든 부인들이 다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좋은 영락의 의복을 구하고자 하였다.
오직 한 명의 작은 부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수사치(須闍哆)였다.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계율로 된 영락의 의복을 가장 최고로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8계(戒)를 수지하고 순수한 백의(白衣)를 입었다.
아서가왕이 차례로 영락으로 치장한 옷을 입은 후비(后妃)들을 살펴보니, 모든 부인들이 각기 기예와 음악으로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이 보였다.
수사치 부인이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그 무리들이 모두 말없이 고요하였고 용모와 의관은 가지런히 정리되었으며 깨끗한 백의(白衣)를 입은 것이 보였다.
왕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깊은 공경이 생겨났다. 또 그 무리들 가운데에 법을 설하는 자리가 있자, 곧바로 예경하고 말하였다.
“모든 부인들은 다 좋은 옷을 입고 기예와 음악을 스스로 갖췄는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조용하게 머물고 있느냐?”
부인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부끄러움이 있는 것으로 좋은 옷을 삼으셨습니다.
계(戒)로써 뛰어난 영락을 삼으셨고, 법의 소리로써 기예와 음악으로 삼으셨습니다.
저희들 모두는 8계를 수지하는 것으로 마땅히 영락으로 삼았기에 각자가 부끄러움의 흰 옷을 입었고, 다시 서로 법을 설함으로써 음악을 삼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흔연히 기뻐하면서 다시 말하였다.
“내가 먼저 지시한 것이 있다. 가장 뛰어난 영락의 의복을 입은 자에게 마땅히 이 보주(寶珠)를 주겠다고 하였는데, 지금 그대가 제일이니 제일인 그대에게 보주를 주리라.”
모든 부인들이 보주를 얻는 것을 본 뒤에는 모두가 서로 8계(戒)를 배워 수지하였다.
[우발라 비구와 연꽃 향기]
옛날에 아서가왕(阿恕伽王)이 항상 많은 승려들을 궁에 들어오도록 초청하여서 음식을 공양하였다.
이때 한 명의 비구가 있었는데 이름이 우발라(優鉢羅)였다.
나이가 어렸으나 성장하면서 용모가 단정하고 빼어났으며, 입에서 우발라 연꽃 향기가 났다.
왕은 스스로 물을 나르고 아래에서 음식을 먹고는 이 도인(道人)이 입에서 우발라 연꽃 향기가 난다는 소문을 듣고
왕은 즉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비구는 나이가 어리고 단정하고 입안에 향기를 머금고 있다. 장차 우리 궁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왕이 이때 물로 입을 헹구라고 하였다. 그러자 입에서는 두 배나 향기가 났다.
왕이 물었다.
“멀거나 가깝거나 이런 향기를 머금을 수 있는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과거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명호는 가섭(迦葉)이었습니다. 당시 사람의 수명은 2만 세였고, 저는 그 때 높은 자리에 있는 법사(法師)였습니다.
불법을 찬탄한 까닭에 49억 년 동안 인천(人天)에 태어났고, 3도(塗)와 8난(難)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입 안에서는 항상 이와 같은 향기가 났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왕은 기쁜 마음이 생겨서 더욱 공경하는 예(禮)를 올리고서 돌아갔다.
[왕의 금계를 어긴 부녀자]
옛날에 아서가왕이 도인(道人)으로 하여금 법을 설하게 하였을 때, 대나무를 세워 막을 쳐서는 부녀자들로 하여금 법문을 듣게 하였다.
이때 법사가 모든 부녀자들을 위해 법문을 설하였는데, 항상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生天)의 이야기를 하였다.
한 명의 부녀자가 있었는데 왕의 법칙을 어기고 천막에서 나와 법사의 앞으로 나아가서 법사에게 물었다.
“여래이신 대각(大覺)께서는 보리수 밑에서 모든 법을 깨달으실 때 시계(施戒)만을 깨달으셨습니까? 아니면 다른 법들도 깨달으셨습니까?”
법사가 대답하였다.
“불각(佛覺)께서는
‘일체의 유루법(有漏法)이 모두 괴로움이며 오히려 철이 융합된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고통의 인(因)은 습(習)으로부터 생겨나니, 독이 든 나무와 같습니다.
8정도(正道)를 닦아 괴로움의 습(習)을 없애야 합니다.”
이 여인이 이 말을 듣고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
칼로 목을 감싸고 왕이 있는 곳에 당도해서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오늘 왕의 엄중한 법을 어겼습니다.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법으로써 저를 다스려 주십시오.”
