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금속 산별교섭 평가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금속 산별교섭과 현대차지부의 년 교섭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2008 . 정권의 교체라는 정치적 환경의 변화, 집권 초반기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인한 정국의 불안정, 그리고 유가 상승과 환율의 급변 등 국제경제 여건의 악화 속에서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역시 불안정성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더욱이 지난 수년간 산별교섭의 도입과 정착을 원하는 노측과 이중ㆍ삼중교섭과 중복 파업으로 인하여 산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왔기 때문에 산별 관련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금속 산별교섭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었다. 나아가 2006년 6월 기업별에서 산별로 조직형태를 전환한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2007년 교섭 당시 2008년 이후 산별교섭에 참여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바 있어 그 이행 여부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중요성과 시사성을 갖고 있는 금속 산별교섭과 현대차지부의 교섭에 대하여 잠정적인 평가를 간략히 시도해 보기로 한다. 보다 엄밀한 평가는 관계자 면담과 자료 조사에 입각하여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Ⅰ. 금속산별중앙교섭
2003년부터 시작된 금속 산별중앙교섭은 지난 수년간 산별교섭의 진전과 관련하여 산별 최저임금 합의 등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포괄하는 조직이 중소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100여 개에 불과하고, 더욱이 여기에 포괄된 조합원수가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15만 명의 1/7 정도인 2만2천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확대해서 해석하기가 곤란하다. 2007년 현대차 등 많은 대기업들이 2008년 이후 중앙교섭 참가를 약속하였지만, 전제조건이 산별교섭준비위원회에서의 교섭 형식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작년 말부터의 산별교섭준비위 실무협의에 이은 금년 2월 출범과 이후 활동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4사와 금속노조 간에 교섭의 틀과 관련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고, 결국 2008년에 완성차 4사는 금속노조와 대각선교섭에 돌입하게 된다.
이제 중앙교섭의 틀로 포괄되는 조합원수는 다시 2만여 명에 불과하여, 지난 수년간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요구안과 합의안 자체도 조합원 및 조합간부의 교육시간 확보,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금속산업 최저임금인상 등 역시 지난 수년간과 내용이 비슷하고 추상적 수준이며, 작업현장에서 느끼는 민감한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지도 못했다.
교섭의 진행 역시 다소 맥 빠진 느낌을 주면서 전개되었다. 교섭의 초반기인 1차(4/15)에서 5차(5/13)까지 사용자단체는 회장도 선출하지 못하였으며, 사상 처음으로 사용자측의 성원미달로 교섭이 불발되기도 하였다. 교섭석상의 공방 내용도 완성차 4사가 중앙교섭에 나오도록 하라는 노측 요구와 사용자단체가 그럴 권한이 없다는 반박으로 채워지기도 하였다. 교섭의 중반기인 6차(5/20)에서 9차(6/17) 교섭에서는 사용자단체가 회장을 드디어 선출하고 노조 요구안에 대한 사용자 제시안을 제출하는 등 공방을 벌여 명분을 쌓은 이후 노조가 쟁의조정신청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10차(6/24)에서 12차(7/15~16)의 시기는 교섭의 종반기에 해당한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이루어지고(찬성률75.5%) 파업이 임박한 상황에서 밤 12시를 넘겨가면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게 된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초기에 다소 무의미한 공방을 거친 후 파업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2008년 금속 중앙교섭에서 몇 가지 중요한 변화들이 포착된다. 첫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2005년 결성 이후 처음으로 회장 선출을 하지 못한 상태로 중앙교섭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일부는 지부교섭 대표조차 선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앙교섭이 진행되게 된다. 이는 수년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사용자단체로서의 결속력과 책임성을 갖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거꾸로 보면 여전히 사용자들이 금속 사용자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한 듯이 금속노조의 투쟁 전술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중앙교섭 참가 사업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파업으로 중앙교섭이 마무리된 반면, 파업투쟁이 중앙교섭 불참 사업장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교섭 참가 사업장에 제시한 금속노조의 확실한 인센티브라고 할 것이며, 이는 금속노조 위원장의 대언론인터뷰에서도 천명된 바 있었다 향후 . 이러한 전술변화가 금속 산별교섭의 진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1)
