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석대상 판례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표이사의 행위는 모두 본래는 회사가 책임을 질 수 없는 행위들이지만 거래의 안전과 외관이론의 정신에 입각하여 그 행위를 신뢰한 제3자가 보호된다는 점에 공통되는 면이 있으나, 제3자의 신뢰의 대상이 전자에 있어서는 대표권의 존재인 반면, 후자에 있어서는 대표권의 범위이므로 제3자가 보호받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이 반드시 서로 같다고 할 것은 아니고, 따라서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정이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만일 그 행위에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고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의 입장에서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라면 회사로서는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
(출처 :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
2.
(분석)
(1) 표현대표이사의 행위 = 상법 제395조
(2)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표이사의 행위 = 상법 제389조 제3항 = 제209조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삼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
상법 제389조(대표이사)
①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회사를 대표할 이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이를 선정할 것을 정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수인의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회사를 대표할 것을 정할 수 있다.
③ 제208조제2항, 제209조, 제210조와 제386조의 규정은 대표이사에 준용한다. <개정 1962.12.12.>
--> 준용규정
제209조(대표사원의 권한)
①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② 전항의 권한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위 3개 조문을 읽어보면
표현대표이사 = 대표권한이 있느냐 없느냐, 즉 대표권의 존재여부가 문제가 되지만,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표이사의 행위 = 대표권이 제한되었는지 여부 = 대표권의 범위가 문제된다.
3.
판례는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묻기 위하여 상대방은 선의+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해당하는 동시에 그 행위가 이사회결의를 필요로 하는 대표권 제한에 속하는 행위일 경우에는 상대방은 선의, 무중과실로 충분한 것이 아니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무과실까지 요구된다. 97다34709 판결은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의 입장에서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라면” 회사로서는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고 한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결국 표현대표행위이든 아니든 간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이사의 행위에 있어서 상대방은 선의, 무과실이 요구되는 셈이다.
4. 대표권 제한 문제
상법 제209조(대표사원의 권한)
①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② 전항의 권한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위 조문을 보면,
대표권의 제한에 관한 사항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음 판례의 입장이 그러하다.
(판례)
상법 제269조, 제180조 제5호, 제209조, 제37조에 의하면,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고, 정관으로 수인의 사원이 공동으로 회사를 대표할 것을 정하고도 이를 등기하지 아니한 경우, 공동대표사원 중 1인이 단독으로 회사를 대표하여 행위하였더라도 그 대표행위가 정관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위 대표행위의 유효를 주장하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출처 :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2122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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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표가 원칙인데 이러한 대표권을 제한하여 공동대표로 하기로 정관으로 규정한 경우에 이를 몰랐던 선의의 제3자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표권 제한이 주식회사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이 되면 상대방은 선의로 충분하지 않고 무과실까지 요구된다.
(판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라도, 이와 같은 이사회결의 사항은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므로 그 거래 상대방이 그와 같은 이사회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고, 이 때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결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회사가 주장·증명하여야 할 사항에 속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대표자가 거래에 필요한 회사의 내부절차는 마쳤을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 경험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출처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6다4767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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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이사회결의는 대표권에 대한 제한일텐데, 어째서 그 거래의 상대방은 상법 제209조의 “선의의 제3자”를 넘어서 “무과실”까지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5. “선의 = 선의+무과실“로 보는 판례
(판례)
주식회사대표이사의 업무집행 중에서 특정사항에 관한 업무집행에 관해서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게 하므로서 그 특정사항에 대한 내부적 의사결정권한이 이사회에 속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특정사항의 업무집행에 있어서는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서 주식회사를 대표하여 그 업무집행을 하여야한다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나 한편 대표이사는 주식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음이 상법 제209조에 명정되어있음에 미루어보면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한 경우라도 위와 같은 이사회의 결의사항은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그 거래상대방이 그와 같은 이사회결의가 없었음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 대법원 1963.8.31. 선고 63다254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상대방의 악의는 이를 주장하는 주식회사측에서 주장 입증해야 한다 할 것인바 ( 상법 제389조 제3항 및 제209조 2항 참조) 본건의 경우에서 보면 본건에서 문제된 물건(원심판시물건)의 처분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에 속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고 원심이 인정한 바와같이 본건에서 문제된 물건의 처분은 피고회사의 중요한 사유자산으로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할 것으로 본다하더라도 본건 물건 등의 처분에 있어서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던 것이라면 이는 피고회사의 특정사항에 관한 업무집행에 있어서의 내부적 의사결정인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던 것으로서 대표이사가 대내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임무위배로 인한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본건 물건의 양도계약에 있어서 그 상대방인 원고가 본건 물건의 양도계약은 피고회사의 이사회결의사항임에도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아니하였다는 것을 알거나 알수 있었다는 것을 피고회사가 주장입증아니하는 한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대표이사의 위와같은 회사의 내부적인 권한의 제한만으로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할 것인바, 기록상 본건에서 문제된 물건 양도계약의 상대방인 원고가 본건 양도계약은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거나알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피고회사측의 아무런 주장입증 있음을 엿볼 수 없는 본건에 있어서 이사회의 결의없는 사유만으로서 본건 물건양도계약이 무효라고는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출처 : 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6. 검토소견
대표권제한을 위반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상법 제209조 제2항에서는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항할 수 없다고 구정하나, 만약 그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할 것인 경우에는 판례는 상법 제209조 제2항의 선의를 “선의, 무과실”로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때 판례는 이사회 결의를 대외적 행위가 아닌 “회사의 내부적 결정”이라는 점에 주목하는데, 내부적인 의사와 외부적인 표현이 다른 경우에 관한 사항이라면 민법 제107조 비진의표시가 떠오른다.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의 비진의표시에서는 표의자의 내부적 의사 + 외부적 표시의 구조를 갖는데, 이때 표의자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내부적 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선의, 무과실 요구)에는 그 의사표시가 무효로 된다. 이것은 회사의 내부적 결정에 대하여 상대방의 선의, 무과실을 요구하는 판례의 인식과 같은 구조이다.
그렇다면 판례는 상법 제209조 제2항의 선의에 대비되는 악의에 주목하기전에 내부적 의사의 외부적 표현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민법 제107조의 구조에 먼저 주목한 것이 아닐까한다. 즉 대표권제한 문제가 중점이었다면 상법 제209조 제2항의 선의, 악의가 문제로 대두되었겠지만 내부적 의사냐 외부적 표시냐의 문제를 중점에 두고 생각하다보면 그 행위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107조 제1항의 선의, 무과실이 요구된다는 결론이 도출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문제이므로 여기까지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