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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창작특성> 유창근 교수님
1) 동시 창작법
앞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동시 창작을 성인시 창작 이전의 준비단계로 알기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시 쓰기가 성인시 쓰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앞에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성인시 창작 단계를 거쳐 시가 무엇인가를 완전히 터득한 뒤에 동심과 접맥시켰을 때 한편의 동시가 비로소 창작된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김영일은 자신의 동시 작법에 대하여 다섯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을 중심으로 동시 창작의 한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사람이면 즐겁거나 흥겨울 때는 콧노래를 부르기 마련인데, 그 노래 가운데 자기 마음대로 지어 흥흥거리는 부분을 종이에 옮겨 적고 다듬으면 그것대로 하나의 시가 된다는 것이다. 재료가 극히 오랫동안 머리 속에 있어서 자연히 발효한 때에 기쁨을 갖고 표현하면 그것은 좋은 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둘째, 언어의 절약이다.
산골길 가다가다 휘파람 분다. 동무생각 난다.
-김영일의 <산골길> 전문
전체가 18자 밖에 안되는 이 시의 창작 동기를 김영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산골길을 가는 아이는 아마 산너머에, 또는 시골의 외갓집에라도 가는지 모른다.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가 반겨 주고 또 동네 아이들과 재밌게 논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산골길을 간다. 길에는 벌레들이 울고 있다. 또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어 준다. 이런 속에서 이 아이는 자연히 휘파람이 나온다. 휘파람을 불며 산골길을 거닐면 작년에 외갓집에서 놀던 동무들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더 빨리 걸음을 걷는지도 모른다.
위와 같은 생각을 머리 속에 넣고 이것을 단순화시켜 <산골길>이라는 시를 썼다고 한다. 군더더기 말은 빼어 버리고 알맹이만, 꼭 하지 않으면 안될 말만 골라서 써야 시가 된다는 말이다.
셋째, 시의 본질은 사랑이다. 동시에 있어서 사랑은 동심을 그리워하는 사랑이며, 어린이 세계를 이해하는 사랑이다.
옆집 아이가 화경으로 개미를 쬐고 있다. 추운 아침 -김영일의 <추운 아침>에서
비록 작은 생물이지만 추위에 떨고 있는 개미에게 볼록렌즈(화경)를 쬐어 따뜻하게 해 주는 행위는 곧 사랑이다.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할 때에 진실된 시가 탄생될 수 있다.
넷째, 시는 느낌의 세계이다. 시라는 것은 깊은 느낌이 있어야 하고, 그 느낌이 단순화되어야 하고, 또 단순화된 느낌이 개성이 있어야 된다. 특히 시에서는 개성이라는 게 필요하다. 그 사람이 아니면 쓸 수도 없고 생각하지도 못할 그런 것을 써야지 다른 사람과 비슷한 것을 쓰면 그것은 시로서 가치가 없다. 그리고 시를 짓는데 가장 빠른 길은 사물을 잘 관찰하는데 있다고 김영일은 밝히고 있다. 모든 일을 그저 보아 넘기지 말고 찬찬히 주시하고 거기에 대해 느끼는 것을 노트에 적어 두었다가 자꾸자꾸 고치면 나중에는 알맹이만의 좋은 시가 나올 수 있다.
다섯째, 많이 읽고 많이 지어야 한다. 시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선배들이 써놓은 시를 자꾸자꾸 읽어보는 일이다. 자꾸 읽는 가운데 자신도 미처 느끼지 못한 점이 발견되고 자신의 생각과 공통되는 점도 발견된다. 그러고 나면 자신이 쓰고 싶은 동시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고, 거기에 자신의 관찰과 추억을 더듬어 생각을 적으면 반드시 좋은 동시가 빚어질 것이다.
동시 창작에 대한 견해는 이밖에 많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는 창작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적절한 말을 써야 한다. 시는 설명이 아니고 표현이라고 했다. 따라서 말을 아껴 써야 하고 자기의 느낌이나 감동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말, 가장 적당한 말을 찾아야 한다. 가장 적절한 말이란 자기 느낌에 일치하는 말, 즉 느낌에서 떠오르는 말을 일컫는다. 그리고 다른 느낌이 섞여 있지 않은 말이 가장 적절한 말이다.
재깔대며 따박따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피천득의 <아가의 오는 길> 1연
위의 시에서 '재깔대며'라는 표현은 여럿이 명랑하게 떠드는 것을 말하는데 만약 이 부분을 '얘기하며'로 쓴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막연히 '얘기하며'라고 표현하면 명랑하게 떠든다는 것 이외에 슬픈 마음으로 얘기할 수도 있고 기쁘게 얘기하는 것, 정답게 얘기하는 것, 소근소근 얘기하는 것 등 수많은 느낌을 다 포함하고 있어 알맞은 말이 못된다.
② 줄이고 줄여서 써야 한다. 김영일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시를 쓰려면 말을 아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설명을 피해야 하며, 둘째, 압축하여 표현해야 한다.
③ 행과 연을 구별하여 써야 한다. 한 줄에 죽 이어서 쓰지 않고 줄을 바꿔가며 써야 한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
-권태웅의 <감자꽃> 1연
이 동시에서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라고 한 줄로 쓰지 않은 까닭은 '자주 꽃 핀 건/자주 감자'하고, 일단 끊어 놓음으로써 생각할 여유가 생기게 한 때문이고, 가락을 잘 살려 쓰기 위해서 행과 연을 가르게 되었다. 가락을 무시하고 '자주 꽃/핀 건/자주 감자'라고 썼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무 뜻도 없이 무조건 행을 갈라서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④ 다른 사물에 비겨서 표현해야 한다. 직유와 은유를 경우에 따라 적당히 쓰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처럼 울지도 않고 엄마처럼 한숨도 안 짓고 노상 기뻐하네요, 고마워 하네요.
-석용원의 <새와 나리꽃> 4연
직유법을 잘 살려 쓴 시이다. '하늘은 호수/푸른 호수' 따위의 은유법이나 '냇물이 졸졸졸/노래하며 흐른다'처럼 의인법을 썼을 경우에도 훨씬 더 정답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⑤ 시인의 생각을 전달하되 어디까지나 어린이의 정감을 통하여 이뤄져야 한다.
(1) 창작상의 유의점 동시를 쓰기에 앞서 다음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반드시 숙독해야 하는데 이는 곧 동시 창작 방법의 요약이 될 수도 있다.
① 제재 어린이의 생각이나 마음의 세계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동시의 제재가 될 수 있다.
② 감정 정리 제재를 동시로 쓰기 전에 표현과 구성 등을 깊이 생각하는 감정의 정리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주제가 성숙해지고 사고와 감정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
③ 이미지 어떤 정경을 그릴 때에는 그 이미지가 명확하게 떠오르도록 써야 한다.
④ 언어 절약 시는 설명이 아닌 암시의 세계이니만큼 되도록 짧은 말 속에 모든 의미가 간직되도록 해야 한다.
⑤ 행의 구분 행을 구분할 때에는 리듬의 단락을 짓기 위해서, 또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 할 것이지 아무 이유 없이 행을 구분해서는 안된다.
⑥ 언어 선택 언어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도록 알맞고 시적인 언어를 가려써야 한다.
⑦ 비유 동시에 직유나 은유를 쓰되 될 수 있으면 시인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고 싱싱한 비유를 골러 써야 한다.
⑧ 생동감 동시는 특별히 생동감이 넘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동감이란 어린이의 마음과 일치하거나 어린이의 부단한 행동성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윤석중의 <먼길> 전문
⑨ 사상과 감정의 조화 동시는 표현에서 느낌으로 그리고 느낌에서 감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창작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작가의 사상과 감정이 통일 내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쓰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감정을 여러 각도로 어루만진 다음, 표현과 구성에 대한 정리를 하면서 사상과 감정이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작가의 사상과 감정의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이미지가 선명할 수 없다.
아가의 새 이불은 꽃사슴 이불, 포근한 햇솜에 꽃사슴 이불, 소로록 잠든 아가 꿈 속에서 꽃사슴 꽃사슴 타고 놉니다. -유경환의 <꽃사슴> 전문
(2) 시 감상 방법 시는 여러번 반복해서 읽으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시를 창작하려는 사람은 선배들의 좋은 시를 읽을 때, 또 교사나 부모는 동시를 어린이에게 경험시킬 때 다음과 같은 점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① 소재를 알아본다. ② 시의 형식과 구성을 알아본다. ③ 시 속의 리듬을 알아본다. 외재율과 내재율을 구분하여 리듬을 생각해 본다. ④ 각 연에 나타나 있는 이미지와 전체적인 이미지를 알아본다. ⑤ 시인이 나타내려고 한 주제에 대해 알아본다. ⑥ 표현이 재미있거나 잘 된 곳을 찾아본다. ⑦ 되도록이면 외워둔다. ⑧ 시를 산문으로 고쳐 써 본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감상시킬 경우 부모나 교사는 재미있는 동시를 택하여 가끔 산문으로 고치는 작업을 시켜볼 필요가 있다. 또 시의 내용을 미리 그림으로 그려 두었다가 그 그림 자료를 보고 시를 외우게 하고 산문으로 이야기시키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다음에 이 같은 예를 제시한다.
운문 자료
콕 콕 콕 병아리가 쪼아보다가 이리 저리 바람이 흔들어보다 주룩주룩 소나기에 잠이 깨었나? 방실방실 꽃잎들이 웃고 있어요. -유창근의 <꽃잎> 전문
산문 자료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한낮입니다. 꽃밭에 피어 있는 꽃들이 모두 잠이 든 것처럼 꼼짝도 않고 누워 있습니다. "여보셔요, 여보셔요, 그만 일어 나셔요." 노란 병아리가 채송화 꽃잎을 콕콕콕 쪼아 봅니다. "여보셔요, 여보셔요, 잠을 깨셔요." 지나가던 바람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봉숭아 꽃잎을 이리저리 흔들어 봅니다. 그러나 꽃잎들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꽃잎은 정말 잠꾸러기인가 봐요. 그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소나기가 한 줄기 쏟아져 내렸습니다. 채송화 꽃잎 위에도 봉숭아 꽃잎 위에도 소나기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아! 시원해. 이젠 살 것 같애." 소나기를 맞고서야 부시시 잠이 깬 꽃잎들은 마주 보며 서로 방실방실 웃었습니다.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 꽃밭에는 예쁜 꽃잎 친구들이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꽃잎>
(3) 동시 작가들의 양심 아동문학가 중에서도 동시인들의 수효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양적으로 팽대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질적인 저하를 초래할 수 있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양심을 망각한 문인들이 전체 문단을 흐려 놓은 경우를 가끔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인은 일반인과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이세리의 다음 글은 동시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말이다. 이 <兒童王國>의 入住 許可는 左記 該當者에겐 발부되지 않거나 취소된다는 점을 명심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어린이> 목소리를 흉내내는 咽喉炎 患者 2. <어린이> 용어를 빌어 잠꼬대를 나열하는 感傷家 3. 구태의연한 매너리즘에 안식하는 소위 老大家 4. 안이한 濫作을 일삼는 賣文的 童謠 作家
또 오늘날 동시인들이 각성할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동시를 쉽게 생각한 나머지 연구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질 동시가 나돌고, 좋은 동시 대신 표절 동시가 여기 저기서 독버섯처럼 솟아나고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특히 표절에 관한 문제는 요즘에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어 그와 같은 문인들의 질적 향상이 시급히 요구된다. 표절의 양상은 대략 다음 다섯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원작을 더 부연해서 길게 풀어 쓴 것 같은 경우, 둘째는 이와 반대로 원작의 어떤 부분을 줄여 더욱 간명하게 한 것, 셋째는 원작을 부분적으로 좀 고쳐 놓는 것, 넷째는 남의 작품의 어떤 구절을 그대로 빌어다 쓴 것, 다섯째는 둘 이상의 여러 작품을 가져다 모자이크 한 것 등 실로 다양하여 구분해 내기가 힘든 형편이므로 다만 시인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어린이들에게 주어야 할 시가 몇몇 그릇된 시인들에 의해 잘못 전달될 때 모든 시인들은 어린이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고 마침내는 좋은 시까지 회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시를 잘 선택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어린이가 사랑할 수 있는 시를 가려낼 경우, 어떤 시를 회피해야 하나에 대하여 케네스·그레암은 그의 선시집 {케임브리지판 어린이들 위한 시집}을 엮으며 몇 가지 제약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페어리의 시와 노래는 선택했으나 무운시와 드라마는 전혀 선택하지 않았다고 케네스·그레암은 말한다. 다음으로 17·8세기의 시는 그 고전적인 형식과 고전적인 은유 때문에 더 큰 다음에 주어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피해 버렸으며 또 고대어와 방언도 피해 버렸다고 했다. 케네스·그레암은 흔히 쓰는 말의 철자를 배우는 데에도 고생을 하는 어린이들한테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죽음과 같은 제재는 어린이들의 시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제로 "죽은 부모, 죽은 형제 자매, 죽은 아저씨·아주머니, 죽은 강아지·새끼 고양이, 죽은 새, 죽은 꽃, 죽은 인형" 등 놀라울 정도의 많은 시가 지어졌지만, 이 사망 광고와 같은 시는 모두 제쳐버리고, 살아 있는 생명의 기쁨을 노래한 시만을 어린이들한테 주었다. 또 창조성이 없는 것, 다만 형식상의 시는 제쳐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이에 대해서 노래한 시도 제쳐 버렸다. 이 마지막의 종류와 같은 회고조는 어린이의 흥미라기보다는 어른의 흥미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제외할 시를 결정하고는 케네스·그레암은 그 결과를 "이와 같은 제약은 필연적으로 두 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첫째 이 시집은 주로 서정시이며……, 둘째는 다 떨어뜨리니까 아주 작은 한 다발이 되었다"고 말한다. 양심에 의해서 씌어진 시인가 아닌가는 어린이들이 먼저 알아본다. 권위주의나 상업주의에 물든 시인의 작품도 어린이들은 알아본다. 그러나 어른들의 양심이 되돌아 올 것을 다만 말없이 기다릴 뿐이다.