셋째, 산별 중앙교섭에서 임금인상안을 다루고자 시도하는 등 중앙교섭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으나, 역설적으로 2008년을 경과하면서 현 구조 하의 중앙교섭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등은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많은 조합원들이 중앙교섭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전술로 전통적인 교섭의제 분할 방식과는 달리 중앙교섭에서 임금인상안을 다루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불발로 끝나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지부와 지회보충교섭에서 인상률이 합의되었을 뿐이다. 결정적으로 이하에서 설명하는 현대차지부의 대각선교섭안을 존중한다고 결정함으로써 중앙교섭(참가)의 의미를 축소시켰다. 또한 2004년 이후 대체로 지켜지던 '중앙교섭 타결 없이 지부ㆍ지회교섭 타결 없다'는 원칙도 흔들리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 세 번째 특징은 사실 완성차지부들이 금속노조의 운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사측을 중앙교섭에 끌어들이고 그 공간에서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하는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 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에 속한 조합원이 전체의 60%에 달하고 그 영향권 내에 있는 자동차부품사 조합원들까지 포함할 경우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현대차 노사의 행로는 조합원 2만 명을 포괄하는 중앙교섭보다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편 2001년 이후 금속노조 발전에 초석을 쌓았던 지역지부들의 교섭안건과 타결 내용 역시 다른 해 수준 및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역시 관심의 초점이 대기업지부로 모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실리지 않은 탓이 크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교섭과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교섭의제를 개발하고 있지 못한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 그러나 이러한 전술의 한계도 뚜렷하다. 기존 중앙교섭 참가 사업장들의 경우 현장 투쟁력이 강하여 이를 피하기 위해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나선 것이었으며, 반대로 불참사업장들의 경우 노조의 현장 장악력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전술을 어디까지 구사할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2008년의 경우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7월 16일 이후 파업에 돌입한 불참 사업장 조합원이 7/16일 9만8천 명, 7/18일 9만7백 명에 달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금속노조의 전술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Ⅱ. 완성차4사의대각선교섭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2007년에 합의한 산별교섭준비위원회가 불발로 끝나고 중앙교섭 개시 하루 전인 4월 14일 완성차 4사가 일제히 중앙교섭 불참 공문을 발송하면서 이제 관심은 대각선교섭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로 모아졌다. 대각선교섭 자체도 사용자가 인정하는데 몇 차례의 공방이 필요하였지만, 대체로 사용자의 시간끌기 전술이었다고 판단된다.
교섭 내용과 관련하여 GM대우에서 가장 먼저 의견접근안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금속 사용자단체의 재편을 전제로 한 금속사용자협의회 가입과 산별기본협약 인정, 그를 실현하기 위한 교섭개선위원회 구성은 물론 2008년 중앙교섭 조인식 참가 등 산별 중앙교섭의 일보 진전을 가져올 만한 내용들이었다.
이 같은 의견접근안이 알려지면서 현대차지부에서도 대각선교섭이 유사한 내용으로 타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GM대우차 의견접근안이 금속노조 중앙쟁대위에서 거듭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완성차 4사들의 타결에 혼선이 빚어지게 된다. 금속노조 내부는 GM대우의 의견접근안이 매우 진전된 것이라는 의견과 그 정도 내용은 2007년 확약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으로 갈리었고 격렬한 내부논쟁이 벌어졌다.
<표 1> GM대우의 중앙교섭 관련 의견접근안
1. 금속노조와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주)(이하 '회사'라 한다)는 산별기본협약에 합의한다. 단, 금속사용자협의회 가입과 관련 현 금속사용자협의회 개편에 대하여 제반사항을 금속사용자협의회와 본 합의를 체결하는 사용자들 간의 자율적 논의를 통해 2008년 12월까지 결정하여 2009년 교섭에 임한다.
