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수심결] ⑨
한 번 깨쳤다고 어찌 保任을 않겠는가
대혜종고 선사께서 말씀하시길 ‘가끔 영리한 사람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이 법을 깨치고서 쉽다는 생각을 내어 닦으려고 하지 않고 세월이 흐르다보면 예전 버릇에 빠져서 윤회를 면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어찌 한 번 깨쳤다고 하여 뒤에 닦는 일을 버려둘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깨친 뒤에도 늘 비추고 살펴서 갑자기 망념이 일어나면 아예 따라가지 말고 덜고 덜어 무위에 이르러야 비로소 구경의 자리이니 천하 선지식의 깨달은 뒤에 소먹이는 행이 바로 이것이다.
대혜종고 선사께서 말씀하시길 ‘가끔 영리한 사람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이 법을 깨치고서 쉽다는 생각을 내어 닦으려고 하지 않고 세월이 흐르다보면 예전 버릇에 빠져서 윤회를 면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어찌 한 번 깨쳤다고 하여 뒤에 닦는 일을 버려둘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깨친 뒤에도 늘 비추고 살펴서 갑자기 망념이 일어나면 아예 따라가지 말고 덜고 덜어 무위에 이르러야 비로소 구경의 자리이니 천하 선지식의 깨달은 뒤에 소먹이는 행이 바로 이것이다.
마음은 안개처럼 빈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온갖 번뇌망상을 일으킨다. 처음 발심하여 마음을 닦는 사람들은 아직 공부길을 모르기 때문에 생각생각 일어나는 번뇌를 끊는 것이 마치 돌로 풀을 누르는 것처럼 하고 몸을 조복 받는다고 하여 가지가지 고행을 하는 것으로 공부를 삼고 항상 고요한 곳을 탐하여 선정을 닦고 이러한 수행의 결과로써 언젠가는 부처를 이루겠다는 막연한 생각 으로 공부를 삼는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헤매고 있는 모습일 뿐 참다운 수행이 아니다.
선이란 불이법에 들어가는 문으로써 번뇌를 없애고 깨달음을 얻거나 점점 닦아서 성품을 보는 것이 아니며 중생을 떠나서 부처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진흙속의 연꽃처럼 더러운 곳에 처해 있으나 항상 깨끗하며 티끌 같은 세상에 섞여서 살지만 티끌을 벗어나며 단박에 성품을 보는 돈오이어야만 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참다운 성품은 본래 번뇌가 없고 지혜의 바탕이 원만하게 갖추고 있어서 깨달은 부처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하나의 성품이다.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믿고 간절한 마음으로 활구를 참구하다가 문득 기연을 만나거나 선지식이 지시하는 한 마디 인연으로 만년 동굴의 어둠이 일시에 밝아지듯 돈오하게 된다. 그간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았던 타고 있던 소를 찾은 것이다. 깨닫고 보니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으나 눈앞에 보이는 경계마다 분명한 이것임을 확신하여 다시는 의혹이 없고 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명하게 생사가 없는 이치를 깨달았으나 아직 채찍과 고삐를 놓을 수 없는 것은 다시 옛날 익힌 버릇을 따라 진흙밭으로 들어갈까 염려스럽게 때문이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소와 같아서 밖으로 향하여 달리는 마음이 거칠고 거칠어서 고삐를 바짝 잡고 다시 한 번 용맹정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 닦는 오후 보림 공부로 근래 큰 선지식이었던 만공선사의 법어집에서도 깨닫기 전에도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고 깨닫고 나서도 죽을 고비를 다시 한번 넘겨야 비로소 대무심지에 들어간다고 한 것이다.
전강선사께서도 오히려 깨달은 뒤에 하는 공부가 더 어렵다고 하였으니 깨달을 명분도 사라지고 수행방편도 빌리지 않으니 있는 그대로의 마음은 조금도 인위적인 수행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념이 일어나면 곧 깨달아 성품에 계합할 뿐 달리 공부가 없고 한 생각이라도 그냥 흐르지 않게 철저하게 마음 단속을 해야 한다.
이것은 닦음 없는 닦음으로써 다시 물들일 수 없는 바들 닦는 오후의 수행으로 세월이 점점 흐르면 무위의 공은 날로 더하여 사나웠던 소는 점점 온순해지고 고삐를 잡지 않아도 주인을 따르니 풀피리 불고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한가롭게 쉬는 것이다.
가만히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차라리 눈멀고 귀 멀었으면 더 좋았을 걸 괜히 부처님께서 평지에 풍파를 일으켜 수고로움만 더했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으니 창밖에는 속절없이 장대비만 내린다.
밤새워 그 자리에
장대비 그치고
뒤뜰에 해바라기
거금선원장 일선 스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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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