2) 동화 창작법
(1) 동화의 조건 동화의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상이 어린이임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동화 창작에 앞서 다음 몇 가지 동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염두에 두고 창작에 임해야 한다.
? 어린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 어린이만의 생활 모습이 담겨 있는 동화에 어린이들은 흥미를 갖는다.
? 어린이는 어른보다 감각에 대한 욕구가 강하므로 색채·음향·향기·운동 등 감각을 자극시킬 수 있는 내용의 동화라야 좋다.
?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에 더 안정감을 갖고 친밀해지므로 생소한 이야기를 주어서는 안된다.
? 어린이는 리듬과 반복을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유아를 상대로 창작하는 동화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어린이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 어린이들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어린이 스스로 항상 움직이고, 다른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화의 내용도 정적인 것보다 활동적인 것이 좋다.
? 어린이들은 강력한 탐구심, 호기심이 있다. 또한 어떤 것에 대한 기대감 등을 갖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심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창작해야 좋다.
? 어린이들은 모험심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천진난만하기 때문에 티없는 웃음이 담긴 희극성을 좋아하므로 이 같은 곳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어린이들은 사실보다 조금 과장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너무 터무니없이 과대 과장하거나 과소 과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
(2) 주제 동화의 창작과정을 일반적으로 주제-구성-문체 등 이른바 구성의 삼대 요소로 이루어진다. 주제Thema는 작품의 중심 사상이 되므로 주제가 선명하지 않으면 작품 전체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뿐더러 문학적인 감동도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주제가 지나치게 겉으로 드러나서 어린이가 작품을 읽는 도중에 작품의 내용이나 방향을 미리 알게 된다면 그 작품은 실패작이 되고 만다. 주제는 작품 속에 드러나지 않게 깔려 있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산만하지 않도록 일목요연하고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주제 선정에서 동화는 성인 작품처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는 것이 못되므로 대상이 어린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교육성을 포함한 주제에 접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마디로 주제 선정에 있어서 교육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주제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 교훈적이거나 교육적 목적으로 작품이 씌어진다면 문학으로서의 예술성을 상실할 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이 무미건조해지기 쉽다. 양영희는 1980∼1984년도에 발표된 한국 창작동화 130편을 주제별로 분석한 바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사랑(36.92%) : 부모의 사랑, 형제의 우애, 이웃 사랑, 따뜻한 가정, 할머니의 사랑, 선생님의 사랑, 우정, 사람과 동·식물의 사랑.
?자연의 아름다움(15.4%) : 계절의 변화, 동·식물의 조화, 자연과의 대화, 자연과의 만남, 아름다운 희망, 비, 바람, 구름, 태양의 아름다움.
?문제 해결력(9.23%) : 총명과 지혜, 판별력.
?자아 성장(9.23%) : 자아의식 및 자아개념, 용기와 희망.
?생활 습관(7.69%) : 준법정신, 일찍 일어나기, 저축심 장려, 실천력, 불조심.
?권선징악(7.69%) : 착한 행동의 보람, 착한 마음, 허황되고 잘못된 생각에 관한 것.
?대인관계(6.14%) : 협동·봉사, 책임감, 희생, 이웃돕기, 공정한 경쟁.
?애국심(4.62%) : 반공 정신, 6·25 이야기, 한글 사랑, 나라 사랑, 주체의식
?전통문화(1.54%) : 칠월칠석, 한가위 옛풍속.
?기타(1.54%) : 기대감, 탄생.
양영희는 또 이들 작품을 소재별로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생활성(40.04%) : 생활 주변의 이야기, 현실적인 사건. ?팬터지(24.60%) : 환상적인 세계, 꿈의 세계, 가공의 세계. ?동·식물의 의인화(22.27%) : 사슴, 병아리, 다람쥐, 새, 매미, 호랑이, 송아지, 포도, 밤, 민들레, 여러 가지 꽃 등. ?우화성(7.70%) : 옛날 이야기. ?자연의 의인화(5.39%) : 바람, 구름, 태양, 별, 무지개, 눈, 비, 달, 등.
(3) 구성 동화의 구성 plot은 인물(성격), 사건(행위), 배경(환경) 등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① 인물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반드시 어린이여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어린이 이외의 어떤 인물도 가능하며 자연이나 현실의 무생물·동물·식물 등도 얼마든지 훌륭한 등장인물이 될 수 있다. 특히 팬터지를 내용으로 한 동화에서는 주인공이 천사일 수도 있다. 동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의인화된 동화에서는 동·식물이나 자연의 모든 사물이 인격화되어 어린이의 상상력에 의해 서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인물을 어떤 성격으로 묘사하느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인물 설정을 잘 해야 한다. ② 사건 사건은 동화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작가가 창작할 때에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 옛날 이야기에서는 인물이나 배경보다 사건, 즉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었고, 창작동화에서도 사건의 전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좌우되므로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건의 전개, 즉 이야기의 진행은 작품의 생명이며 흥미의 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 동화는 인물성격의 추구이며, 상황의 묘사가 요구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품 인물을 둘러싼 사건을 생동감 있게 그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사건은 기·승·전·결의 원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바꿔 말하면 이야기의 발단→전개→절정→결말의 순서로 사건을 적절히 나누어 짜야 한다. 먼저 발단은 한 작품에 대한 글의 실마리이므로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결정된다. 작품의 첫 부분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안되므로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갈쿠리로 독자의 마음을 낚아채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영어로는 이 대목을 Hook-part라고 한다. 발단 부분은 첫째, 간단 명료해야 한다. 인물, 시대, 장소, 상황 등을 먼저 내세워 이야기의 요점을 간단히 소개하고 나서 본 줄거리로 들어가야 한다. 둘째, 감각적인 자극을 주어야 한다. 즉, 추위·굶주림·아름다움·슬픔·동정 등 정감으로 재빨리 동심을 포착해야 한다. 어린이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감각을 자극하면 여러 가지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 무의식중에 이야기 속으로 이끌려 들어갈 수 있다. 셋째, 누가 읽든지 다같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즉각 무대 위에 등장시켜서 군소리를 덧붙이지 않고 곧 어떤 활동을 시작하게 한다. 끝으로, 대화보다는 해설 내지는 기술을 하는 것이 인물의 풍채와 활동을 직접 보여주는 데 편리하다. 전개 단계에 있어서는 주제를 내면에 담고 있으면서 흥미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야기 도중에서 결말에 나타날 수 있는 사상이 노출되어서는 안되며, 내용의 종결을 향하여 점진적으로 흥미를 고조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이 유기적인 통일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유기적인 통일성과 생동적인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술 작품으로서의 동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언제나 서스펜스suspense에 충만되어 있어야 하며, 이야기의 종결을 향해서 이야기의 본 줄거리를 천천히 긴장된 국면을 향해서 진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성격, 사건이 우연한 계기에 의해 일어난 결과로 만들지 말고, 필연적인 계기로 빚어진 결과로써 그려 놓아야 한다. 동화의 절정climax 부분은 흥미와 정서를 절정의 상태에 오르게 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름답고 밝은 놀라움이 깃들여 있어야 한다. 결말 부분은 어린이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가운데 끝맺음해야 하며, 교훈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가운데 끝을 맺어야 한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를 요약한다거나 교훈적인 해설을 덧붙여 놓는다면 이는 하나의 군더더기로서 작품을 실패작으로 만들게 된다. 동화의 스토리는 소설보다 자유스러운 데 반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비도덕적인 내용·범죄·폭력·성의 문란 등에 관한 것은 다루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팬터지 도입 문제에서 합리성을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붕어새끼는 영희라는 아이의 고마운 도움에 감사하여 어떻게든지 감사의 편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붕어새끼는 편지를 썼습니다.> "고마운 영희 아가씨, 아가씨의 덕택으로 저는 살았습니다…." 이 창작동화에서 개울의 붕어새끼가 어찌 편지를 쓴단 말인가. 그것도 종이에 쓴 편지를 물에 띄어 영희에게 전하는데 이르러서는 어색해서 읽기에 민망할 정도이다. 너무나도 사실성을 떠난 동화이다. 공상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커다란 오해이다. 아무리 공상이요, 꿈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합리성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는 안된다. 또 팬터지에는 논리성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새가 날아간다'라고 하지 않고 '새가 기어간다'라고 표현했다면 이는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우며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다. ③ 배경 배경은 환경이라는 말과도 바꿔 쓸 수 있는데, 동화 창작상의 배경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 설정의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작품의 배경에는 팬터지와 리얼리티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팬터지에서는 무한한 시공을 초월할 수 있으나, 리얼리티에서는 그 배경이 어린이들의 생활 주변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배경의 선정은 이야기의 흥미를 돋구는 중요한 구실을 하며, 어린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4) 문체 동화 작가는 동화의 독자가 어린이라는 특수 집단임을 감안하여 특히 문체에 세심한 배려와 연구를 해야 한다. 프랑스의 뷔퐁 Buffon은 '문체는 곧 사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동화 작가는 항상 문장에 대한 기초를 익히고 자기 자신에 맞는 문체를 잘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동화의 문장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써야 하고 발단 단계에 맞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 문장 역시 쉽고 간결하며 구조가 복잡하지 않게 써야 한다. 그리고 혹시 모르는 어휘가 나올 경우 문장의 앞 뒤 문맥을 통해서 그 뜻을 파악해 낼 수 있도록 써야 한다. ? 생동감 있고 감각적인 문장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생동감 있는 문장이란 리듬 있는 문장과도 연관이 있다. ? 서술어미 처리는 일반적으로 '∼했습니다', '∼습니다' 등 구어체 존대어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친근함을 갖게 한다. ? 표준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특별한 경우에 사투리를 대화체에 사용할 수도 있으나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표준어의 표기와 함께 설명을 붙여주어야 한다.
