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꽃샘]

이 소설은 거칠게 이야기하면 동성애자인 딸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그 문턱을 넘어가고자 애쓰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딸은 어느 대학의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그 대학에서 같이 일하던 시간강사를 동성애자란 이유로 학교가 쫓아낸 것이 부당하다고 여겨 대학과 싸우는 중이다. 싸우다보니 돈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독립해 살던 집의 보증금을 다 써버려 파트너와 함께 엄마 집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젊은 시절 사회활동가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헌신적으로 일했던 젠이라는 여성을 돌보고 있다. 요양보호사로서 엄마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젠이 치매에 걸리고 병원에서 이용가치가 떨어져 점차 찬밥 신세가 되자 이건 아니다 싶어 병원측 사람에게 문제 제기 할 정도로 책임감도 있고 헌신적인 면도 있다. 생판 남인 젠을 다른 낙후된 병원으로 보낸다고 할 때는 항의하기도 한다. 결국 옮겨진 요양병원에서 수면제에 취해 죽어가는 젠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 보살피다 결국 장례까지 치러준다.

하지만 딸이 싸우는 모습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생판 남의 일에 왜 나서냐고, 그런다고 달라지냐고..... 그리고 엄마는 젠의 삶에 대해서도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애쓰다 결국 곁을 지키는 가족 한 명 없이 요양병원에서 치매에 걸려 비참하게 생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폄하한다. 아마 그 마음은 대소변도 못 가리고 남에게 의지해 겨우 생을 유지해가는 젠의 모습에서 딸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혼을 해서 살았다면 죽음을 향해가는 모습이 달라졌을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나의 죽음은 다르기를, 조금이라도 덜 비참하기를 바랄뿐이다. 이 소설에서 젠의 노년 또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엄마는 딸이 남들처럼 좋은 남자 만나 편하게 살 수 없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다. 동성애자라는 말도 내뱉기가 무섭고 7년동안 사귄 딸의 파트너를 인정할 수가 없다. 오래 살아온 주변 이웃들에게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두렵다. 딸이 문제가 아니라 너 때문이라며 너만 떠나주면 된다고 딸이 아닌 파트너에게 온갖 악다구니를 퍼부어댄다. 더구나 같이 살게 되면서 딸과 파트너가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 감당하기가 힘들다.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온갖 생각과 화와 감정들이 소용돌이 친다. 글쎄 뭐랄까? 엄마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감당해 왔다. 그렇다면 아마  이것이 삶에서 엄마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문턱일 수도 있다. 엄마를 성숙시키는 가장 큰 아픔일수도 있고. 그래서 엄마는 힘들 수 밖에 없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넘기 어려운 문턱은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그 문턱은 아직 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오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 소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의 모습, 곧 내 모습이기도 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인간이 얼마나 편협한 존재인지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혈연 관계만 가족이고,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삶은 온전치 못한 삶이고. 남과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것은 용납이 안되고, 남의 시선이나 비난이 두렵고. 남은 어찌되도 좋지만 내 딸은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 등등.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나와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활동같다.

“싸워야 할 때 제대로 싸우지 못한 기억은 종내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든다. "

다음 소설은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 입니다. 11월 4일 용화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이야기합니다. 같이 하실 분 환영합니다. 

[춘실]

딸이 있는 엄마는 이 책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내가 어떻게 딸을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게 해 주는 책이예요. 아, 딸이 읽어도 좋은 책이예요.

[인순이]

딸 없는 엄마가 읽어도 좋았어요~~ ^^

가족의 표상을 지울 수 있었고, 나이듦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