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내 정포가... (2012년 1월 27일 흐림)
구정 전 1월 27, 28일 이틀 사냥을 하기위해 새벽 3시30분에 기상, 4시 40분에 집에서 출발을 하였다.
어~? 그런데 단성치안센타에 도착하고 보니 27(금)일 하루밖에 사냥을 할 수가 없단다.
무슨 얘기냐고 물으니 산청군에서 지시가 내려와 자기들도 어쩔 수가 없다나?
이런~? 망할!
하루 사냥을 하자고 장장 330km를 그것도 새벽부터 달려오겠는가?
약도 오르고 입이 쓰디썼다.
9시가 되기를 기다려 환경위생과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다.
“어떻게 당신들 마음대로 수렵금지를 할 수가 있습니까? 또 그렇다면 미리 공고를 하던지
문자를 넣어 주어야 되지 않습니까? 서울서 여기까지 내려오게 만들면 되겠어요?”
“저희는 처음 신청을 받을 때 명시를 했는데요.”
“뭐요? 난 본적도, 들은 적도 없고 지금 수렵안내장을 보고 있는데 그런 말은 하나도 없어
요. 더군다나 구정에 수렵금지를 시키는 곳은 사냥 3, 40년 동안에 댁들이 처음이요!”
“죄송합니다! 다음엔 시정하겠습니다!”
하루만 하고 올라갈 생각을 하니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달려왔는데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어? 총을 조립하고 모자와 장갑을 찾으니 하나도 없다.
이런? 아마도 모자와 장갑을 넣어둔 가방을 싣지 않았나 보다.
아무리 살펴도 없다.
내 이런 실수는 거의 하지 않는데 너무도 속이 상했다.
그러나 다행히 내 모자 하나는 큰 중절모라 따로 가져왔기 때문에 또 장갑도 운전용 가죽장갑이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아내는 모자도 장갑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할수없이 신안면 원지 마트로 가서 허접한 아내 모자 하나를 샀고 장갑은 운전면장갑으로 대체를 해야만 했다.
이래저래 기분이 정말로 나빴다. 아내 정포에게 되게 미안했다. 아내는 아무 군말도 없이 따라주고 있으니 더 미안했다.
“여보! 미안해!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내가 내 자신을 용서하기 싫다!”
“뭐 그런 일 가지고 그래요? 그래도 사냥을 할 수는 있잖수?”
아?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하나?
에라! 지난번 옥천포 후배와 공렵했던 차황면이나 가자!
요리조리 산속을 달려 주차를 시키니 아내 정포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사냥터는 끝내주게 잘 아시네! 옥천포님도 놀라겠다!”
부지런히 한 모퉁이를 돌아 내려가는데 벌써 ‘짱’이 30m 언덕을 내려가더니 포인이다.
쩔쩔 매면서 내려가는데도 그냥 굳어있다.
“들어 갓!” 안 들어간다.
언덕위에 있던 아내 정포가 돌을 던졌다.
움찔 하더니 또 포인이다.
에라! 모르겠다. 주위에 인가도 없고 사람도 없으니 막 떠들었다. 있는 대로 큰 소리로,
“들어가! 얌마! 너 안 들어 갈 래?”
“꽈드등! 꺼겅껑껑!!!”
장끼가 솟구치더니 오른 쪽에서 왼 쪽으로 튼다. 식은 죽 먹기다.
“너! 이놈! 이젠 너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총을 들어 “탕!”.
앗불사! 너무 빨리 쐈다.
다시 한 방 더, “땅!~”
유유히 날라 가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 멍청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 또 “꽈드등! 껑껑!”
쏘기 좋게 날라 가는 것이 “너? 땡포 박! 한 번 쏴 볼래?” 하고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총알이 장전이 안 되어있는데 어떻게 쏠 수가 있나?
아내 정포가 한 방 갈겼는데 허사였다.
이젠 정말로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첫 발에 맞추었어야 두 번 째 꿩도 죽었을 것인데 둘 다 놓친 꼴이 되어버렸다.
“여보쇼! 어데서 총을 쏘는 겁니꺼? 빨리 못나옵니꺼?”
이크! 총알이 날라 간 방향에서 사람 소리가 나니 나는 그만 질려 버렸다.
“네! 나가요! 나갑니다!”
“여긴 수렵금지 구역인데 총을 쏘면 됩니꺼? 어디서 오셨습니꺼?”
다행이 다친 곳도 없고 그 쪽으로 총을 쏜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이제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큰 소리를 칠 때가 된 듯해서,
“서울이요! 선생! 여기가 왜 금렵굽니까? 이곳에서도 총을 쏘지 못하면 어디서 사냥을 하란
말입니까? 집도 없고 축사도 없는 산꼭대기인데! 이런 데서도 사냥을 못하면 산청군 어디서
도 할 수가 없단 말이오!“
상대방이 좀 누그러지길래 비상 쵸콜렛 몇 개를 주니 즐겁게 받는다.
“이리 차를 가지고 오면 안되구요, 들어오기 전 교회 건물에다 차를 세우시고 산위로 더 올
라가 하세요!”