(5) 팬터지의 도입 팬터지란 '지각의 대상을 심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며 또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것을 상상력으로써 모양으로 바꿔 놓는 활동이나 힘, 혹은 그 결과'라고 옥스퍼드 중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팬터지라고 할 수 있기는 하나, 그 저작 속에는 때묻은 낡은 문구와 곱기만한 정서, 상상력으로 형성되었다기 보다는 억지 다짐의 사건이 가득차고, 쓰는 형식도 자연스럽지 못하며, 마치 어린이가 읽는 것이기 때문에 수준을 낮추듯 씌어진 작품은 팬터지가 아니라 우작이며, 가짜와 같은 대용품이다. 팬터지는 다른 픽션과는 별개의 풍토, 즉 비현실 속의 현실, 믿기 어려운 세계의 진실성이란 분위기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팬터지를 쉽게 받아들이는 까닭은 어린이한테는 상상력과 경이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스미스 여사는 말하고 있다. 그는 어떤 팬터지의 책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비길만한 작품은 없다고 말하며, 팬터지의 대표적 작품으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손꼽고 있다. 다음에 팬터지를 도입한 경우의 몇 가지 동화를 제시한다. 이 동화의 서두를 통하여 팬터지로 옮아가는 방법을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기1> 옛날 어느 곳에 나무꾼 한 사람이 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호랑이는 큰 입을 벌리고 다가오더니 "오늘은 너를 먹겠으니 잠자코 내 밥이 되어라." 했습니다….
-전래동화에서 <보기2> 조용한 가을 밤입니다. 중천에 뜬 달이 전나무 숲을 젖어 들었습니다. "이보게, 우리들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살면서 인사도 없이 지낸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겠나?" 굴밤나무는 가까운 거리에 서 있는 보리수나무를 건너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그러고 보니…" 하고 보리수나무도 번져 오는 달빛에 번질번질 잎사귀를 살며시 흔들며 말을 꺼냈습니다.
-유여촌의 <굴밤나무와 보리수나무>에서 <보기3> 찬바람이 산을 거슬러 치불었습니다. 마른 잎이 떨어지지 않은 굴밤나무들이 와스랑거리며 몸부림을 했습니다. 소나무들은 바람이 차도 점잖게 우우…낮은 소리만 했습니다. "여보, 눈이 올 것 같소." 굴 속에서 목을 빼어 바깥을 내다보고는 소스라치는 시늉을 하며 너구리 어미가 말했습니다. "올 때도 됐구마." 아버지 너구리는 칡덩굴로 신발을 삼으며 고개도 들지 않고 대꾸했습니다.
-이원수의 <명월산의 너구리>에서 <보기4> 엘리스는 언니와 같이 강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 할 일이 없으니까 지루한 생각이 나서,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을 한두 번 넘겨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었습니다. (중략) (엘리스는 날씨가 더워서 졸음이 오고 머리가 띵해졌어요. 그래서 되도록 정신을 차리고 무엇을 할까 하고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이때 갑자기 눈알이 빨간 흰토끼 한 마리가 엘리스 옆을 깡충깡충 뛰어 지나갔습니다. "아이 참, 늦어지겠다." 엘리스는 그 토끼가 혼자서 종알대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토끼가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보면서 빨리 뛰어가는 걸 보고서야 엘리스는 놀라 일어났습니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이상 네 가지 이야기의 서두를 보고 팬터지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이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보기1>의 나무꾼과 호랑이가 만나는 장면에서 대뜸 호랑이가 말하는 걸 보게 된다. 가장 용이한 공상으로의 이행이다. 그것은 우화의 세계와 같다. 이런 동화는 모두 시공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동화에서는 사실적인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보기2>에서는 정경묘사를 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전나무 숲의 달밤 풍경이 그려진다. 그것은 먼 먼 옛날 어느 곳의 일이 아니요, 작자가 보고 있는 산 속의 일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한 장면에서 굴밤나무와 보리수나무가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가 그 초자연적인 얘기를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아닌 또 다른 세계 -즉 식물들의 세계에도 인간같은 감정이 흐를 수 있겠다거나 그렇게 상상해서 무방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3>은 너구리들의 얘기다. 너구리가 무슨 사람들의 말을 주고 받고 할 것이며 칡덩굴로 신발을 삼을 것인가. 이 동화에서는 기타를 치는 아들너구리, 맘보바지를 입고 기타에 맞춰 맘보춤을 추는 딸 너구리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너구리들의 생활이나 그들의 사회가 아니고 인간의 사회다. 인간의 일을 너구리라는 동물들에게 가탁해서 만든 이야기라는 커다란 전제를 이해해 주기 때문에 우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리를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보기4>는 꿈얘기로서 팬터지에 들어간 작품이다. 엘리스는 심심해하다가, 졸립다가, 그러다가는 제 옆을 지나가며 종알대는 토끼를 본다.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보고 늦겠다고 걱정을 하는 토끼, 독자는 거기서 그러한 사실의 존재 여부를 말하기 전에 그 얘기에 끌려 들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명작으로 남아 있는 동화지만 꿈 얘기로서는 지나치게 길고 자세한 것이다. 그런 자세한 꿈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 동화가 제작될 시대에는 그것도 무난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런 방법은 졸렬한 축에 낀다. 우리 나라 동화 중에도 놀랄만치 초자연적인 신기한 얘기를 해 놓고는 그것은 꿈을 꾼 것이었다는 해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재치있는 방법이 못된다. 팬터지에 스무스하게 들어섰더라도 등장 인물의 자유분방한 행동이나 생각들도 우리들의 생활체험이나 사고력에서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동화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동물이 등장하여 인간스러운 언동을 할 때에는 그 동물의 습성이나 형태에 맞는 짓을 해야지 엉뚱한 행동을 해서는 리얼한 느낌을 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6) 동화 감상에서 알아둘 일 동화를 감상할 때는 여러 가지 알아둘 일이 있으나 특히 다음 다섯가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줄거리를 알아보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지은이의 중심 생각, 즉 주제를 파악하는 데 힘써야 한다. ? 등장 인물의 성격을 파악한다. ?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한다. ? 표현이 잘된 곳과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 본다. ? 동화의 주제 속에 자신의 생활 모습을 비춰보고,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할 점이나 고칠 점 등을 생각해 본다. (7) 소설 감상에서 유의할 사항 소설을 읽을 때는 등장 인물의 행동, 말, 생각을 통하여 소설의 주제를 알아내며, 소설의 장면을 통하여 그 시대적, 사회적 특징을 알아내야 하는 등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 소설은 우리 생활에서 실제 있음직한 일을 이야기로 꾸민 것임을 안다. ? 소설에도 동화처럼 배경이나 마음의 움직임을 자세히 묘사함을 안다. ? 소설의 3대 요소는 동화와 마찬가지로 인물·사건·배경임을 알고 소설을 읽으며 이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다. ? 배경에는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 사회적 배경이 있음을 안다. ? 소설은 그 종류를 시대, 내용, 독자, 길이에 따라 나눌 수 있음을 안다. ? 우리 나라의 현대 소설은 1894년 갑오경장 이후에 나온 것임을 알고 고대소설과 현대소설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문 <두꺼비와 다람쥐>
미야네 헌 집터의 돌담 밑에서는 큼직한 두꺼비가 한 마리 살고 있고, 돌담 사이의 늙은 밤나무 구멍에는 다람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두꺼비네 집에 물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골짜기 중간을 막는 저수지 공사가 끝나서 물을 가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영문을 모르는 두꺼비는 돌담 위로 올라가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물은 점점 불어 올라와서 돌담이 잠기게 되었습니다. 두꺼비는 다람쥐에 집으로 올라가서 집에 물이 들어서 그런다며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람쥐는 자기처럼 나무위에 집을 짓고 살라고 비웃기나 할 뿐 내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물은 점점 불어서 다람쥐에 집에도 물이 들게 되었습니다. 다람쥐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와 밤나무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두꺼비는 이미 밤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은 점점 불어 밤나무도 모두 잠길 지경이 되었습니다. 다람쥐는 영락없이 죽게 생겼다고 울면서 야단이었습니다. 그 때, 두꺼비가 말했습니다. "너무 걱정 마. 살 길이 있겠지. 내 등에 업혀 봐라." "네가 날 업고 헤엄칠 수 있을까? 네 헤엄 솜씨가 대단하긴 하지만…." 다람쥐는 미안했지만 두꺼비의 등에 업혔습니다. 두꺼비는 한 손으로는 나뭇가지를 잡고 시험삼아 물 속으로 들어가 보았으나 뜨질 않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두꺼비는 나무 위로 도로 나와서 다람쥐에게 말했습니다. "회초리를 꺾어 가지고 내 등을 막 때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어." 다람쥐는 회초리를 꺾기는 하였지만 때릴 수는 없었습니다. "어서 때려! 나는 회초리로 등을 맞으면 배가 커진다구. 어서 때려!" 두꺼비는 막 화를 내었습니다. 다람쥐는 하는 수 없이 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두꺼비는 배가 불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업혀, 회초리를 가지고." 다람쥐는 두꺼비가 하라는 대로 다시 업혔습니다. 두꺼비가 물로 내려섰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둥둥 헤엄을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 헤엄을 치다 보니까 또 가라앉으려고 하였습니다. 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때려! 사정 없이 때려!" 다람쥐는 울면서 두꺼비의 등을 때렸습니다. 다행히 두꺼비는 물가까지 헤엄쳐 나갔습니다. 물가에서 기절한 두꺼비를 다람쥐가 업고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특징 두꺼비 : 회초리로 등을 두드리면 배가 불러진다. 수영을 할 줄 안다. 다람쥐 : 수영을 못한다.