2. 금속노조와 회사(본 합의를 체결하는 사용자 포함)는 '산별교섭 개선 노사공동위원회'를 2008년 10월 안에 구성하여 중앙산별협약 중 회사의 기존 단체협약을 넘어서는 사항을 포함하여 산별교섭 개선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2009년 2월까지 논의, 결과에 따른 조치를 시행한다.
3. 본 합의의 체결은 중앙교섭 조인식을 통해 최종 합의한다.
한편 이렇게 금속노조 내부에서 논란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외부의 우려가 노사 교섭당사자들에게 강하게 전달되었다. 그것은 GM대우와 현대차가 이 같은 수준에 합의하는 것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구조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현대차는 산별노조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만의 이해와 판단에 따라 행동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현대차는 막후의 조기타결 분위기와는 달리 점차 대각선교섭 현안이 꼬여만 갔고, 결국 휴가 전 타결에 실패하게 된다 . 휴가 이후 교섭장과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어 산별 중앙교섭의 중요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결국 현대차 사용자는 GM대우의견접근안보다 낮은 수준으로 타결안을 제시하게 되고, 사실상 현대차지부가 이에 합의함으로써 8월 7일 이후 지부 교섭안건으로 중심을 옮기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금속노조 중앙쟁대위가 현대차지부의 산별중앙교섭안을 심의하면서 "존중하지만 승인은 하지 않는다"는 미묘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는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지부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다른 사업장과 금속 중앙교섭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여 승인을 유보했음을 의미한다.
여하튼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완성차 4사의 산별 중앙교섭 참여는 다시 한 번 '확약서' 수준으로 정리되었다. 금년 10월 이후 산별교섭준비위원회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대기업지부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이 어느 정도의 진정성과 열의를 갖고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Ⅲ. 현대차지부교섭
하기휴가 직후 중앙교섭/대각선교섭 안건을 털어내면서 현대차지부는 8월 중순 이후지부 교섭안건에 집중하게 된다. 금년도 현대차지부의 최대 쟁점은 주간연속 2교대제도입이었다. 현대차 노사는 2009년 1월부터 주야맞교대를 폐지하고 오전반과 오후반을 운영함으로써 심야노동을 하지 않기로 2005년에 이미 합의한 바 있다. 2008년에는 그를 위하여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합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차지부는 3불 원칙, 즉 '고용불안 없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주야간조 모두 8시간의 정규작업시간 이외에 2시간의 거의 고정적인 잔업을 해왔다는 점에서 하루 10+10, 즉 20시간의 공장가동이 관행이었는데,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으로 8+8시간을 작업하게 되면, 생산물량이 감소하든지, 아니면 생산성이 증가하든지 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잔업수당을 포함한 총임금이 줄어들어서도 안 되므로 노사 간의 협상은 애초부터 매우 힘겹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교대제 개편이라고 하는 것은 이처럼 임금, 생산량, 생산성, 생산방식 등과 더불어 출퇴근 수단과 주차장, 식당과 식사시간, 가정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항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대차 40년 역사에서 생산과 관련한 가장 큰 충격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따라서 2005년 합의 이후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준비와 공론화에 착
<표 2> 현대차 노사의 주간연속 2교대제 시간표(2009년 9월 이후)
1조 2조
06:30~08:30 노동시간(2시간) 15:10~17:10 노동시간(2시간)
08:30~08:40 휴게시간(10분) 17:10~17:20 휴게시간(10분)
08:40~10:30 노동시간(1시간 50분) 17:20~19:10 노동시간(1시간 50분)
10:30~11:10 식사시간(40분) 19:10~19:50 식사시간(40분)
11:10~13:10 노동시간(2시간) 19:50~21:50 노동시간(2시간)
13:10~13:20 휴게시간(10분) 21:50~22:00 휴게시간(10분)
13:20~15:10 노동시간(1시간 50분) 22:00~23:50 노동시간(1시간 50분)
23:50~00:00 휴게시간(10분)
00:00~00:50 연장근무(50분)
