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출생부터가 비정상이었다.
행정조직은 정부조직법에서 정해야 하는데 경제기획원 아래 소속되어 있던 공정거래위원회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무리하게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시켰고 그 후로 금융위원회 중앙인사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 조직이 개별법에 의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얻었고 행정각부와 병렬적 지위를 획득했다.
공정위 등 위원회형 중앙행정기관은 합의제 기관인데도 국무회의나 국회관련 업무에서는 독임제로 운영된다.
즉 위장된 합의제 기관이다.
미국식 독립규제위원회는 준입법적 기능과 함께 준사법적 기능도 행사한다.
우리 합의제 행정기관도 마찬가지이다. 헌법개정을 논하려면 우선 합의제 행정기관이 행정각부와 마찬가지로 정부 업무의 일부를 분장할 근거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하여 헌법적 근거를 두어야 한다.
나는 준사법적 기능의 행사에 대하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행정심판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는 행정심판이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사법절차를 준용하도록 하였다(제107조제3항).
이러한 헌법조항에 따라 종전의 소원법과는 전혀 다른 행정심판법이 제정되었는데 행정심판법은 행정심판기구의 독립성과 중립성의 보장이 사법절차를 준용하라는 헌법의 요구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대대적인 행정심판기구 정비가 이루어졌고 처분청과 독립된 재결청의 개념과 함께 행정심판위원회의 독립적 중립적 구성이 뒤따랐다.
그런데 공정위는 위원회 의결로 처분이 이루어지고 전문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특별행정심판기관으로 남기를 고집했다.
공정위가 공피아를 공들여 보살펴야 할 이유는 물론 있다.
퇴임후 갈 자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은 그 후 재무부와 합쳐 기획재정부에 이르면서 수많은 산하기관이 생겼고 심지어 예산부서도 각 시도에 정무부지사로 내보내는 등 관피아 양산에 성공을 거두었는데 공정위는 그런 산하조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로펌에 눈을 돌리게 되고 로펌에 나간 공정위 퇴직자들(한때는 재직중에도 휴직을 하고 로펌에 나가 돈을 벌다 온 사람도 있었다)을 의식해서인지 과징금 등을 과도하게 부과하고 부과처분을 내린 공정위가 이를 재심하여 상당 부분 깎아 주기도 했다.
행정소송에서 깎아 준 것은 그래도 양반인 셈이다.
지금이야 이런 짓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공정위는 재심사건에 대한 심판권한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돌려 주어야 한다.
다른 특별행정심판기구 중에도 이런 모델을 취한 경우가 많으므로 일괄하여 정비되어야 한다.
전문성 문제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구성에서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이들이 사건을 맡으면 된다.
행심은 안건도 많고 위원에 대한 사전로비의 가능성도 차단할 필요가 있어 다수의 위원으로 풀을 구성하고 회의때마다 소정의 인원을 지명하여 회의를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독립규제위원회로서 준사법적 권한을 갖는다는 것 중에서 행정심판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제고되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라는 옛말도 있다.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제도는 고쳐야 한다.
그것이 공익보호보다 사리사욕을 채울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