3) 소년소설 창작법
다음 소설은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이 쓴 <목걸이>이다. 이 글은 단편 소설의 대표작이다. 소설의 구성 형식이 잘 나타나 있는 글로 소년 소녀에게 적합한 소설이다. 특히 소설의 구성에 관심을 갖고 읽어 보도록 한다. <목걸이> 허영심이 강하고 귀족적인 생활을 꿈꾸던 마틸드 롸젤은 문교부의 가난한 하급 관리에게 시집가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남편은 문교부 장관이 베푸는 야회의 초대권을 가지고 왔다. 자기 부인이 대단히 기뻐할 줄 알았던 남편은 의외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입고 갈 만한 옷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엽총을 사려고 모아 놓은 저금의 전액을 들여 400프랑으로 야회복을 사주었다. 야회날이 왔다. 옷은 꾸며졌는데도 롸젤 부인은 여전히 우울하였다. 몸에 찰 보석이라곤 하나도 없으니 신명이 안 날 수밖에. 그러다가 남편의 묘안으로 부자 친구인 프레스티에게 진주 목걸이를 빌었다. 야회날 밤, 참석한 모든 남성들은 그녀와 춤추기를 원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예쁘고, 우아하고, 애교 있고, 명랑하였으며, 즐거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롸젤 부인은 소스라쳐 놀랐다. 빌어온 진주 목걸이가 없어진 것이다. 호주머니며 어디며를 다 뒤졌으나 헛일이었다. 남편은 왔던 길을 몇 번씩 찾아보고 맥이 빠져서 돌아왔다. 다음날도 남편은 출근도 못하고 경찰서며, 신문사며를 돌아다니다가 아무 소득 없이 창백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들은 프레스티에 부인에게 편지를 써서 목걸이의 매듭이 부서져서 고친다고 핑계하여 시일을 끌어 놓고, 그와 같은 목걸이를 사다 주기로 하였다. 3만 6천 프랑이 있어야 했다. 그들은 물려받은 약간의 유산과 집과 세간 등을 모조리 털어 바치고도 모자라, 파산을 각오하고 이잣돈을 닥치는대로 얻어들여 비슷한 진주 목걸이를 사다 주었다. 프레스티에 부인은 늦게 가져왔다고 역정을 내었으나,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지 않은 것만이 다행이었다. 그로부터, 롸젤 부인은 지긋지긋한 고생을 맛보았다. 식모를 내보내고, 지붕 밑 단칸방에 세들고 살림 살이, 허드렛일, 빨래를 손수하고, 욕을 얻어 먹으면서도 악다구니 흥정으로 값을 깎아 푼돈을 모아서 이자를 갚고 원금을 돌려 주는 동안에 차림새며, 얼굴, 손이며, 언어 행동 등이 아주 천한 서민층의 아낙네로 바뀌고 말았다. 이런 생활이 10년간이나 계속되었다. 그들은 겨우 빚을 청산하였다. 젊고 아름다웠던 롸젤 부인은 그만 늙어 버렸고, 궁상맞고 거칠거칠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 어느 일요일, 피로를 풀려고 산책을 나간 롸젤 부인은, 어린애를 데리고 있는 한 부인을 보았다. 프레스티에 부인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젊고 아름답고 매력이 있었다. 다정스럽게 말을 거는 자기를 몰라보았다. 롸젤 부인은 자랑스런 마음으로 그 동안의 내력을 설명했다. 놀란 프레스티에 부인은 롸젤 부인의 두 손을 잡았다. "아이구 가엾어라, 마틸드! 내 것은 가짜였어, 겨우 5백 프랑밖에 안 들인 건데…." 다음 글은 이효석이 쓴 단편 소설이다. 노루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에서 인간과 동물의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소설 <목걸이>에서 예시한 것처럼 소설의 구성에 관심을 두고 읽어 보도록 한다. <사냥> 잇달아 두어 번 총소리가 산 속에서 울렸다. 몰이꾼은 산등성이를 넘어, 골짜기를 향하여 차차 죄어들어 왔다. 발 밑에서 요란히 버석거리는 떡갈잎, 가랑잎의 어지러운 소리에, 산을 싸고도는 동무들의 고함 소리도 귀 밖에 멀다. 상기된 눈앞에 늘씬한 자작나무의 허리통이 유난스럽게 희끗희끗 어린다. 수백 명 학생이 한 줄로 늘어서서, 멀리 산을 둘러싸고 노루를 골짜기로 모조리 내리모는 것이다. 골짜기 어귀에는 대여섯 명의 포수가 기다리고 서 있다. 노루를 놓칠 염려는 포수 편에보다 늘 몰이꾼편에 있다. 시끄러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하여, 몰이꾼들은 물샐틈 없는 계획과 담력으로, 맡은 목을 한결같이 경계해야 된다. 적어도 눈 앞에서 짐승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학년 사이의 연락을 긴밀히! 1학년 오른쪽 빨리 빨리 앞으로…." 전령이 차례차례로 전해 온다. 일제히 내닫는 바람에 온 산이 가랑잎 밟히는 소리에 묻혀 버렸다. 낙엽 속은 걷기 힘든다. 숨들이 찬다. 학년의 앞장을 선 학보도 양쪽 동무와의 간격을 고르게 지키면서 헐레벌떡거린다. 참나무 휘추리가 사정 없이 손등과 얼굴을 갈긴다. 발이 낙엽 속에 빠진다. 홧김에 손에 든 몽둥이로 나뭇가지를 후려치기도 멋없다. '미친 짓이다. 노루는 잡아서 무엇한담.' 아까부터, 실상은 처음부터, 이런 생각이 마음 속에 떠도는 것이었다. 노루잡이가 그다지 훈련이 될 듯도 싶지 않으며, 쓸모 없는 애매한 짐승을 일없이 잡는 것이 도무지 뜻없는 일 같다. 소풍이면 소풍, 그저 하루를 산속에서 뛰고 노는 편이 더 즐겁지 않은가? "인간이란 제 생각밖에는 못하는 잔인한 동물이다. 노루잡이는 아무 뜻이 없는 연중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기어이 입 밖에 내서까지 중얼거리게 되었다. 땀이 흘러 등이 끈끈하다. 별안간 포위선이 어지럽게 움직이더니, 몽둥이가 날며, 날게들 뛰어든다. 고함 소리가 산을 흔든다. "노루! 노루! 노루" "오른쪽 주의!" 개암나무 숲에 가리어, 노루의 꼬리도 못 본 채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송아지 만한 노루가 학보의 곁을 쏜살같이 지나 포위선을 뚫었다. 학보는 자신도 모르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쫓았으나, 날쌘 짐승은 순식간에 산등성이를 넘어 버렸다. "또 한 마리! 놓치지 말라!" 고함 소리와 함께 둘째 노루가 어느 결엔지 껑충껑충 뛰어온다. 겨누고 있는 학보의 모양을 보더니 옆으로 빗뛰어가 이것마저 약삭빠르게 뒷산으로 달아나 버렸다. 날씬한 귀여운 짐승-극히 짧은 찰나의 생각이나, 학보는 놓친 것이 못내 아까웠다. 동시에 겸연쩍고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놀라는 동무들의 말 소리가 얼굴을 달게 했다. "바보, 노루 두 마리 찾아 내라." 이런 말을 들을 때에, 확실히 몽둥이로 한 마리라도 두들겨 잡았더라면 얼마나 버젓했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이 골 안에는 이미 짐승은 더 없다. 동무들의 조롱을 하는 수 없이 참으면서 힘없이 산을 내려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요행이 잡은 것은 있었다. 망아지만한 노루 한 마리가 배에 총알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쏜 포수는 쏠 때의 형편을 거듭 말하며 은근히 오늘의 솜씨를 자랑하는 눈치였다. 다른 포수들은 잠자코만 있었다. 소득이 있으므로 동무들의 나무람은 덜해졌으나, 학보는 검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가엾은 짐승을 볼 때, 문득 일종의 반항심이 솟아오르며, 소득을 기뻐하는 무리가 한없이 미워지고, 쏜 포수의 잔등을 총개머리로 쳐서 거꾸러뜨리고도 싶은 충동이 솟았다. 품 안에 들어온 두 마리의 짐승을 놓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위대한 공같이도 생각되었다. 잃어버린 동무 한 마리를 찾느라고, 애닯은 노루 떼가 이 밤에 얼마나 산 속을 헤맬까를 생각하니 뼈가 저렸다. 인간의 잔인성이 갑절로 미워지며, 인정 없는 인간 중심주의의 생각에 침을 뱉고 싶었다. 죽은 짐승을 생각하고, 며칠은 마음이 언짢았다. 삼사 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입맛이 돌아왔다. 학보는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상에 놓인 맛있는 고기가 무엇인지를 기어이 물어 보았다. "장에 났더라. 노루고기다." 어머니의 대답에 불현듯 구미가 없어지며 숟가락을 놓았다. "노루고긴 왜 사요?" 퉁명스런 짜증에 어머니는 도리어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학보는 먹은 것도 모두 게우고 싶었다. 결국 고기를 먹지 말아야 옳을까? 하기는, 다시 더 생각이 날 것 같지도 않았다.
4) 아동극의 창작법
(1) 주제 동화나 소년소설이 그렇듯이 아동극 역시 주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극은 무대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른 장르와 다르다. 또한 주제는 읽히는 레제 드라마가 아니라 직접 무대 위에서 상연함으로써 즉각적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것은 곧 어린이들의 일상 생활이라야 하고, 어린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라야 동감을 사게 되고 이해하기 쉽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분명하고 선명해야 하나 너무 주제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또한 아동극이라는 제약성을 항상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세계와 너무 거리감을 주거나 규모가 거창한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극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 교육적이고 건전한 내용의 것.
? 미래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소망적인 것.
? 삶의 지혜를 주는 것.
? 불행과 고통을 극복해낼 수 있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
? 우정의 아름다움이나 불의에 대한 용감성을 담은 것.
? 부모 형제간의 진실한 사랑을 그린 것 등 휴머니즘 정신에 바탕을 둔 주제가 좋다. 웃음과 풍자 속에서도 인간성의 문제, 꿈의 문제가 영글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를 정한 뒤에 그 주제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게 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소재를 먼저 구한 뒤 주제를 정하기도 한다. 주제는 그 극본을 쓰는 목적과 같으며, 소재는 그 목적을 담은 그릇과도 같다. 폴티 George Polti는 괴테와 실러 그리고 드나버 세 사람의 설을 종합하여 드라마의 발단이 될 수 있는 극적 상황을 36종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탄원, ?주제, ?복수, ?육친끼리의 복수, ?도주, ?재난, ?참혹 또는 불운, ?반항, ?대담한 기획, ⑩유괴, ⑪수수께끼, ⑫획득, ⑬육친끼리의 증오, ⑭육친끼리의 싸움, ⑮살인적 간통, 발광, 얕은 생각, 모르고 저지르는 애욕의 죄, 모르고 육친을 살해, 이상을 위한 자기 희생, 육친을 위한 자기 희생, 애욕을 위한 모든 희생, 사랑하는 자의 희생, 강한 자와 약한 자의 싸움, 간통, 애욕의 죄, 사랑하는 자의 불명예를 발견, 사랑의 장해, 적에 대한 애착, 야망, 신과의 싸움, 잘못된 질투, 잘못된 판단, 회한, 잃어버린 자의 발견, 사랑하는 자를 잃음. 그러나 이와 같은 36가지의 상황이 아동극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알맞은 것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2) 구성 주제 설정이 끝나면 그 작품을 극으로 쓰는 구성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구성에는 세밀한 설계와 계산이 필요하다. 직접 출연하는 아동들의 연기 능력, 무대 조건 등의 제약을 고려해서 10분짜리로 하느냐, 30분짜리로 하느냐 등 시간을 결정해야 한다. 단막이냐 장막이냐 하는 것도 미리 정해져야 하며, 희극이냐 비극이냐 하는 문제도 창작 이전에 결정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희극comedy은 명랑하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에 존재하는 불합리, 불일치 등을 묘사하여 골계미를 형성하는 드라마를 말한다. 평균보다 저급한 인물이 등장하여 사회의 병폐나 인간의 결함을 나타냄으로써 웃음 속에서 불일치를 제거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희극에서의 '어긋남'이나 추악함은 관중에게 회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제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감정적이기보다는 지적이고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 희극에 동원되는 방법은 인물의 희화화나, 비속화, 정체 폭로, 과장 등이 주로 쓰인다. 그리고 희극의 종류는 육체적 익살스러움과 기지 등으로 웃음을 환기시키는 저급한 희극인 '웃음극(소극, farce)'이 있고, 주로 윤리적인 어긋남을 공격하는 지적이고 풍자적인 고급희극 high comedy이 있다. 이에 비하여 비극tragedy이란 고양된 내용을 가지고 불행하게 끝을 맺는 진지한 극이다. 주인공은 비범한 용기를 가지고 엄청난 힘에 대응한다는 점이 수동적으로 악하고 추한 세력에 휘말려 불행만을 당하는 약하고 착한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는 멜로 드라마와 비극을 구분되게 하며 비장미를 낳는 것이다. 용기있는 주인공은 그의 용감성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닌 과실이나 판단의 오류 때문에 엄청난 고통과 혼돈 속에 휘말리게 된다. 비극의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게 점점 더 파멸로 이끌려지다가 문득 자기의 입장을 알아차리는데 이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결국 비극은 주인공의 운명이 행복에서 불행으로 변하며, 관중들에게 연민과 공포를 자아내게 하여 감정을 정화시킨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 된다. 희곡의 구성 요소가 5단계로 되어 있음은 이미 언급한 바 있는데, 이 5단계를 거쳐야만 한 편의 재미있고 뜻깊은 연극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단막극은 시간이나 길이가 짧기 때문에 그 구성을 5단계로 할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하여는 이론편에서 대략 언급이 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전개 단계(상승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점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사건과 인물의 행동이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워야 하고 이치에 맞아야 한다.