왕이 물었다.
“너는 어떠한 일을 범하였는가?”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는 왕께서 도인(道人)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금계를 어겼습니다.
비유하건대 목마른 소가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부처님의 법에 목말라 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무모하게 나아가 법을 들었습니다.”
왕이 물었다.
“너는 법을 듣고 조금이라도 얻은 바가 있는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법을 얻어 네 가지 진리[四眞諦]를 보고 음(陰)ㆍ입(入)ㆍ계(界)를 이해하였으며,
또한 모든 대(大 : 4대)가 다 무아(無我)인 것을 알아 법안(法眼)을 얻었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예(禮)를 갖추고 영(令)을 내려 말하였다.
“지금 이후로는 장막으로 가리고 듣지 말라. 법을 듣기를 좋아하는 자는 법사가 있는 곳에 가깝게 가서 면전에서 법을 들어라.”
그리고 찬탄하여 말했다.
“기이하다. 우리 궁궐 안에 인보(人寶)가 출현했구나. 이런 인연으로 법을 들으면 큰 이익이 있음을 알겠도다.”
[일곱 살의 사미, 작으나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옛날에 아서가왕이 일곱 살의 사미를 보고는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 예(禮)를 갖추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도리로서 당신에게 예를 올린 것이 아닙니다.”
이때 사미 앞에 조병(澡甁)이 하나 있었다.
사미는 즉시 조병의 입구를 따라 그 속으로 들어갔다가 본래대로 나와서 말하였다.
“왕께서는 삼가 사람의 도리로써 사미가 조병에 들어갔다가 다시 본래대로 나왔다고 하지 마십시오.”
왕이 즉시 사미에게 말하였다.
“내가 사람의 도리를 나타내고자 말한 것을 다시 감추지 않겠다.”
이런 까닭에 모든 경전에 말하였다.
“사미는 비록 작으나 또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며,
왕자가 비록 작으나 또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며,
용의 새끼가 비록 작으나 또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사미가 비록 작으나 능히 사람을 제도할 수 있으며,
왕자가 비록 작으나 능히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용 새끼가 비록 작으나 능히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릴 수 있으며 번개와 벼락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마혜수라 등의 바라문과 어린 사미]
옛날에 아서가왕이 3보를 깊이 믿어 항상 부처님과 법과 승가 대중에게 공양을 올렸다.
모든 바라문들이 모두 다 질투심을 내어 함께 모여서 옛것을 잘 아는 5백 명을 선발하였다. 모두 4위타전(圍陀典)을 외울 수 있으며, 천문(天文)ㆍ지리(地理)에 두루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다.
서로 모여 의논하여 말하였다.
“아서가왕은 일체의 모든 공양을 머리를 깎은 사람들에게만 베풀고 우리들과 같은 숙구(宿舊)에게는 일찍이 베풀어 본 적이 없다. 마땅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뜻을 돌려야 한다.”
어느 주문을 잘 외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모든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현인(賢人)들은 단지 제 뒤를 따르기만 하십시오. 7일 뒤에 제가 주력으로 마혜수라가 되어서 몸을 날려 왕궁의 문 앞에 다다를 것입니다.
당신들은 모두 걸어서 제 뒤를 쫓아오시면 됩니다. 제가 능히 크게 공양을 베풀게 하여 당신들이 모두 얻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바라문들이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7일째가 되자, 주문을 잘하는 바라문은 자신의 몸에 주문을 외워 마혜수라가 되었다.
그래서 허공을 날아 왕궁의 문 위에 이르렀고, 모든 바라문들 또한 모두 이를 쫓아서 왕궁의 문 위에 이르렀다.
사람을 보내 왕에게 아뢰었다.
“허공에 마혜수라가 있는데, 499명의 바라문들을 거느리고 허공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나머지 바라문들은 땅에 서 있으면서 왕을 뵙고자 합니다.”
아서가왕이 사신을 불러 앞으로 오게 하였다. 곧 부르니, 들어와서 양쪽 행랑 위에 앉았다.
왕이 작은 자리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는 그에게 말하였다.
“마혜수라께서 어떻게 뜻을 굽혀 일부러 찾아오셨습니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음식을 바랍니다.”
즉시 부엌에 명령하여 5백 가지의 음식을 들고 앞에 갖다가 놓았다. 마혜수라 등이 손으로 밀치면서 말하였다.
“내가 태어난 이래 이와 같은 음식은 일찍이 먹어보지 못하였다.”
