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 24일 화요일 맑음.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 4시경에 공항으로 간다. 날이 어두운데 아파트 주차장을 벗어나 공항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실수로 헤매다가 겨우 공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렌트 회사를 찾아 차를 반납했다. 총 경비가 186달러. 나중 청구서는 더 요금이 추가되어 나왔다. 약간의 환율 차이와 차량을 반납할 때 연료를 채우고 반납해야하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도 무사히 잘 타고 반납하게 되어 마음이 홀가분했다.
벤구리온 공항이 있는 지역은 룻다라는 지역이다. 지금은 로드(Lod)라고 불리는 도시다. 성서에 여러 차례 나오는 고대 도시로 〈신약성서〉의 〈사도행전〉 9장 32절에는 사도 베드로가 중풍환자를 고친 곳으로 나온다. BC 5세기경부터 유대 학자와 상인들의 활동무대로 유명해졌지만 70년 로마인이 정복했다. 2세기부터는 디오스폴리스의 로마 식민지가 되었으며 잉글랜드 수호성인 성 게오르기우스가 순교한 곳으로 전해진다. 전설에 나오는 성인들의 무덤을 지금도 볼 수 있다. 7세기 아랍인들이 팔레스타인을 정복한 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1099~1191년에는 십자군이 점령하여 성 호르헤데리데라고 이름지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1947년 11월 29일 국제연합의 영토분할 결의안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세워지게 될 아랍 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이 이 결의안을 거부하자 요르단의 아랍 군단이 로드를 점령했다. 1948년 7월 12일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 도시를 공격하여 장악한 뒤부터 로드는 이스라엘 영토가 되었으며 주로 유대인 이주민들이 다시 정착해 살고 있다. 오늘날 유대인들이 주민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철도 및 도로가 연결되는 교차점이지만 그보다는 북쪽으로 8㎞ 떨어진 곳에 이스라엘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다비드 벤 구리온 공항 덕분에 이스라엘 교통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스라엘에서 규모가 크고 활발한 산업 가운데 하나인 각 나라의 민간항공기 보수와 사업용·군용 제트기 생산업이 발달해 있다. 또 종이와 판지, 식품 방부제, 전기제품도 생산한다. 이스라엘 초대 수상의 이름을 따서 공항의 이름을 지은 것이다.
공항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그 와중에 바닥에서 자고 있는 배낭여행객들이 보여 놀랬다. 공항 밖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들어가 세면을 했다. 시간이 좀 있어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살펴본다. 공항 청소부와 공항 안전 요원이 철저하게 수색을 한다. 화장실, 쓰레기통 및 외부 구석구석 쉴 새 없이 빈틈없이 살피고 다닌다. 출국 절차를 밟았다. 공안요원에게 짐 검사를 받는다. 검사하는 요원들이 주로 여자 군인들이었다. 친절하게 심문하고 짐 검사를 한다. 일상적인 물음은 대답하기 쉬운데 전문적인 물음에는 대답이 어려웠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후 약 20분이 지난 후 한국어로 된 조사서를 갖고 왔다. 폭발물 부탁여부, 낯선 아랍인들을 만났는지 등을 조사했다.
어제 밤에 낯선 곳에서 차를 주차하고 밤을 보냈으니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겨우 통과 딱지를 배낭에 붙인 후 출국 수속을 밟았다. 좌석표 배정, 짐 붙이기, 소지품 검사, 9번 게이트에서 올림픽 항공에 탑승했다. 그리스 아테네를 향하는 비행기는 오전 8시 25분에 출발이다. 드디어 비행기가 떴다. 맑은 하늘, 밑에 보이는 텔아비브 시내가 보인다. 꿈에 그리던 이스라엘 여행을 잘 마치고 간다. 좀 아쉬웠다. 그 많던 동양인은 그리스 행 비행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뚱뚱하고 무뚝뚝한 안내양이다. 이스라엘이 멀어져 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