? 주인공의 행동을 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주인공의 다음 가는 인물을 등장시켜 줄거리가 되는 사건과 달리 다른 사건을 곁들인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복선이라 한다.
?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인물을 내세우는 수도 있다. 그것은 필요 없는 인물이 필요 없는 사건을 만드는 것이나, 이런 것은 우연히 일어난 사건으로 처리한다. 즉, 교통사고·자살·타살 같은 것으로써 필요 없이 등장시켰던 인물을 죽여 버리고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희곡의 구성에서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사회풍속이나 습관, 등장인물이 주인공과 대립되어 양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몇 가지 대립의 예를 들어본다. ? 이웃을 돕고 친구의 어려움을 돌봐주는 주인공-주인공의 행동을 비웃고 방해하는 사람. ? 천주교를 열심히 믿는 주인공-천주교를 박해하고 교인을 미워하는 사회. ? 주인공은 뜻한 바의 사업을 힘차게 해 나가려고 노력하는데-자기 자신의 마음 속 한 끝에서, '해서는 안된다. 부질없는 짓이다'라고 속삭인다. 여기에서 마음의 괴로움, 번민이 생긴다. (3) 성격의 대립 우수한 희곡은 성격의 대립을 교묘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인상에 남도록 엮은 것이니 희곡을 쓰려는 사람은 특히 이 성격의 대립에 대하여 깊이 알아야 한다. 홍은표는 성격의 대립을 엮어 넣을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희곡에는 명확한 대립이 끊임없이 그려져 있어야 한다. ? 그 대립은 관객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그 대립은 이야기의 줄거리와 관계를 맺는 사건이어야 한다. ? 그 대립은 앞으로 전개되어나갈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예?> 영남이와 길수는 서로 아는 사이이다.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두 아이가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을 보았다. 영남 : 무엇 때문에 저렇게들 싸우지? 길수 : 누가 알아. 싸우고 싶으니까 싸울테지. 영남 : 시시하다. 저것도 싸움이냐? 길수 : 그래. 왜들 저렇게 비겁하게 주춤거리고 입씨름만 하는 거지? 영남 : 그러게 말야. 본때 있게 한 대 펀치를 넣지 못하고…. 길수 : 영남아, 제2라운드는 볼 것도 없지? 영남 : 그래, 만화나 보러 가자. 두 사람은 자리를 떠서 만화 가게로 갔다. <예?> 길수 : 오늘 경호는 반드시 쓰러질 거야. 저 봐라, 진구의 주먹이 어떠냐? 영남 : 아니야. 경호가 반드시 이긴다. 저 따위 진구 같은 졸개가 어디라고 덤벼드느냐? 길수 : 입 다물어! 오늘의 승리는 진구야. 진구야, 이겨라! 멋있게 쳐라. 영남 : 경호가 이긴다. 경호야, 업어 쳐라. 멋지게 거꾸러뜨려! 그래, 그래 그렇게. (경호와 진구의 싸움은 막상막하였다.) 길수 : 영남아, 너 왜 까부니? 진구가 이기는 건 확실한데, 너 왜 날 치지? 영남 : 야, 임마! 경호가 이길 게 확실해. 이놈아! 썩 물러가지 못할까? 길수 : 너 내 주먹 맛 좀 보겠냐? (길수는 씩씩거리며 덤벼들어 영남의 볼을 질렀다. 영남이도 지지 않고 치고 찼다.) <예?>은 주인공이 아닌 두 아이가 싸우고 있는 대립은 있으나, 주인공이 어떤 적대자와 싸우는 극적인 대립은 볼 수 없다. 거기에는 '해야 하겠다'는 의지적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는 극적인 대립, 극적인 사건이다. 영남이와 길수가 언젠가는 맞부딪치리라는 계속적인 대립의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경호와 진구의 싸움은 영남이와 길수의 싸움으로 인하여 새로운 극적인 대립, 극적인 사건을 만들고 있다. (4) 희곡의 구상 방법 위와 같이 기초적인 창작법을 익혔으면 실제 희곡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구상을 해야 하는데 이는 희곡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희곡의 구상 방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이야기의 줄거리를 연대순, 시간순으로 간추려 적는다. ? 등장 인물을 사건에 맞추어 배정한다. ? 주제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전개시킬 인물의 성격을 사건 진행과 맞붙여서 인물의 성격을 돋보이게 한다. ? 이야기의 줄거리를 구성 요소에 맞추어 발단·전개·위기·절정·대단원으로 끊어서, 토막의 장면·장·막을 설정한다. ? 장과 막의 장소와 배경, 대도구의 배치(무대 장치) 등의 계획을 세운다. ? 나오는 사람들의 분장, 의상, 가지고 나오는 도구(소도구) 등을 생각한다. ? 등장 인물의 등장·퇴장·움직임·말투·표정·동작 등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 그 구상한 것을 표로 만든다. 다음은 홍은표의 작품 <동방의 힘>에 대한 구상을 예로 든 것이다. <역사극> 동방의 힘(5막) <주제> 신라가 백제를 치고 고구려를 합쳐 삼국통일을 하는 데는 화랑의 힘이 컸다. 김유신이 백제를 치게 되었으나, 죽음을 결심한 계백의 군사에게 네 번이나 패했다. 그러나 결국 화랑 부장 반굴과 관창의 용맹한 죽음으로써 계백의 5천 결사대를 무찌르고 백제의 도성 사비성을 점령하였다. 화랑은 삼국통일의 힘, 동방의 힘이다. <줄거리> 때 : 신라 태종 무열왕 7년·백제 의자왕 20년 (서기 660년). 7월(양력 8월) 초에서 7월 9일 저녁 때까지. 곳 : 신라 서울(경주)·백제 황산벌(지금의 충남 연산). ? 화랑 부장 관창은 16세의 어린 나이로 화랑 반굴과 함께 김유신이 이끄는 5마의 신라군에 끼여 백제를 치러 가게 된다. 아버지가 장군(관창의 아버지 품일, 반굴의 아버지 흠춘)인 두 소년은 화랑의 다섯가지 계명을 마음에 새기고, 삼국통일의 제물이 될 것을 굳게 맹세하고 행군 길에 오른다(월초). ? 7월 9일, 탄현을 넘어 황산벌에 진을 쳤으나, 10배가 넘는 신라군은 계백의 5천 결사대에게, 네 번 까워 네 번을 다 진다. 무열왕은 어전 회의를 열어 신라병의 사기를 돋우어 승리할 방책을 생각한다. 반굴이 혼자서 백제 진으로 쳐들어가 전사하고, 뒤이어 관창이 쳐들어갔으나 계백에게 사로잡힌다. 계백은 어린 관창의 용감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갸륵하게 여기어 살려 보낸다. ? 관창은 살아서 돌아왔으나 다시 백제의 진으로 쳐들어가 결국 목이 잘리고, 목만 말에 실려 신라 진으로 돌아온다. 신라병들은 이에 분격하여 두 화랑의 원수를 갚고, 삼국통일의 큰 뜻을 이룩하기 위하여 백제 진으로 쳐들어 간다. <인물> 관창 : 16세의 화랑 부장, 품일 장군의 아들. 영랑의 오빠, 건장하고 씩씩하다. 쾌활하고 용감하며 의기에 넘쳐 있다. 반굴 : 17세쯤, 화랑 부장이며, 흠춘 장군의 아들. 김유신 장군의 큰 조카. 장가를 들어 좀 점잖은 편이나 몸은 약간 여윈 편이다. 키는 크고 명랑하며 의기에 차 있다. 영랑 : (역사에 없는 가상 인물) 14세의 차분하고 얌전한 소녀. 품일 장군의 딸이요, 화랑 관창의 누이동생으로서 손색이 없다. 품일 : 30여 세의 건장한 장군, 사람됨이 무게가 있고, 위엄이 있으며 엄격하다. 흠춘 : 30여 세의 키가 크고 약간 여위었으나 품위가 있는 장군. 자상한 편이다. 무열왕 : 50여 세의 체격이 좋고 위풍 당당한 품위가 있는 장군. 자상한 편이다. 신라병 1, 2, 3, 4, 계백, 홍만, 백제병 1, 2 <막과 장> 제1막 ? 영랑이 꽃병에 꽃을 꽂음. 아버지 품일과의 대화-김유신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백제를 치러 가는데, 관창도 간다고. ? 영랑·관창·품일의 대화, 품일의 교훈, 관창의 결의-숯재를 넘어 백제 계백의 군사를 무찌르겠다고. 품일의 말-백제군사는 강하여 신라는 승리하지 못한다고. ? 반굴의 등장. 반굴의 말-신라는 화랑의 힘으로 이긴다고. 품일의 말-백제 의자왕이 임금이 된 후 호화롭게 지내어서 국력이 쇠약해졌으나, 백제는 아직 강하며, 당나라 군사도 힘써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 관창·반굴의 결의-죽음터는 하나이다. 화랑의 다섯 가지 계명. 품일의 말-화랑은 백제를 치고 삼국을 통일한 큰 힘이다. 제2막 ? 이튿날. 교외 광장에서 신라병 1, 2, 3, 4의 대화-삼국 통일의 결의. ? 영랑·관창·반굴의 대화. ? 김유신의 훈계-2천 년의 배달 겨레의 역사. 삼국통일은 꼭 이룩하여야 하며, 그것을 위해 화랑의 책임이 크다. ? 화랑의 5계 외침. 제3막 ? 1주일 후 저녁 때. 황산벌의 진, 어전 회의, 왕의 근심-백제에게 4전 4패. 김유신의 말-용감한 죽음이 있을 뿐. ? 흠춘과 반굴의 대화. 흠춘의 말-혼자 적진으로 들어가 죽어라. 반굴의 용기, 의기. ? 반굴과 관창의 약속-네 뒤에는 내가 있다. ? 반굴의 전사. ? 김유신의 위로, 김유신과 관창의 대화. ? 품일의 격려, 무열왕의 칭찬. 제4막 ? 백제군 진중. 계백의 병막. 백제병의 말-신라병 중 하나가 백제병을 많이 죽였다. 계백의 말-사로잡아 오라. ? 포로가 된 관창. 계백과 관창의 대화. 관창의 석방. 관창의 결의. ? 계백의 독백-화랑은 신라의 힘. 동방의 힘이라고. 제5막 ? 신라 진지. 관창이 살아서 돌아옴. 품일의 분노. 관창의 말-다시 가서 죽을 것이라고. ? 품일과 흠춘의 대화-삼국통일의 길은 죽음뿐이라고. ? 관창의 전사. ? 무열왕의 위로. ? 신라병들의 분기. 김유신의 훈계-두 화랑의 죽음을 기억하고, 백제를 쳐 삼국을 통일하자고. ? 신라병의 진군. ? 품일의 독백-화랑 관창과 반굴의 죽음은 삼국통일의 힘, 동방의 힘이라고. <무대> 무대는 그림으로 그려 놓고, 등장 인물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표시하여 가며 희곡을 쓴다. 제1막 : 서라벌, 품일 장군의 집, 방 안이다. 정면으로 벽이 있고, 창이 있고, 오른쪽에는 안으로 들어가는 문, 왼쪽에는 밖에서 들어오는 문이 있다. 대도구는 가운데 탁자. 의자 3개쯤. 제2막 : 축대가 있는 경주 교외의 광장. 제3막 : 황상벌 신라군의 진지. 천막을 쳐 놓은 병막 안. 병막 밖은 잡초가 우거진 벌판, 배경은 사비성 성곽과 산줄기가 보이는 먼 경치. 제4막 : 백제군의 진지. 계백의 병막, 밖은 벌판, 배경은 높고 낮은 산줄기가 보이고, 산기슭에는 마을이 보인다. 제5막 : 오른쪽에는 병막의 입구, 벌판, 배경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백제군의 병막이 산 밑에 보인다.
