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기]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
처음으로 우리 내외와 두 처제들이 함께 하는, 얼핏 4인 1조의 골프 라운딩 같은 행색으로, 1무 3박 5일 일정의 싱가포르 패키지 여행이다. 인천 국제공항에서의 출국은 5월 10일 오후 4시 25분쯤이다. 그러나 둘째 처제가 인천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흥시 죽율동에 거주한다는 것을 핑계로 처제 집에서 하루 동안 죽치고 놀다가 출국 시간에 맞춰 함께 공항으로 출발하자는 거였다.
세 자매들이 미리 의기투합한 일정을 대놓고 반박할 이유가 딱히 보이지 않으니, 그 일정을 국으로 따를 수밖에 없지싶다.나이께나 든 여자들의 고집은 쇠고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튿날(5월 10일) 오후, 인천공항 콜밴(65000원)을 불러들여 가이드 미팅 시간(오후 2시)에 맞춰 공항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짐을 부치는 등의 지루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나면 해외여행에서 으레 발생하곤 하는 기다림이라는 인내가 또다시 여행객들의 심사를 긁는다.
인천공항 이륙장으로
인내심이 바닥을 보일 무렵쯤에서야 겨우 우리 일행이 학수고대하는 싱가포르 항공 소속의 덩치 큰 여객기가 우리 일행을 부르는 거였다.머지않아 인천 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을 한 여객기가 얼추 3000마일을 5시간가량의 긴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 공항( Changi airport)에 착륙한 때는 인천 공항을 박차고 날아오른 지 무려 5시간쯤이 흐르고 난 뒤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시차는 대략 1시간쯤이니 지금 한국은 10시 30분쯤이고, 싱가포르는 9시간30분쯤일 테다. 우리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지 가이드의 인솔로 사흘 동안 우리 일행들의 베이스캠프 격인 콩코드 호텔(Concorde Hotel)로 이동을 하여 짐을 부린다.호텔은 울창한 열대 수목들이 감싸고 있는 싱가포르 대통령 관저와 '리젠시 하우스(Regency House)'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5~6차선 일방통행 차로와 널찍한 인도를 경계로 삼고 있다.
콩코드 호텔
그러한 콩코드 호텔 548호실(2인1실 배당)의 아늑한 더블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호텔 3층 로비(이 호텔은 3층이 로비) 좌측 편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난 뒤의 이튿날 오전 10시, 이때부터 싱가포르 투어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싱가포르 투어의 오늘 일정은 첫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Singapore Botanic Gardens)'을 둘러보고, 점심은 중국어 명칭 '小紅樓(소홍루)'와 영어 명칭 'Red
House Seafood'(Nanyang난양)'이란 간판의 식당에서 해결할 모양이다.
그리고 오후 일정은 실내 식물원을 둘러본 뒤, ''River Wonders'라는 아쿠아리움 관광이,그리고 해가 저물어 어두울 무렵이면 조명과 네온사인 등을 이용한 화려한 불꽃쇼가 오늘 일정의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다. 앞으로 사흘간 우리 일행들의 이동 베이스캠프 노릇을 수행할 버스는 치아가 엉성한 60대로 여겨지는 우둥퉁한 외모의 말 없는 사나이가 운전하는 25인승 미니버스다. 사흘간 이용할 콩코드 호텔을 뒤로하는 15명의 단촐한 우리 일행들은 40~50분여의 버스투어를 거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보타닉 가든'에 도착한다.
'보타닉 가든'은 실외 식물원이다.한국의 산하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사철 푸른 각양각색의 수많은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녹음의 숲 속 널찍한 아스콘 포장의 산책로를 따르는 식물원 투어인 셈이다.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를 벗어나고부터 줄곧 높은 온도를 수반한 축축한 습기가 온몸을 파고든다. 피부에서 솟아나는 땀은 적정 수준의 체온 유지를 위한 방어 수단이 아닌가.
