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벌 강가에서
한의 노래를 방류하는
무등의 시린 혼
빛은 어둠을 사르는 촛불처럼
무등골 계곡을 태우고
서석대 주상절리에 꿋꿋하게 선
눈물진 기둥과 빛을 사모하는 혼불은
무등산 정상에 올라 노래하노라
너의 노래 무진주 벌판을 돌아
난타치는 북소리에 묻어서
한 맺힌 전설로 피워 내고
동지섣달 매서운 바람도
남풍처럼 이겨내는 가곡이어라
이름 없는 새 날개 치는 소리까지도
바람의 말씀으로 전하는 피 끓는 열정
슬프고도 뜨거운 자유의 주암호에
생명수처럼 물결로 반짝이도록
빛 쏘아 노래하노라
무등이여 무등이여!
한 서린 혼 결코 나뉠 수 없어도
무등산 위에 뜬 달과 별에게
그 서린 혼을 나눠주고
우리의 가슴 확 터지는 날
무등의 노래를 연가처럼 편곡하여
영산강 물길 따라 흐르게 하리라
사랑해서 한이 서렸다고
한이 서려 반만년 혼불을 켜온 무등이
노래 하노라고
혼아 영혼아 나의 외침을
너는 알리라
천왕봉 기슭에서 노래하는
은둔의 혼
고요가 적막 안에 더욱 적막 하는
그리하여 적막이 심어놓은
억새와 진달래의 계절노래가
무등의 노래로 울림을 줄 때
무진벌 달리던 바람소리와
광주천 흐르는 물소리를
너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니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적벽에 떠있는 삿갓의 노래가
언저리 어느 곳에서 한을 풀어내 듯
내가 읊으는 무등의 노래가
노을진 산허리에 붉게 물들이는 것을
가슴 아프도록 알리라
환희가 밀려오는 입석대 등산로에
겨울의 어둠을 씻어내는 땅방울이
풀뿌리에 젖어드는 푸른 별의 고뇌
무등의 역사 위에 깃털처럼 나부끼는
외로운 등불에 불 밝히고 찬란한 빛으로
백두의 창을 밝힐지니
숨조리던 허파의 갈증처럼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울고 있는 노래여
얼어 있던 계곡물 풀리는 봄날
슬펐던 천년의 노래를
꽃으로 피게 하누나
* 출처 : 이근모'님의 <무등이여 무등이여>
YOUTUBE.COM 무등이여 무등이여/이근모 시/최현숙,조상배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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