(5) 각색 순수한 창작 희곡의 빈약으로 근래에 와서도 각색극이 성행하고 있다. 각색이란, 원작인 이야기나 소설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기 위하여 극본으로 고쳐쓰는 일을 말한다. 각색은 원작이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렇지만도 않다. 원작이 갖는 감동이나 느낌을 잃지 않아야 함은 물론 오히려 더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창작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소설이나 동화를 각색하기 위해서는 첫째, 원작을 충분히 읽어 그 내용을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 즉, 원작에 대한 연구를 깊이있게 해야 한다. 원작을 여러번 정독하면서 그 작품의 주제를 찾아내고 어떻게 연극적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연구한다. 둘째, 각 등장 인물의 경우 성격을 적출해서 하나의 표로 만든다. 그리고 줄거리의 발전이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있는가를 조사한다. 이것은 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셋째, 시대적 배경, 또 구체적으로 스토리의 사건이 일어난 장소·계절·시간 등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조사해 본다. 기타 구성 문제, 등장 인물의 설정 문제 등은 앞 부분에서 언급했던 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그런 뒤에 책을 덮고 소설과는 다른 독립된 한 편의 희곡을 구성한다. 그리고 희곡이 만들어지면 한번 원작을 읽어 보고, 원작의 대화에 의하여 희곡의 대화를 손질하여 각색을 완료한다. 다음에 역시 홍은표가 쓴 <찢어진 우산>의 원작 소설과 희곡을 대조하면서 각색하는 작업의 실제를 소개한다. 소설 새벽부터 시름시름 내리던 비가 밝을 녘부터는 제법 주룩주룩 쏟아졌다. 명준이는 아침밥을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웃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시무룩한 얼굴로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누나가 설거지를 다 하고 들어가도 명준이는 학교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그대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명준아, 벌써 아홉 시가 가까워 오는데 왜 학교에 안가지?" "누나는 이 따위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갈 테야?" 명준이는 부루퉁해서 방 구석에 있는 우산을 바닥에 동댕이쳤다. 그 우산은 빛이 다 바래어 희끗희끗하고, 군데군데가 뚫어지고 살도 절반이나 부러진 낡은 여자 우산이었다. "왜 어때서 그러니?" "왜 어때서가 뭐야? 이렇게 모두 찢어지고, 살고 부러지고, 자루까지 없잖아. 게다가 여자 우산이고, 난 싫어, 싫단 말야." 명준이는 홱 일어나서 창 앞으로 갔다. "명준아, 그런 쓸데없는 억지 부리지 말고 어서 쓰고 가라, 응?" "싫어, 싫어." "글세 싫으면 어쩔 작정이야." "어쩌긴 어째, 비 맞고 가면 되잖아? 이런 우산은 안 쓰고 가는 게 나아. 요전이 비오던 날도 아이들이 얼마나 놀렸는지 알기나 해? 뚫어진 우산, 걸레 우산, 계집애 우산이라고." 명준이는 책가방을 들고 일어나 방바닥의 우산을 발로 탁 차고 밖으로 나갔다. 누나는 우산을 집어 들고 동생을 쫓아 나갔다. "명준아, 찢어지긴 했어도 안쓰고 가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어서 쓰고 가라, 응?" "싫다는데 왜 여러 말이야!" 누나는 여러 말로 달랬으나 명준이는 듣지 않고 나중에는 소리쳐 울고 말았다. 이윽고, 누나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방으로 들어가 지갑에서 백 원짜리 하나를 꺼내 가지고 나왔다. "명준아, 옛다. 가다가 가서 쓰고 가도록 해라. 늦겠다. 빨리 가, 응?" "응" 명준이는 누나에게서 받은 돈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누나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명준이의 가는 뒷모습을 지켜 보았다. 명준이는 좋아서 단숨에 골목어귀에 있는 잡화상까지 뛰어나가서, 항상 부러워하던 경남이 우산 같은 것을 골랐다. "이 우산 얼만가요? 아저씨." "왜 그래 네가 이 우산을 사겠느냐?" "그럼 사지 않을 걸 값을 물어보는 줄 아셔요?" "백 원만 내라." "백 원요?" 명준이는 저를 내려다보는 상점 주인이 원망스러운 듯 입을 쑥 내밀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백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가게 주인의 코앞에 넌지시 내어 놓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돈을 꺼내어 쥔 명준이의 머릿속에는 누나의 핼쓱한 얼굴이 떠올랐다. <몸이 아파서 벌써 사흘이나 공장을 빠진 누나! 엊저녁에도 밤새도록 기침을 하고, 일어나지도 못할 것을 학교 시간에 늦을까봐 일찍 일어나 밥을 지은 누나! 아까도 대문간에서 기침을 하며 나를 바라보던 누나! 이 돈은 누나의 약값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명준이는 돈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고 있는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고, "저…, 요담에나 살래요. 아저씨, 죄송해요." 하고 말하고, 돈을 주먹에 쥔 채 돌아서 골목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고얀 녀석 같으니, 어린 놈이 어른을 놀리는 건가?" 상점 주인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귓가로 들으며, 명준이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누나, 옜소." 명준이는 누나의 손에다 아까 받은 돈을 쥐어 주었다. "너 우산 안 샀니?" "안 살 테야. 이 우산도 좋아. 이 돈은 누나 약 지어 와, 응?" 명준이는 찢어진 우산을 들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누나의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은 척, 뒤로 돌아다보지 않고 찢어진 우산을 쓰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누나는 동생이 쓰고 가는 찢어진 우산이 골목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다. 희곡 <무대>명준의 집 앞 거리이다. 오른쪽에는 집 대문이 있고, 그 앞에 전신주가 서 있다. 막이 오르면, 명준이 오른쪽에서 책가방과 우산을 들고 나와 부루퉁해서 서 있다. (효과) 비오는 소리 (명준이 누나, 오른쪽에서 나온다.) 누나명준아, 벌써 아홉 시가 가까워 오는데 왜 학교에 안가지? 명준누나는 이 따위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갈 테야? (입술을 내민다.) 누나왜 어때서 그러니? 명준왜 어때서가 뭐야? 이렇게 모두 찢어지고, 살고 부러지고, 자루까지 없잖아. 게다가 여자 우산이고…, 난 싫어, 싫단 말야. (우산을 바닥에 동댕이친다.) 명준이는 홱 일어나서 창 앞으로 갔다. 누나명준아, 그런 쓸데없는 억지 부리지 말고 어서 쓰고 가. (기침을 심하게 한다. 괴로운 얼굴) 명준(몸을 흔들며 울상을 하고) 싫어, 싫어. 누나(짜증이 난 듯이) 글쎄 싫으면 어떡하니? 명준어떡하긴 어떡해. 비 맞고 가지 뭐. 안 쓰고 가는 게 나아. 요전에도 아이들이 얼마나 놀렸는지 누난 알기나 해? 뚫어진 우산, 걸레 우산, 계집애 우산이라고. 누나명준아, 찢어지긴 했어도 안쓰고 가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어서 쓰고 가라, 응? (달래는 말투로) 명준싫어, 싫어. (전선주에 기대어 운다. 누나, 괴로운 표정으로 무엇을 생각한다. 잠시 후, 명준이 울면서 왼쪽으로 걸어간다. 누나, 결심한 듯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돈을 쥐고 나온다. 누나명준아, 옛다. 백원이다. 가다가 가서 쓰고 가거라. (명준이의 눈물을 닦아 준다.) 자, 어서 빨리 가야지 지각하겠다. (기침을 한다.) 명준응. (돈을 받아 쥐고 방긋 웃더니 왼쪽으로 달려나간다. 누나, 명준이 가는 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눈물을 씻고 우산을 집어 든다.) (효과) 비오는 소리 크게 (음악) 비장한 음악 크게 (누나, 우산을 펴서 써 보고, 다시 접어들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무대 잠깐 비운다.) (명준, 왼쪽에서 달려나온다. 손에 쥔 돈을 펴 본다.) (음악) 음악 소리 작게 명준누나! 누나아! (누나, 우산을 들고 대문으로 나온다.) 누나명준아, 왜 도로 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명준누나, 옜소. (돈을 누나에게 준다.) 누나너 왜 우산 안 샀니? (기침을 한다.) 명준안 살테야. 누나, 난 이 우산도 좋아. 누난 몸살감기로 벌써 사흘이나 공장을 빠지지 않았어. 엊저녁에도 밤새도록 기침을 하고, 기운이 없이 일어나지도 못할 것을 학교 시간에 늦을까봐,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지 않았어. 이 돈, 누나 약 지어 와. (동정의 표정) (명준, 돈을 누나 앞에 던지고, 우산을 빼앗아 왼쪽으로 달려나간다. 누나, 꿈에서 깨어난 듯이 돈을 집어 들고) 누나명준아! (왼쪽으로 달려나간다.) (효과) 비 소리 커진다. (음악) 음악 소리 커진다. 위의 글에서 보듯이 소설과 희곡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소설에서는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즉 방 안에서 대문 밖으로, 잡화상으로, 다시 방 안으로 장소가 여러 번 바뀔 수가 있다. 그러나 희곡에서는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장소를 '대문 밖, 골목 안'으로 한정시켜 놓고 사건을 전개시켜 나간다. (6) 희곡을 읽는 법 희곡은 연극을 하기 위해 씌어진 글임을 염두에 두고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 읽어야 한다. ? 첫부분에 나오는 때와 장소, 등장 인물의 관계를 관심있게 알아둔다. ? 실제 무대에서 연출될 때의 상황을 머리 속에 상상하면서 읽는다. ? 충분히 읽어서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한다. ? 사건이나 이야기의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가를 알면서 읽는다. ? 연극에서의 주요한 장면과 클라이맥스가 어디인가를 파악한다. ? 인물의 성격을 살펴보고, 성격이 잘 나타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본다. ?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점이나, 잘 됐다고 생각되는 점을 표시해 두었다가 그 때의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인물의 심리 상태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희곡을 읽는 법은 머릿속에 무대와 무대 장치, 그리고 출연하는 배우들의 행동, 표정, 말투 등을 상상하면서, 다시 말하면 실제 연극을 보는 태도로 읽는 것이 좋다.