국내에서는 특별한 장소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열대의 수많은 희귀한 수목들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사로잡는다. 후텁지근함만 어지간하다면 그윽한 숲향과 달콤한 꽃향기에 넋을 잃을 터이지만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밴드스탠드(Bandstand)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윽한 숲의 고유한 향기와 다양한 꽃나무 등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축축한 열기를 다소나마 가라앉혀 준다.손바닥만한 잎사귀의 아름드리 고무나무가 우뚝하고, 한아름은 넘어 뵈는 몸피에서 여러 가지의 굵직한 가지들에서 뿌리를 내린 것 같은 수많은 넝쿨 같은 줄기가 주렁주렁한 수목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열대 수목들에 대한 지식이 과문한 탓에 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할 수 없는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푸른 잔디밭 한가운데 우리의 팔각정 같은 정자가 한 채 세워져 있다.보타닉 가든의 랜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밴드 스탠드'라는 이름의 정자로써 팔각의 뿔지붕에 흰색 바탕의 장방형 창을 두르고 있는 데, 한국의 팔각정이 얼핏 떠오르는 건축물이다. 녹색의 정원 한복판에 건축된 이런 행색의 밴드스탠드는 예전에는 밴드 공연장이었으나 현재는 웨딩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넬슨 만델라에게 헌정한다는 '만델라 쟈이언트 콜라(Mandela's Giant Cola)'라는 이름의 입간판을 곁에 두고 있는 아름드리 수목이 있는가 하면 영국 런던에서 선물로 받은 'Euphorbiaceae'라는 이름의, 푸룻푸룻한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고무나무도 여행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팔뚝보다 더 길고 굵직한 이구아나 두 놈이 산책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무더위를 피할 요량인 모양이다. 여유가 만만하고 매우 한가롭기만 하다.
후텁지근한 적도의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종의 여행객들이 북적거린다.날씨는 바람조차 미동을 하지 않고 녹음이 드리워진 나무 그늘조차 시원함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의 얼굴을 닦아내고 목덜미를 훔쳐댄다. 이런 후텁지근함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여행객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반다 미스 자큄' 단지
높은 습도로 후텁지근함이 정도를 넘어설 때는 입 안을 얼얼하게 하는 차거운 아이스크림이 제격이 아닌가. 그나저나 싱가포르의 국화라고 하는, 양난 종류의 하나인 '반다 미스 자큄(Vanda Miss Jonquim)' 단지로 여행객들의 발길은 이어진다.'반다 미스 자큄'을 국화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고유명칭은 싱가포르 공화국이다. 국토의 면적은 서울특별시와 어상반한 넓이의 719.1평방 킬로미터이며, 인구는 600여 만 명에 불과한 도시국가이다. 인구는 서울특별시 인구의 대략 2/3쯤이다.
어쨌든 한반도에서는 식물원 등의 특별한 장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철 푸른 수목들이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가지가지다.그러나 여행객에게는 어쩌다 들은 이름조차 낯선 거였다. 신갈 떡갈 상수리 졸참 등의 대여섯 식솔을 이루고 있는 참나무가 60~70%를 차지하고, 남은 20~30%조차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로 상대적으로 빈약한 한국의 산하에 비하면 수량과 품종에서 압도하고도 남을 수목들의 천국인 것이다.
'보타닉 가든'에서 비교적 시원한 미니 석굴(?)의 인공폭포 터널
정오를 훌쩍 넘겼다.허기를 채울 수 있는 즐거운 점심시간이 아닌가. 그러한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살아 있는 온갖 동물들의 본성이다. 이제 우리들의 이동 베이스캠프인 버스가 움직일 시간이다. 이동 베이스캠프의 냉방의 버스가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버스 안이 시원하면 바깥도 시원하겠지. 그것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잠시잠깐의 환각이며, 환각은 정신을 지배하기 마련이다.해산물 식당 '난양(NanYang)'을 들어서니,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음식을 코앞에 두고 심사가 갈린다. 배가 고프면 힘이 빠져 시름시름거리는 축이 있는가 하면 곤히 늘어져 쿨쿨거리는 축도 있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대개 식곤증이 몰려와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기 마련인데,활기가 샘솟는 인총도 없는 건 아니다. 암튼 각양각색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해산물을 주 재료로 요리를 하는 식당, 중국 명칭은 '小紅樓(소홍루)', 영어식은 'Red House Sea Food', 시원한 냉방이 빵빵한 그곳에서 게요리를 비롯한 너덧 가지의 코스요리로 배를 잔뜩 채운 뒤, 오늘의 투어 일정인 실내 식물원으로 냅다 달려간다. 그러나 달려봤자 20~30분이면 넉넉한 지근거리가 아닌가.
