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해일륜_17. 정(情)과 상(想) 두 가지 경중으로 삼계에 승강함을 변명함(三界升降在於情想)
객이 묻기를,
“삼계에 몸을 받아 나는(受生) 것은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용성이 대답하기를,
“사람마다 마음에 정情과 상想 두 가지가 무겁고 가벼움으로 말미암아 선도악도善道惡途가 달라지는 것이다. 본래 정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욕심과 음심에 관계가 많을 것이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우리의 마음이 본래 청탁이 없지만, 그 지은 바를 따라서 청탁이 있게 된 것이다.
대개 향취가 있고 맛이 좋은 것은 사람에게 유익하고, 냄새가 악하고 맛이 독한 것은 사람을 중독시키는 것이다. 혹 어떤 물건은 먹으면 정신을 상쾌하게 하고, 어떤 물건은 먹으면 정신을 둔탁하게 한다.
우리의 청정한 마음은 구속이 없다고 하지만, 술을 먹으면 취하고 비상砒霜을 먹으면 죽으며, 선약仙藥을 먹으면 오래 산다. 그러하므로 대각께서 술과 오신채五辛菜를 금지禁止하신 것이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술을 많이 먹으면 정신이 혼탁渾濁해지는데, 그 뜻이 둔탁하여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고, 오신채를 많이 먹으면 심경心經에 상화相火를 많이 돕는 것이니, 진심嗔心을 돕는 것이다. 익혀서 많이 먹으면 음심淫心을 돕는 것이니 음욕, 성냄, 어리석음(淫怒痴) 등이 수승해짐을 따라 마음이 무겁고 중탁重濁하여지므로 삼악도로 가는 것이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비유하자면 맑은 물을 한 그릇 떠다 놓고, 그 물에다가 흙을 풀어서 세게 저으면 그 물이 혼탁해지는데, 그 탁한 것은 정情에 비유하고, 그 맑은 것은 상想에 비유한 것이다. 그 그릇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두면, 탁한 것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고, 맑은 물은 점점 위로 뜨는데, 맑은 것이 많으면 인간으로부터 천상에 몸을 받아 태어나는(受生) 것이고, 탁한 것이 많으면 인간으로부터 삼악도에 몸을 받아 태어나는 것이다.
또 비유하자면 새 발에다가 실을 매어 둔 것과 같이, 새는 상想에 비유하고 실은 정情에 비유한 것이다. 실이 기다라면 새가 날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인데, 삼악도로 가는 비유이고, 실이 없고 새가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은 인간으로부터 천상으로 가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