5) 동화구연
(1) 개념 대체로 동화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방법은 책을 읽어주는 방법과 이야기로 들려주는 방법이 있으나, 어린이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는 서로 얼굴을 보며 재미있는 표정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받는 편을 더 좋아한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가장 적절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구연동화와 동화구연이라는 말을 혼용하는 경우가 있어 동화구연 대회와 구연동화 대회마저도 아무런 생각없이 바꾸어 쓰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의미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동화구연'은 동화를 연기 형식으로 옮기는 과정의 행위 그 자체를 말하며, '구연동화'는 입체적 연기로 연출되는 형식의 동화나 대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구연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더라도 '문서의 의하지 않고 입으로 사연을 말하는 것'이라고 씌어 있다. 글로써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말로써 의사가 전달되는 것으로 어떤 사연이나 이야기를 연출하듯이 표현하는 것을 구연이라 한다. 영어로는 Oral Interpretation, 또는 Oral Narration이라 표기한다. '구연동화'라는 용어는 동화를 전달하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구분할 때 '문장동화'와 대립되는 용어로써만 사용될 뿐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 이외는, 즉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말로써 전달하는 경우는 모두 동화구연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따라서 구연동화 대회가 아니고 동화구연 대회라고 써야 맞는 말이 된다. 동화구연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음조·표정·몸짓 등의 보조적인 방법을 함께 사용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보다 흥미있게, 보다 실감나게 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 밖에 말이나 몸짓 뿐 아니라 효과적인 도구, 즉 인형이나 그림 등을 보조 장치로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동화의 줄거리를 직접 구연할 때와 녹음기를 사용했을 때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 최근 연구 조사된 한 자료에 의하면 유아들일수록 직접 구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연구 결과로 볼 때, 시청각 매체가 아무리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이야기해 줄 경우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와 그 이야기를 듣는 청자가 마주 보며 직접 육성을 통하여 이야기를 진행해 가는 방법이 가장 좋은 전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구연하기 전의 준비 동화를 어린이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구연자는 다음 몇 가지 자세를 가다듬고 어린이 앞에 서야 한다. ? 장애가 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동화구연에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행동습관과 언어습관인데, 행동습관은 무의식적으로 신체의 부분을 움직인다든지 시선이나 손 등을 어느 한 곳에만 머무르게 하는 따위이다. 언어습관은 필요없이 말을 반복 삽입하거나 듣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뜻없는 소리를 내는 수도 있다. 소리의 강약도 습관성일 수도 있으며 지나치게 어법에 어긋나는 것도 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있다. ? 자신을 가져야 한다. 누구든지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준비와 연습에 의해 누구든지 훌륭하게 구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용기있게 구연할 자세에 임하도록 한다. ? 안정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 앞에 서 있는 교사의 태도가 불안해서는 안된다. 이야기하는 교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듣는 어린이들의 자세가 금방 산만해진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차분한 태도로 구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동화 내용을 익숙히 알아야 한다. 이야기의 주제와 인물과 줄거리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작품 내용을 여러번 읽어 보아야 한다. 작품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버릇이 무의식 중에 발생한다. ? 시기와 장소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계절에 맞는 소재를 선택함은 물론이고, 행사 목적에 맞는 작품을 미리 준비한다. 어린이 발달 단계에 따라 동화구연 시간도 조절해야 한다. 장소의 멀고 좁음에 따라 음성의 크기도 알맞게 구연해야 하므로 시기와 장소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고 주제가 뚜렷한 동화를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 응용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동화를 선택하고 그 내용을 익숙히 이해한 다음에는 무엇을 응용해서 구연할까를 정해야 한다. 정해진 응용물은 늦어도 구연하기 전날까지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입체동화의 경우 교사가 여러 명 나와서 구연할 때도 각색을 하고 차례에 따라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한다. ? 구연자의 몸가짐에 유의한다. 동화구연할 때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교사는 특히 옷차림이나 용모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어린이들은 그날 교사가 입고 온 의상에 관심을 돌린다. 따라서 동화구연할 때의 옷차림이 너무 요란하거나 사치스러워서도 안된다. 너무 요란한 의상이나 화장이 지나치면 어린이들의 관심이 동화보다는 의상이나 다른 곳에 모아질 수가 있으므로 오히려 방해요소가 된다. 흔히 동화구연 대회의 출연자를 보면 어린이 출연자나 어른 출연자 할 것 없이 지나치게 요란한 차림으로 여러 사람 앞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너무 초라한 차림도 좋지 않지만, 지나친 차림도 좋지 않다. 분위기에 알맞은 수수한 차림이 무난한다. 특히 어린이 동화구연 대회의 출연자를 보면 어린이에게 새로 맞춘 옷을 입혀 출연시키는 경우가 간혹 발견되는데 좋은 일은 못된다. 왜냐 하면 어린이 자신도 처음 입어보는 새옷에 신경이 쓰이게 되므로 구연하는데 도리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3) 구연 중의 유의점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보람있게 들려주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 도입과정을 잘 살려야 한다.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는 도입단계가 마음에 안들면 어린이들은 떠들기 시작하여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동화구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도입과정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구연자는 특히 도입단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잘 듣게 하려면 '참 재미있겠다'라는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처음에 어린이들과 주의를 끌기 위해 다른 말을 던지는 방법이 사용되는데, 대개 이 경우에는 동화의 내용과 관련시키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날씨, 동화 속의 주인공 성격, 동화와 관련된 노래 부르기, 주인공을 그린 그림이나 사진을 미리 보여주기, 주인공의 언어 및 태도 등의 암시, 동화와 관련된 율동 등을 통해 주의를 집중시킨 후에 구연을 시작한다. ? 자기 자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적으로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면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어린이들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구연자가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를 의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연자가 어린이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어떠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즉, 어린이로부터 지루한 반응이 나타나면 빨리 이야기를 끝마무리해야 하고, 흥미를 잃은 듯한 반응을 나타내면 상황을 새롭게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 아름다운 수식어가 필요없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것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게하는 첫째 요령이다. 동화재료가 너무 세밀하거나 수식어가 많이 있을 경우에는 용감하게 짜르면서 척척 전진해 나아가는 구연법을 써야 한다. 세밀한 수식어에 치우쳐 시간을 끈다든지 도중에 어물어물하고 있으면 어린이들의 상상이 앞질러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도 별로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 직접화법을 써야 한다. 문장동화는 눈으로 읽는 동화이기 때문에 간접화법이 많다. 그러나 구연동화에서는 직접화법으로 고쳐야 한다. 간접화법이란 대화가 끝날 때마다 '…하고 말했어요' 라든가 '…라고 말했어요' 하는 따위의 방법을 말하는데 이런 것을 직접 말하는 투로 바꾸는 것이 좋다. 특히 이야기의 절정에 가서는 직접화법을 쓰는 것이 좋다. 또 '그래 가지고, 그러나, 그렇지만, 이리하여 등'의 접속어도 대폭 없애야 문장이 짧아진다. 설명보다 등장 인물 스스로가 얘기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 자기 수정이나 환기는 금물이다. 이야기 도중에 구연자가 자기수정하는 것은 분위기를 흐리게 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한 가지 빼 먹었어요"라든지 "선생님이 잘못 말했어요"라는 말을 한다면 어린이들이 우선 그 이야기에 대해서 신뢰를 않는다. 잘못 말한 것이나 빼놓은 내용이 있을 경우 반드시 그 내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이야기 도중에 어린이들을 꾸짖거나 주의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도덕성을 강요하는 훈화체 이야기가 도중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 마지막 부분에 훈화를 생략해야 한다. 동화구연은 순수하게 동화구연으로 끝나야 한다. 더 이상의 군더더기는 필요없다. 동화구연의 가치를 마치 교육적인 것에만 있는 것처럼 생각한 나머지 동화구연을 아주 잘 하고나서 끝부분에 교훈적인 말을 첨가시키는 일은 삼가야 한다. 예를 들면 "여러분! 누가 착한 사람이지요? 네, 맞아요. 여러분도 순이처럼 착한 어린이가 되셔요." 따위의 훈화적인 말은 생략해야 한다. 도덕교육과 동화구연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야기의 결론으로 선악을 지워주는 일은 우매한 행동이고 무가치한 일이다. 이제, 낮은 의자에 앉아 전체 어린이들의 눈을 골고루 보면서 이야기할 것, 일상 회화체로 천천히,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할 것, 이야기 줄거리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질문은 피할 것등을 제시한 사라프 Sarah Hammond Leeper의 견해와 표준말을 사용할 것,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신의 말로 만들 것을 제시한 견해는 주목할만하다. 그리고 루쓰 소오여Ruth Sawyer는 초보 구연자일수록 무조건 줄거리를 암기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방법이 기계적인 암기일 때는 무척 지루하고 어려우나, 그림들을 이용하여 줄거리를 익히면 그 줄거리의 이미지와 함께 잘 기억되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4) 동화구연과 언어 동화구연은 언어를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기 때문에 특히 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화구연에 알맞은 언어를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 동화를 들려주어도 어린이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좋은 구연을 했다고 할 수 없다. 평소에 쓰는 언어는 어른들끼리의 말이 많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그대로 전달하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두통이 났어요"는 "머리가 아팠어요"라고 고쳐야 쉽고 친절하다. 또 구연동화의 언어는 구체적인 것이 아니면 안된다. 추상적인 말을 피해야 한다. "귀를 의심했다"라든가 "맥이 탁 풀렸다", "아름다운 꿈나라로 달음질쳤다"는 말은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다. ? 활동적인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활동적이기 때문에 동화의 언어도 발랄하고 활동적인 말을 선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사와 활성적인 형용사나 부사를 많이 써야 한다. 예를 들면 '호랑이가 엉금엉금 걸어 나왔습니다' 보다는 '엉금엉금 호랑이가 걸어 나왔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엉금엉금'이란 부사가 앞으로 나옴으로써 더 활동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고상한 말을 써야 한다. 고상한 말이란 바른말 고운말을 뜻하는 것으로 항상 교육적인 것이 아니면 안된다. 난폭하고 상스러운 말이나 욕설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들은 욕설이나 유행어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말은 함부로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엉뚱한 말로 어린이들을 웃기는 일은 초심자가 흔히 빠지기 쉬운 폐단이다. '돼지새끼'가 맞는 말이지만 '아기 돼지'라고 표현해야 미감을 줄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론적으로 구연동화의 언어는 논리체계에 맞고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과 바른말 그리고 미감을 주는 고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 ? 정확한 말을 써야 한다. 동화구연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대화라고 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 구연할 때는 사투리를 써서는 안된다. 동화에는 사투리로 표기되었어도 표준말로 고쳐서 구연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오영수의 동화 <아찌야>는 대화가 온통 사투리로 되어 있다. '아찌, 아부지, 와, …능교?, 인자, 몬' 등의 사투리는 비록 경상도에 있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구연된다 할지라도 '아저씨, 아버지, 왜, …어요?, 이젠, 못' 등의 정확한 언어로 고쳐서 구연해야 한다. ? 서술어는 '∼했습니다' 또는 '∼했어요' 등 어린이들에게 친근감있는 표현이 좋다.
(5) 동화구연과 음성 동화구연을 잘 하려면 다음과 같이 점에 유의하여 음성을 조절하면 된다. ?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이야기한다. 자연스러운 음성이란 한 어린이에게 말하듯이 하는 음성인 동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음성을 말한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어린이가 듣지 못하는 경우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큰 소리를 내는 것도 좋지 않다. 청중이 들을 수 있을 만한 음성이면 무난하다. 즉, 동화구연의 음성은 그 장소와 청중의 수에 비례한다. ? 명확한 음성으로 표현해야 한다. 어린이에게 전달되는 동화는 말이 분명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발성에서 오는 불명확, 빠른 말에서 오는 불명확, 어미처리의 불명확, 군더더기 말에서 오는 불명확으로 말미암아 동화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언어에는 습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에 열중하다 보면 "아, 그런데 아, 철수는 아, 막 달려갔어요"라고 '아'라는 발음을 남발하거나 '그래 갖고, 그랬더니, 그러자…' 등 쓸데없는 접속사의 사용, 또 교사가 무엇을 생각할 때 '음-'하는 따위의 사용은 금해야 한다. ? 음성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변화없는 한 가지 소리만 내면 싫증을 주고 주의력을 잃게 된다. 필요에 따라 장단·고저·완급 등의 적절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 악센트accent에도 정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 감탄사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느낌말에는 감정 느낌과 의지 느낌이 있다. 감정 느낌은 우리의 감정, 곧 기쁨·놀람·슬픔 등을 나타내고 의지 느낌은 우리의 뜻 곧 단념·힘씀 등을 표현한다. 유아동화에는 특별히 감탄사가 많이 들어간다. 감정이나 의지 여하에 따른 적절한 느낌만을 골라야 하고, 그 발음도 알맞아야 한다.