[싱가포르 여행기] 실내 식물원
바오밥 나무를 본뜬 구조물
해산물 요리집 '난양'에서 배를 잔뜩 불리고 실내 식물원으로 향한다(14시 15분). 바오밥 나무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이 대여섯 우뚝우뚝 세워져 있는 실내 식물원 널찍한 주차장에 우리의 이동 베이스캠프인 버스가 도착한 것은 '난양'을 뒤로한 지 30분쯤이 흐르고 난 뒤다.
곧바로 주차장을 뒤로하고 유리처럼 투명한 재질의 거대한 구조물(유리 온실)의 입구를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수많은 열대 수목들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규모를 자랑하는 유리 온실 하우스 안에는 수많은 열대 수목들이 차례로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거였다.
여행객들의 북적거림도 실외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 못지않다. 배경이 그럴듯한 수목들이나 꽃나무 등을 만나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설쳐대니 사진촬영을 나온 건지 관광을 하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열대의 숲을 거대한 유리 온실 안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식물원의 이동 통로는 마치 산록에서 꼭대기까지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등산로처럼 안전하고 아금받게 조성이 되어 있다.
30~40m쯤 돼 뵈는 수직의 인공 폭포가 시원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10여 뿐쯤 이동을 하다 보면 땀을 식혀주는, 에어컨이 풀가동 되어 있는 쉼터가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며 여행객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다. 역시 무더운 국가의 여행객에 대한 배려일 테다. 사진촬영을 하랴, 각양각색의 열대 수목들을 살표 보랴, 정신없이 어마무시한 규모의 유리 온실을 두루 둘러본 뒤 유리 온실을 나선다. 두 시간쯤이 꼬박 흐른 뒤다(16시 10분).
[싱가포르 여행기] 리버 원더스(River wonders) / 조명 불꽃 쇼
실내외의 식물원을 죄다 둘러보고 난 뒤, 30분여 버스 이동을 하면 강물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리버 원더스(River Wonders)' 방문이다.철갑상어를 비롯한 덩치가 큼지막한 물고기부터 새끼손가락 만한 물고기까지 두루 만날 수 있는 데, 대부분이 대형 수족관인 아쿠아리움의 형태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희귀한 민물고기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리버 원더스'에도 간간이 에어컨 풀가동이 되어 있는 냉방의 쉼터가 여행객들의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다.이곳에도 역시 카메라도 바쁘고 여행객들도 헐떡이긴 마찬가지다. 유명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여행객들의 시선 끌기에 골몰하고,여행객들의 지갑이 손쉽게 열릴 수 있도록 묘수부리기가 여간 아니지 싶다.'리버 원더스' 관광은 1시간쯤이 소요가 되었다. 어느 사이 해거름이다(18시 20분).
'리버 원더스' 관광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해결한 뒤의 시간은 밤의 불꽃쇼 참관이 기다리고 있다. 실내 식물원 입구의 바오밥 나무 구조물들을 이용한 조명과 네온사인 등을 이용한 불꽃쇼가 벌어질 모양이다. 넓은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관광객들로 빼곡하다. 우리 일행들을 비롯한 수많은 관람객들은 광장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거나 드러누운 자세로 환상적인 밤의 불꽃쇼를 즐길 것이다.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네온불빛과 조명 그리고 약간의 폭죽을 이용한 불꽃쇼는 30분쯤 진행이 되었다. 어쨌든 싱가포르 여행의 첫째 날은 네온불빛과 조명 그리고 폭죽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불꽃쇼로 싱가포르 방문의 첫째 날은 화려하게 마감이 되었다(2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