아서가왕이 대답하였다.
“먼저 미리 약속하지 않아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몰랐습니다.”
마혜수라 등이 모두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은 머리를 깎은 사람들이다.”
아서가왕이 즉시 한 신하를 불러 명하였다.
“너는 계두말사(鷄頭末寺)에 가서 존자 야사(耶奢)께 아뢰어라.
‘왕궁 안에 5백 명의 바라문(婆羅門)이 있는데 하나는 스스로 마혜수라라고 칭하니, 이들이 사람인지 사악한 나찰(那刹)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청하여 묻고자 하오니, 아사리께서는 오셔서 저를 위해 물리쳐 주십시오’라고 하여라.”
사신으로 하여금 가게 하였는데,
사신은 삿된 소견을 지닌 바라문의 제자였으므로 승가 대중 가운데 가서 왕이 말한 바와 같이 말하지 않고
많은 승려들에게 이와 같이 말하였다.
“아서가왕(阿恕伽王)과 5백 명의 바라문이 있는데 용모는 사람과 비슷하고 나찰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 사문들을 먹으려고 합니다.”
상좌인 야사(耶奢)가 즉시 유나에게 말하여 건추를 울려 승려들을 모으고는 일어나서 많은 승려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나이는 많으나, 승가 대중을 위해 마땅히 이 일을 하겠습니다.
승가 대중을 안온하게 하고 불법을 호지(護持)하리니, 내가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시오.”
두 번째 상좌가 말하였다.
“상좌께서는 가셔서는 안 됩니다. 저의 신분으로는 능히 감당할 수 없지만, 제가 가겠습니다.”
세 번째 사람이 말하였다.
“두 번째 상좌께서는 가셔서는 안 됩니다. 바로 제가 가겠습니다.”
이와 같이 전개되어 사미에 이르게 되었다.
16만 8천의 승려들 가운데 가장 어린 일곱 살의 사미가 많은 승려들 가운데 일어나 무릎을 꿇고 합장하면서 말하였다.
“일체의 모든 큰스님들께서 움직이시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 불법을 보호하고 지키기가 적당하지 않습니다만, 원하옵건대 대중 스님들께서는 반드시 제가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상좌인 야사가 매우 기뻐하여 손으로 사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였다.
“네가 가는 것이 마땅하겠다.”
그런데 사신이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가니,
아서가왕이 말하였다.
“어찌 오는 사람이 없는가?”
사신이 대답하였다.
“계속해서 옮겨지다가 지금 가장 어린 사미가 오고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윗분들이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와서 상대하게 하였구나.”
아서가왕은 사미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즉시 문을 나가 맞이하여 이 사미를 임금의 자리 위에 앉도록 하였다.
그러자 모든 바라문들이 모두 크게 화를 내었다.
“아서가왕이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여 우리들처럼 덕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일어나 맞이하지 않고 이 어린아이를 위해서는 몸소 나아가 맞이하는구나.”
사미가 왕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이 마혜수라(摩醯首羅)가 아사리(阿闍梨)를 먹고자 합니다. 아사리께서는 음식이 되든지 음식이 되지 않든지 뜻대로 하소서.”
사미가 말하였다.
“저는 나이가 어립니다. 일찍 오느라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왕께서 먼저 저에게 먹을 것을 베풀어 주신 다음에 제가 당연히 저들의 음식이 되겠습니다.”
왕이 즉시 명령을 내려 부엌의 책임자로 하여금 음식을 들고 와서 주게 하니, 한 가지 음식을 전부 다 먹었다.
이와 같이 5백 가지의 음식을 들고 와서 주자, 모두 먹었다.
왕이 다음과 같이 물었다.
“만족하십니까?”
사미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왕이 다시 부엌에 명을 내렸다.
“나머지 남아 있는 음식을 모두 들고 와서 드리도록 하라.”
그러자 사미가 순식간에 모두를 먹어버렸다.
왕이 물었다.
“만족하십니까.”
사미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만족되지 않습니다. 기갈이 전과 같습니다.”
부엌의 책임자가 왕에게로 와서 음식이 모두 떨어졌다고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창고 가운데 보릿가루와 말린 밥 등 마른 음식 모두를 들고 오라.”
모두 가지고 오자 순식간에 전부 먹어 버렸다.
왕이 물었다.
“만족하십니까.”
사미가 대답하였다.
“아직 만족되지 않습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음식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젠 남아 있는 음식이 없습니다.”
사미가 말하였다.
