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의 독특한 향은 농사에도 아주 유익하게 쓰인다. 고추밭에 군데군데 심어놓으면 고추에 생기는 담배나방이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길가나 밭두둑에 심어놓으면 향 때문에 동물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깨를 짜서 만드는 들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항암 효과, 당뇨병 예방, 시력 향상, 알레르기 질환 예방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옛날 어른들은 들깨를 들고 다니며 심심풀이로 두세 줌씩 집어 먹으면 절로 건강해진다고 했다. 또 잡곡밥에다 뜸들일 때 들기름을 두세 방울씩 떨어뜨려 먹으면 밥맛도 좋고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했다. 들기름은 옛날에는 등화용으로도 쓰이기도 했지만 주로 요리용으로 쓰이는데, 나물이나 김을 잴 때 쓰면 맛이 좋다. 들깨의 종류로는 보통 흰들깨, 검은들깨, 갈색들깨가 있는데, 현재는 갈색들깨가 제일 많이 재배되고 있고, 최근에는 종자를 개량하여 잎만 먹기 위한 들깨도 재배되고 있다.
들깨는 봄에 심는 것과 가을에 심는 것이 있는데, 봄에 심는 것은 열매를 먹는 것이고 가을에 심는 것은 잎을 먹기 위한 것이다. 가을에 심으면 곧 서리가 내리기에 열매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추밭 사이에 심은 들깨
들깨를 심을 밭은, 길가나 밭두둑에 심어 자투리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본밭에 심을 때에는 콩과 함께 심거나 둘레에 심으면 좋다. 콩은 자체적으로 비료를 만들기 때문에 따로 거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밀과 보리
또한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고추밭에 듬성듬성 심으면 들깨 향으로 고추에 생기는 해충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한편, 들깨는 작년에 심은 마늘을 수확한 후 그 밭에 심으면 마늘의 연작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들깨의 본 밭은 평이랑으로 해서 포기 사이를 한 자 정도(약 30㎝, 호미 자루 길이)씩 떨어뜨려 심는다. 배게 심으면 가지가 없고 열매도 제대로 맺히지 않는다.
꿀풀과
모종을 심을 때는 두세 포기씩 심고 길이가 다른 것은 그림처럼 잎사귀를 기준으로 정열하여 심는다. 들깨는 줄기가 땅에 묻히면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뿌리를 기준으로 줄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들깨는 모종하면 열매를 튼실히 맺게 하는 데 더욱 좋다. 파종 시기는 4월 중순이나 하순이 좋은데, 모종은 따로 포트에다 하지 않고 그냥 보통 땅에다 흩뿌리듯 심는다. 골고루 뿌려지도록 고운 흙과 함께 섞어서 뿌려주면 좋다. 본밭에 옮겨심을 때는 6월 중순이나 하순쯤, 한두 포기씩 해서 눕혀 심는다.
눕혀 심을 때에는 호미로 모종 길이만큼 땅을 길게 파서 위의 잘 자란 잎이 3~5개 나오도록 하고 짧은 것과 긴 것을 함께 심을 때에는 긴 것에 맞춰서 심는다. 길게 흙을 팔 때는 뿌리가 들어갈 부분은 좀 깊게 하는 게 좋다. 모를 옮겨심을 때는 보통 모종할 때처럼 흙을 파서 물을 담은 다음 심는 게 좋은데, 비가 적당히 오는 날에는 그냥 심어도 좋다. 옮겨심을 즈음이면 보통 비가 내릴 때이니 물주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다.
들깨는 흙 표면 바로 위의 줄기에서도 뿌리(막뿌리)가 나기 때문에 북돋아주기를 한다. 북주기를 하면, 더 튼실하게 자라 장마나 태풍 때 쓰러짐을 방지할 수 있고 열매도 더 잘 맺는다. 풀은 워낙 들깨가 힘이 좋고 향이 있어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은 없지만, 모종한 후 장마 전에 한 번 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되도록 북주기를 할 때 같이 해주면 일을 덜 수 있다. 북주기와 풀매기를 한 후 웃거름으로 깻묵을 발효시킨 액비를 주거나 여의치 않으면 오줌을 주어도 된다. 들깨는 성장이 매우 좋아 곁가지가 금방 나오는데, 밑의 가지를 따면 더 잎을 크게 키울 수 있다. 그냥 두어도 별 지장은 없지만, 쌈용으로 먹을 때나 잎을 반찬으로 따먹을 때 가능하면 밑의 것을 따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들깨는 보통 10월이 되면 익기 시작하는데, 흰들깨나 조생종은 9월 중순이 지나면 익기 시작한다. 거두어들일 때에는 밑의 잎과 열매의 맨 밑 꼬투리가 노랗게 익으면 베는 게 좋다. 밭에서 다 익어버리면 알들이 절로 떨어지거나 낫으로 벨 때 그 충격으로 많은 알들이 땅으로 다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벨 때는 약간 비가 온 다음 바로 하거나 아니면 이슬이 맺혀 있는 이른 아침이나 오후쯤이 좋다. 그래야 알들이 떨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먼저 낫을 숯돌로 날카롭게 간 다음 그림처럼 포기 하나씩 비스듬히 베어낸다.
낫으로 벨 때는 한 포기를 한꺼번에 베지 말고 줄기 하나씩 비스듬히 밑에서 위로 베어 충격을 줄이도록 한다. 벤 것은 비닐이나 장판 위에 깔아놓고 말리고, 꼬투리 전체가 누렇게 되었을 때 긴 막대기나 도리깨로 두드려 씨앗을 받는데, 두세 번에 걸쳐 해야 한다. 한 번에 알들이 다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닐 바닥에 깔린 알들은 껍질과 섞여 있기 때문에 체로 거른 다음 키질로 까발려 깨끗하게 알을 고른다.
깻잎을 이용한 요리로는 깻잎쌈에서부터 잎에다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기는 깻잎부각, 깻잎김치, 깻잎장아찌가 있다. 깻잎김치로는 젓국물을 넣어 갖은 양념과 함께 층층이 쌓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금물에 돌을 눌러놓아 삭힌 다음 물엿을 섞은 갖은 양념에 재어놓아 먹는 것이 일품이다.
깨알을 짜서 만드는 들기름은 옛날에는 등화용이나 칠 대용, 또는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식용으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텃밭에서 약간만 재배하는 경우는 기름으로 짜먹을 만큼 양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깨알을 이용한 음식을 해먹는 게 좋다. 깨알은 갈아서 죽으로 먹기도 하고, 볶아 갈아서 그냥 물에 타먹기도 한다.
들깨는 혈액순환, 신진대사 등 생리활동에 좋아 일상적으로 장기 복용하면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그래서 그냥 알 자체를 군것질로 먹거나 들기름을 밥에 넣어 해먹는 것도 좋고, 좀더 맛있고 영양 있게 먹으려면 인삼이나 땅콩, 잣 등과 함께 깨죽을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