됐다! 이젠 자기 집 옆에서 쏴도 얘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린 산 위로 올라 아까 그 장소를 찾아가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나 힘들던지 넘어지고 자빠져 가면서 오르는데 또 ‘짱’이 포인이다.
“들어 갓!” “꽈드등! 껑껑!” 0도로 솟구치는데 또 빼먹었다.
정말로 신경질만 뻗쳐 씩씩대기만 할 뿐 무슨 수가 있겠는가?
아까 그 자리에 와 사방을 다 뒤져봐도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시계는 벌써 12시 반이 넘어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보! 정포수! 오늘은 점심을 거르고 전력투구 합시다!”
아침서부터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이 땡포 박의 결정이었다.
아내 정포는 생글생글 웃고만 있었다.
내려오다 보니 위에 갈대가 무성한 언덕이 보였다.
치고 올라갔다. 아내 정포는 벌써 더 위의 언덕으로 올라가고 있고.
갈대 숲 속에서 ‘짱’이 포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갈대 속에는 주로 고라니가 붙어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서있는데,
“꽈드등! 꺼겅껑껑!”
급히 소리를 치더니 갈대를 배로 깔고 나는 게 아닌가?
순간, 더 기다릴 수가 없어 재빨리,
“탕!”
“앗! 선불이닷!”
내리 뛰는데 빽빽한 갈대숲 때문에 잘 빠져 나갈 수가 있나?
개도 간신히 빠져 나가더니 헤맨다.
떨어진 자리를 가만히 보니 꿩 털이 몇 개 빠져있었다.
즉시 개를 불렀다.
내 앞에 오더니 꿩이 어디 있느냐고 물끄럼이 쳐다보는데 꿩 털을 들고 개한테 갖다 대면서,
“‘짱!’ 여기 떨어졌잖아!”
말을 하고 코에다 비벼 대었다.
‘짱’ 눈이 금방 시퍼렇게 살기를 띄더니 주둥이를 쭉 앞으로 내민다. 따라간다. 그 때야 장끼 꽁지가 보인다.
“‘짱’! 물어! 물어버려!”
묵치다. 꽤 무겁다. 얼른 배낭에 넣고 개를 부르니 갈대 밭 밖으로 나간다.
이젠 없구나 하고는 총을 ‘우로 어깨’를 하면서 갈대숲을 빠져 나오는데,
“꽈드등!” 또 꽁지가 완전히 빠진 선달이 나가는데 얼른 풀어 쏴보니 별 수가 있나?
또 빼먹었다.
아침부터 재수가 없더니만... 내 참!
다시 신안면 제방으로 갔다.
먼저 골탕을 먹인 귀신같은 녀석을 만나기 위해서다.
‘짱’의 포인을 받았지만 요놈은 제방 거의 맨 끝자락에서 1m 높이로 날라 제방위에 있던 나는 보이지 않아 또 실패를 했다. 밑에 있던 아내는 따라 오지 못해 쏠 수가 없었다.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기약을 하고 우린 가끔 찾는 대나무가 있는 갈대밭으로 떠났다. 내가 세 마리나 잡았던 곳으로...
차를 주차시키기가 무섭게 아내는 돌아 나간다.
얼마 전 아내 정포가 꼼지작 거리다가 장끼 두 마리를 놓친 곳이기 때문이다.
아내 정포는 밑으로 빠지고 나는 덤불이 무성한 둑방에 올라서는데 벌써 ‘짱’이 멀리 포인을 한다.
“여보! 뛰어!”
나도 냅다 뛰었다.
다시 “포인!”그러자 20m 앞에서 뜨는 선달이 보였다.
이곳에서 금년 세 번째 만나는 꿩인데 다 똑 같은 방향으로 나른다.
탕~~!“
명중! 먼저 쏜 아내의 총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여보! 정포수! 축하해! 이번 시즌 개시네!”
“야! ‘짱’! 물어와!”
근데 이 녀석이 내가 두 번이나 가져오라고 했는데도 꿩을 물고 아내 정포에게 가져가는 것이다. 마치 아내에게 “이건 확실히 엄마가 잡은 것입니다!”라고 확인을 시키는 것 같았다.
얼마나 ‘짱’이 예쁘던지.....
“여보! 정포수! 오늘은 이만 사냥 끝냅시다!”
<후기>
작년에 구제역으로 12월 말 경 사냥을 끝냈지만 그 때까지 아내 정포는 장끼 4마리를 잡았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갈대숲에서 사냥을 많이 하기 때문에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내 정포는 키가 작아 갈대숲에 들어가면 꼭 갈대가 눈을 찌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대숲에 가야 꿩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젠 갈대에도 꿩이 점점 없어지니 기회가 생기겠지! 하며 위안을 해본다.
첫댓글 아이고 대단하시네요 드디어 사모님이 첫수를 하셨네요 올해 공렵을 한번 밖에 못했지만 사모님이 총을 들고만 다니시고
쏘는걸 못봐 미안하고 그랬는대 축하 드립니다
금년 같이 잡지 못하는 건 처음입니다.
아마도 갈대밭만 뒤져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모님은 일발필중 이신가 봅니다 !!
전 따발총인데 ㅎㅎㅎ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