“가장 낮은 바라문을 나에게 데리고 오면 즉시 먹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즉시 삼켜 버렸다. 이와 같이 하여 499명의 바라문들을 모두 다 먹었다.
마혜수라가 크게 놀라 두려워하면서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사미가 곧바로 자리 위로 손을 뻗쳐 허공으로 쫓아가서는 머리를 잡고 다시 다 먹었다.
왕이 곧 삼키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면서 말하기를,
‘바라문을 삼켰으니 곧 다시 나를 삼키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사미가 왕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는 곧바로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부처님 법의 단월(檀越)이시니, 끝내 훼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함께 계두말사에 가실 수 있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사리께서 저를 데리고 하늘 위나 땅 속에 가신다고 해도 어느 곳이든 당연히 따르겠습니다.”
사미가 즉시 왕과 함께 계두말사에 이르렀다.
왕은 사미가 아침에 먹은 음식을 여러 대중스님들이 모두 나누어 먹는 것을 보았다.
먹힌 5백 명의 바라문들은 모두 머리를 깎고 법의(法衣)를 입고서 모든 승려들의 아래인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으로 먹힌 자는 가장 윗자리의 상좌였고 마혜수라는 가장 끝에 있었다.
5백 명의 사람들은 왕과 사미를 보고 심히 부끄러워하였다.
‘우리들은 이 사미의 싸움 상대도 되지 않거늘 하물며 어찌 여러 대중들과 함께 힘을 겨룰 수 있겠는가?
그것은 화로의 재속에서 빼어난 고니의 털과 같고,
모기가 금시조와 날아서 빠르고 늦음을 겨루는 것과 같고,
작은 토끼가 사자왕과 그 위력을 다투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비교는 스스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5백 명의 바라문들이 마음으로 부끄러움이 생기자,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
[죽은 사람의 머리는 차별이 없다]
옛날에 아서가왕(阿恕伽王)이 출가한 사람을 보고 크고 작음을 묻지 않고 모두에게 예배하였다.
삿된 견해를 지니고 있는 신하들은 그러한 행위를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만약 오래되어 큰 덕이 있는 자를 보면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리고 작아 덕이 없으면 어찌 번잡스럽게 자신을 굽혀 예경하는가?’
어떤 때 염부제에 이름이 성덕(聖德)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스스로 고귀하면서 어찌 예경을 하는가?”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이 돌고 돌아 왕이 듣게 되었다. 왕이 이를 듣고서 모든 군신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살생은 하지 말고 말이나 소, 혹은 여러 짐승의 머리를 각각 하나씩 구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런데 오직 야사(耶奢) 대신에게만은 스스로 죽은 사람의 머리 하나를 구하여 시장에서 그것을 팔도록 명령하였다.
일체의 모든 머리는 모두 팔 수가 있었으나 오직 사람의 머리만은 팔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말하였다.
“팔리는 머리는 보통 모두 팔 수 있었습니다만 오직 사람의 머리만은 유독 팔 수가 없습니다.”
왕이 물었다.
“어째서 팔 수가 없었는가? 일체의 사물 가운데 어떤 것이 존귀한가?”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사람이 가장 귀하다면 마땅히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데 어째서 팔 수 없다는 것인가?”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비록 존귀하나 죽으면 가장 천하게 되어 사람의 머리를 오히려 보려고도 하지 않는데, 하물며 그것을 사려는 자가 있겠습니까?”
왕이 물었다.
“모든 것이 천하게 되는가? 아니면 오직 이 머리만 천하게 되는가?”
대답하였다.
“모든 것이 천해집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일 모든 사람들의 머리가 모두 천해진다면 지금 나의 머리도 역시 천하게 되는가?”
이때 야사가 두려워서 감히 대답하지 못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야사는 바로 진실하게 나에게 대답하라.”
야사가 대답하였다.
“실제로 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실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의 머리가 이와 다르지 않다면 너는 어찌 나를 막아서 예배하지 못하게 하는가?
네가 만약 나의 진실한 선지식[知識]이라면 마땅히 나에게 예배를 권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인연으로 내가 스스로 예(禮)를 짓는데 네가 비웃는가?
나는 지금 머리가 있는 것에는 마땅히 공경하고 예배해야겠다.
만일 나와 친한 선지식이 있다면 나의 머리를 잡아당겨 곧게 했으며, 마땅히 나에게 예를 올리기를 권하여서 나로 하여금 장래에 모든 천신과 성현의 뛰어난 머리를 얻도록 하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