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 제기 환경단체 "정치적 판결 아닌지 의구심"
"런던의정서 이제 누가 지키나…오염수 투기에 날개 달아줘"
원고 소송대리인 "각하 받아들일 수 없어…항소할 것"
17일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부산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이 법원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청구 소송 각하 결정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
법원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청구를 각하한 데 대해 소송을 제기한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정치적 판결"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관련기사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단체는 17일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주권과 세계 정의를 내팽개친 이번 선고가 '정치적 판결'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런던의정서는 8개 항목을 뺀 모든 물질에 대한 투기를 금지한 국가 간 협약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오늘 선고로 국제적인 신의와 조약 의무를 저버리도록 용인해줬다"며 "국제 협약을 개인은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겨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방사성물질의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의정서를 이제 어느 국가가 지켜나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핵발전소 사고가 또 일어나면 오염수는 모두 해양방류할 것이고, 전 세계 핵발전소의 방사성물질 해양방류를 규제할 방법도 사라졌다. 고준위핵폐기물도 해양투기가 용인돼 육상 처분장 건설은 필요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오늘 법원의 각하 결정은 일본 대법원으로 전달돼 이달 말로 예정된 해양투기에 날개를 달아줬고, 국민을 위한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허물었으며 세계적인 정의에도 흠집을 내버렸다"며 "해양생태계 오염과 파괴를 가속화하고 시민 생명과 안전에는 적신호가 켜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편협한 검증으로 일본에 '방류 보증서'를 제공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사법부가 또 하나의 보증서를 제공한 것에 대해 강한 분노와 실망감을 표한다"며 "오늘 국제 협약 준수 의무를 저버려도 좋다고 판결한 것을 역사는 길이길이 기억하며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부가 피고 도쿄전력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법인 민심 변영철 변호사는 "런던의정서는 전 세계 88개국이 가입한 국제조약이고,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가입돼있는 조약"이라며 "이를 국가에만 적용하고 개인은 청구할 수 없다는 도쿄전력의 논리를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판결이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각하 판결은 핵폐기물을 바다에 갖다버려도 국가가 모르고 있다면 국민은 투기금지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항소를 제기해 오늘 판결을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부산지법 민사6부(남재현 부장판사)는 부산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 근거로 든 런던의정서와 비엔나 공동협약은 재판규범이 될 수 없는 조약이어서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민법 217조 1항(매연 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금지) 역시 이 법원에 국제 재판 관할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