수하기도 하였으나, 노사가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막판에 유야무야되는 양상을 보였을 뿐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교대제 개편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노동시간의 단축이 선행되어야 했으나, 현대차는 여전히 연간 2,500~2,60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잔업시간을 확보하기 곤란한 주간연속 2교대제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준비 부족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사는 기존 합의를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2009년 9월부터 8+9시간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다는 안을 도출하였고, 기타 기본급 85,000원 인상, 성과급 300%와 300만 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였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8+9시간으로 작업시간이 15%나 줄어들면서 생산물량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노사의 합의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것은 노동강도 강화를 불가피하게 초래할 것이며, 또한 관련된 설비투자 계획이 제출되어야 하는데, 합의문에는 어떠한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또한 임금보전과 관련한 내용도 구체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현장조직들과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잠정합의안은 37.4%라는 사상 최저의 찬성률로 부결되었다. 이후 교대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약간의 문구를 수정하는 데 그치고, 성과급 100만 원과 직무수당 3천 원을 더 올리는 것으로 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어 찬성률 54.5%로 가까스로 통과됨으로써 약 5개월에 걸친 긴 교섭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도 찬성률이 매우 낮았던 것은 여전히 현대차 노사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한 진정성을 조합원들이 의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임금보전, 생산량 확보, 그리고 교대제 개편에 필요한 설비투자, 非교대작업자의 근로조건 변경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하여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그 산하의 M/H(Man위원회 그리고 부품산업 노사도 Hour) , 참여하는 '자동차산업 교대제 개선위원회' 등을 가동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이 기구들의 활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기간에 산별교섭준비위원회도 가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 노사가 어디에 자원과 시간을 더 많이 배분하는가도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Ⅳ. 맺음말
2008년에도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단체교섭은 매우 힘겹게 전개되었다. 산별중앙교섭이나 대각선교섭은 여전히 노사 간에 교섭 형식을 둘러싼 갈등을 드러내도록 하였다. 이와 관련한 비용에 대하여 노측은 과도기적 혼란으로서 불가피하다고 인식하며, 사용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산별교섭에 임하면 그 비용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으로 전환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소위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양상에서 분명한 것은 현대차지부 등이 기업별교섭에서 가졌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산별 중앙으로 재정, 인력, 교섭권, 체결권, 쟁의권 등을 더욱 확실하게 집중시키지 않는 한 산별은 기업별교섭에 덧씌워진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2만 명을 포괄하는 중앙교섭조차 매너리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원군이 완성차에서 당도하여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금속노조가 '무늬만 산별'로 귀결되는 것은 예상보다 빨리 확인될 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략을 아예 수정하여 처음부터 중앙교섭의 의미를 대폭 축소하고 지역지부교섭(과 대기업지부교섭)에2) 힘을 싣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긴 호흡을 갖고 단위노조들 간에, 그리고 사용자들 간에 근로조건 등의 조율(coordination)을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산별의 내용 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대차지부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2006년 6월 왜 산별로 전환했는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금년 말을 전후하여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입법
2) 금속노조는 2009년 9월 대기업지부를 해소하고 지역지부로 조직을 재편하기로 정해놓은 상태이다. 향후 이것이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지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할 것이다.
화되면 다시 산별운동이 힘을 얻게 될 것인가? 외적 환경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기업지부 조합원들이 외부의 부품업체 조합원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 다른 업종 조합원들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금년도 교섭에서도 현대차지부는 사용자의 양호한 지불능력을 배경으로 최대한의 실리를 자신들만이 향유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을 뿐이다. 금속 산별운동과 산별교섭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