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사상사’에서 매년 선보이는 『2012 오늘의 좋은 동시』가 출간되었습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각종 매체에 발표된 동시 중에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 엮었습니다. 「2012 오늘의 좋은 동시」는 동시를 창작하는 시인들뿐 아니라 어린이와 어른에 이르는 독자들에게 좋은 독서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도서의 내용
2011년 한 해 동안 문학지에 발표된 동시 가운데 일흔두 편을 골라 『2012 오늘의 좋은 동시』를 묶었다. 이 기간 우리 동시는 ‘무엇을’, ‘어떻게’ 노래했을까? ‘무엇을’이 소재와 주제의 문제라면, ‘어떻게’는 이를 드러내는 언어와 시각(詩, 視角)의 문제다. 이제 우리 동시도 동과 시의 결합 못지않게, ‘무엇을’과 ‘어떻게’의 결합을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이 동시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우리 동시의 현재를 보여주는 몇몇 대목을 들어본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농아학교 앞길에 번지는 햇살, 웃음”, “향기가 이름이고 흑장미가 별명인 까마귀”, “뒤도 옆도 없이 앞만 보는 물고기”, “강정천 맑은 물에 반짝이는 은어 떼”, “쇠찌르레기 다리에 끼운 가락지”, “오목눈이의 빨갛게 언, 가느단 발가락”, “세상과 자유와 사랑을 안 고양이 네로”, “다국적으로 요리되는 불낙전골”,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우리 이다음에 사슴이 되어 다시 만나자”, “기둥도 문도 지붕도 온통 꽃인 까치집”, “가진 걸 다 주고 난, 하얀 몸”, “연못에 떨어지는 ((( · )))”, “민들레 금단추”, “햇밤 축구”, “배웅이란 말의 손목에 들린 보따리”, “진흙 밭에 살아도 마음은 하늘에 걸어놓고 사는 세스랑게”…….
동시는 시(詩) 앞에 동(童)이 붙은 말이다. 동과 시, 이 두 단어의 단순한 조합을 뛰어넘기를 요구한다. 동시에서 시 못지않게 동이 귀한 까닭과 동 못지않게 시가 귀한 까닭은 모두 ‘동+시’라는 이름에서 연유한다. 동이 제한하는 시의 단순성과 시가 제한하는 문학적 완성 사이에서 고투하는 가운데, 좋은 동시는 어느 순간 그 둘을 껴안으며 하나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읽기는 쉬우나[童] 쓰기는 어렵고[詩], 쓰기는 즐거우나[童] 높게 완성하기는 어렵다[詩]. 그런 만큼 시에 없는 독특한 매력이, 동시에는 있다. 동을 향하는 시(인)의 마음이다. 그것을 만나는 길이 바로 동시 쓰기이자 동시 읽기다.
추천의 말
이 책이 공평무사하게 2011년 우리 동시의 현재를 증거하는 것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동시가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그 성취와 한계를 돌아보는 자리로서는 크게 모자라지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보다 나은 작품이 적잖게 누락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송구스럽다. 그 점이 이 책의 애석함이자 한계일 것이다. 한 해의 동시단을 돌아보는 자리에 함께하는 것을 허락해주신 시인들께 고마운 말씀을 올린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