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수요일
김미지
빗줄기가 흘러내린다
씻기는 것은 회백색 매연을 뒤집어쓴 벽과 유리창인데
안쪽에서 말 없이 서 있는 이의 눈이 텅 빈다
교차로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흔들리는 우산을 고쳐쓰고 모퉁이 뒤로 사라진다 비는
이 골목 저 골목을 쓸다가 사라진 사람들을 쫒는다
누군가의 땀으로 젖은 한낮과
상처투성이 발로 찍어 놓은 자국을 모두 지우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맑게 갠 내일은
미쳐 씻기지 못한 각질에서 번들거릴 창과 벽의 안쪽까지
한 쪽 눈을 찡그린 누군가의 눈에 고스란히 비치겠지
말끔히 지운다고 지워도 남는 것이 있지
몸에 난 상처처럼 딱지가 떨어지고 씻어내도
끝내 옹이처럼 박혀 있는 자국
오늘은 비 내리는 수요일이고
계절보다 먼저 나뒹구는 잎사귀
아무렇게나 발 길에 채인다
날개 젖은 매미 울음 저만치 옅어지고
여름은 지나가는 중이다
카페 게시글
8월 글헤는 밤
비 내리는 수요일 (글 헤는 밤 참여 시)
김미지
추천 0
조회 73
24.08.21 18:10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신세대의 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