(6) 동화구연과 제스처 일반적으로 제스처는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협의의 제스처는 몸가짐·자세·모양 등을 의미하고, 광의의 제스처는 동화에서 사용하는 몸·손·발·눈·입 등 모든 지체의 운동을 의미하는데 이를 도식화 해 보면 아래과 같다. 동화구연에서 제스처를 사용할 경우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제스처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전혀 제스처를 쓰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만, 필요 없거나 무리한 제스처를 남발해서도 안된다. 따라서 제스처를 행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 주의를 행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 말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하여 ? 말을 생략하기 위하여 ? 인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제스처를 행하게 되는데, 제스처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고 이야기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연자가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하여 제스처를 중심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구연자의 의상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비싸고 화려한 옷보다 깨끗하고 밝은 의상이 좋다. 지나친 화장은 금해야 한다. ? 구연자의 자세는 어린이들이 잘 보이도록 의자에 앉거나 서는 것이 좋고, 테이블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테이블을 쓰게 되는 경우 청중과의 친근감이 없어진다. ? 구연자는 이리저리 걸어다니지 말고, 한 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이 좋다. 특히 몸의 뒷면과 옆면은 청중에게 보일 필요가 없다. 허리 아랫 부분은 원칙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 그러나 몸은 굳어 있지 말고 자유로우면서도 부드러워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하면 몸이 굳어지고 언어의 표현이나 제스처도 어색해진다. ? 어깨는 으쓱해 하거나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가져야 한다. ? 턱을 내밀면 얼빠진 느낌을 주며, 너무 당기면 차렷 자세처럼 굳어보인다. 머리의 방향에 따라 각각 그 느낌이 다르데 전달된다. ? 구연자가 제일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곧 손의 처리문제이다. 제스처를 사용하지 않는 손의 위치는 각각 가볍게 쥔 채 앞쪽에 내리고 있는 것이 좋다. 너무 손을 의식하다 보면 도리어 어색하게 된다. 또한 손가락은 붙이고 있어야 한다. ? 얼굴 표정을 상황에 맞게 잘 나타내야 한다. 슬플 때는 슬픈 듯한 얼굴, 기쁠 때는 웃는 얼굴, 무서울 때는 긴장한 얼굴이 되어 입을 꾹 다물고 눈을 치켜 뜬 두려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 ? 눈은 동화구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구연자의 눈은 항상 청중을 둘러봐야 한다. 눈은 그 운동으로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한다. 넓이…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이 움직인 범위 길이…아래를 보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표현 높이…위 아래로 눈을 움직여 높이를 표현 크기…원형으로 눈을 움직여 크기를 표현 일점…멀리 있는 것을 가리킨다. 다점…물건을 찾는 경우, 정체불명 등 원근…상하에 의해 높낮이를 나타낸다. 고저…상하에 의해 멀고 가까움을 나타낸다. 크게 뜬다…강함, 위엄, 놀라움 등 반쯤 뜬다…약함, 슬픔, 온화, 우미 등 감는다…아주 약함, 묵상, 사색, 죽음 등 ⑩ 이야기를 할 때 계속 지껄이는 것은 나쁜 방법이다. 끊을 때는 끊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 특히, 의문 뒤, 놀라움 뒤에는 생각하게 하는 여유를 주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명확하게 끊는 것이 좋다. 대체로 입의 동작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나타낼 때 쓰인다. ?다문입…강함, 위엄, 진실을 나타내고 아랫입술을 깨물면 분노, 결심을 나타낸다. ?반쯤 다문입…우미, 유순, 탄원, 실망, 기쁨 등의 약한 표현을 의미한다. ?벌린 입…놀라움의 경우, 아연 실색한 모양을 표현한다. 제스처를 잘 하려고 너무 의식하게 되면 오히려 어색하고 실수를 범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스처는 자연스럽게 행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화의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그림동화집}에 나오는 <늑대와 일곱 마리 염소>라는 구연동화에 대한 제스처의 사용을 제시한 경우이다.
<늑대와 일곱 마리 염소> 제스처 네 마리로 고쳐도 좋다. 이름을 지어주면 더 재미있다. 이럴 땐 엄지손가락부터 꼽으며 이름을 분명히 알게 해 준다. 부르는 손짓. 고개 끄덕임 거수 경례도 재미있다. 머리를 긁적임 물건을 들고 돌아서 가는 모양 노크하는 시늉 놀라는 표정(눈) 안심하는 모양과 음성 노크하는 시늉 좋아하는 표정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두 손으로 올려놓는 늑대의 발 시늉 눈이 휘둥그레진다. 양 팔을 달리는 모습으로 무섭게 노리는 표정 겁내는 표정 노크하는 시늉 좋아하는 표정, 말을 경쾌하게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발 대신 손으로 내민다. 두 손을 번쩍 든다. 눕는 시늉, 코고는 소리 숙연하게 깡충 뛰어나오는 듯한 제스처,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집게손가락으로 장소 지적 두 팔을 교대로 흔들며 가만 가만 가는 모습 코를 골며 자는 모양 불뚝 솟은 배를 그리고, 주먹으로 움직이는 모양 가운데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가위를 만들어 자르는 시늉 손으로 집어 놓는 모습(빠르게) 하품 비틀비틀 고개 갸웃뚱 떠미는 모양 동화내용 어떤 숲 속에 엄마와 귀여운 일곱 마리 아기 염소가 살고 있었답니다. 어느 날 엄마는 아기 염소들을 불러서 말했어요. "이제 난 숲 속으로 먹이를 구하러 갈 테니까 싸우지 말고 잘 놀아야 한다." "네" 일곱 마리의 염소는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늑대를 조심해야 한다. 문을 꼭 잠가둘테니까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 줘서는 안된다." "네, 알았어요." 아기 염소들은 다시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늑대는 아무리 옷을 갈아 입어도 목소리가 걸직하고 발이 새까맣기 때문에 금방 알 수가 있단다. 엄마가 너무 잔소리 같이 말하니까 제일 큰 언니 염소가 머리를 긁적이며 외치는 것이었어요. "엄마, 걱정 마세요. 우리가 알아서 조심할테니까요. 아무 걱정 마세요." 그럼 집 잘 보아라. 엄마 염소는 바구니를 들고서 산으로 올라갔어요. "엄만 참 잔소리가 너무 많은 게 탈이야." "우리 술래잡기 하면서 놀자."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하자." 이때였어요. 현관 문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엄마가 뭘 두고 가셨나?" 아기 염소들은 우루루 현관 문 앞에 모여왔어요. "얘들아, 문 열어라. 엄마다." 늑대가 걸직한 소리로 말했어요. "앗, 늑대다!" 모두들 깜짝 놀라서 서로 쳐다 보았어요. 하지만 엄마의 말씀대로 안으로 잠갔기 때문에 걱정 없답니다. "싫어, 안 열어 줘. 울엄마 목소리를 그렇게 걸직하지 않은 걸." 늑대는 하는 수 없이 어슬렁 어슬렁 돌아갔어요. "갔다. 이젠 안심이야." 자아, 다시 놀자. 아기 염소들은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았어요. 조금 있으려니까 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얘들아, 엄마다. 빨리 문 열어라. 좋은 선물을 가지고 왔단다." 늑대가 목소리 잘나는 약을 먹고 왔기 때문에 엄마 목소리하고 똑같지 뭐예요. "이번엔 엄마다." "안 돼, 안 돼! 잘 조사해 봐야 해." 셋째 염소가 문을 열려고 하자 언니 염소가 깜짝 놀라 말리는 것이었어요. 늑대는 문이 열리면 달려 들려고 창문틀에 발을 올려 놓고 있었어요. "저봐라, 발이 새까맣지 않니?" "정말, 늑대로구나." 아기 염소들은 깜짝 놀랐어요. "열어 줄줄 알구? 그렇게 새까만 발이 엄마라구? 안 속아, 엄마 발은 하얀게 아주 깨끗하단 말야." "음… 지독한 놈들이다. 좋다. 두고 보자." 늑대는 부랴부랴 빵 집으로 갔어요. "여보세요, 내 다리에 밀가루 반죽을 붙이고 밀가루를 뿌려 주세요." "무슨 나쁜 짓을 하려구 그러지요?" "뭐라구? 잔소리하면 혼내 죽일 테다." 늑대는 어금니를 드러내며 집 주인에게 무서운 얼굴을 지었어요. "아, 아니요. 잠깐만 기다리시오. 해 드릴테니." 빵집 주인은 늑대가 무서워서 늑대가 하라는 대로 해 주었어요. 늑대는 곧 염소에 집으로 가서 탕탕 문을 두드리면서 불렀어요. "엄마다, 빨리 문 열어라. 선물을 잔뜩 가지고 왔단다." "야아, 엄마다." 아기 염소들은 술래잡기를 그만두고 현관으로 모여 들었어요. "잠깐 기다려라. 조심조심 조사해 봐야겠어." 문을 열러는 동생들을 말리며 언니가 말했어요. "그럼 발을 보여 주세요." "자, 보아라. 엄마다." 늑대는 하얀 앞발을 창문 앞에 내밀었어요. "자, 엄마 맞지?" 목소리도 발도 틀림없는 엄마야. "만세!" 아기 염소들은 얼른 문을 열었답니다. "앙!" 늑대는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망가는 염소들을 모두모두 통채로 삼켜 버렸어요. "아아, 참 맛있다. 자 인제 한잠 잘까? 어미가 돌아올 때쯤 되면 다시 배가 고프겠지?" 늑대는 침대 위에 벌렁 누워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했어요. 그 때 엄마 염소가 돌아왔어요. "어머, 문이 열려 있네." 엄마 염소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지요. 새끼들의 모습은 하나도 안 보이지 않겠어요. "그렇게 문 단속을 잘 하라고 했는데." 그때 시계 속에 숨어 있던 막내 염소가 튀어 나왔어요. 엄마에게 매달리자 마자 으앙하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거였어요. 울면서 띠엄띠엄 말했어요. "나 술래잡기할 때 시계 뒤에 숨어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늑대가 와서 언니들을 다 잡아 먹어 버렸어요." "그럼 늑대는 어디 있니?" "저어기." 막내 염소는 옆 방을 가리켰어요. 살그머니 가 보니까. "드르렁 드르렁." 무지무지한 소리로 코를 골면서 늑대는 버렁 누워 입을 헤 벌리고 침을 흘리며 자고 있지 않겠어요. 배를 보니까 배 속에서 꿈틀꿈틀 하는 것이었어요. "혹시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가, 가위를 가져 오너라." 막내 염소가 가위를 가져오자 엄마는 가위를 받아 들고 싹뚝싹뚝 늑대의 배를 갈랐답니다. "엄마야." "엄마아아." 배 속에서는 차례차례 아기 염소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여섯 마리 모두 무사했어요. "자 빨리 돌멩이를 모아 오너라. 늑대가 깨면 큰 일이야." 아기 염소들은 부랴부랴 돌멩이를 모아 왔어요. 엄마는 그 돌들을 모두 늑대 배 속에다 넣었어요. 그리고 바늘과 실로 배를 꿰맸어요. 그제야 늑대는 커다랗게 하품을 하더니 일어나는 거였어요. "아아 참 잘 잤다. 가만 있자. 목이 마르구나. 개울에 가서 물이라두 마실까?" 하지만 배 속에 돌멩이가 가득 들어 있기 때문에 잘 걸을 수가 없어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비틀 거리지 않겠어요. "이상하다. 아무래도 뱃속이 좋지가 않은 모양이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보다." 물을 마시려고 허리를 굽히자마자 아기 염소들이 뒤에서 늑대를 확 떠밀었어요. "풍덩!" 늑대는 그만 깊은 물 속에 빠져버렸어요. 그리곤 다시는 물 위에 떠오르지 못했대요.
① 이 작품은 석용원(石庸源) 편저, {세계명작동화 52}(혜풍출판사)에서 뽑았다.
② 늑대가 어린이를 삼켜 버리지만 배를 째고 꺼내어 무사히 살려낸다는 동물 이야기로서 '빨강 모자 아기'와 같은 계통의 이야기이다. 늑대와 아기 염소들의 하는 모양들은 몇 번 들어도 재미있다. 유아들의 불안감과 기대감을 강하게 자극한다. 결말이 뻔하지만 아기 염소의 마음과 동화되어 들을 수 있는 무섭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③ 늑대를 너무 무섭게 하지 말고, 특히 아기 염소를 잡아먹는 장면을 세밀히 제스처를 쓰지 말아야한다. ④ 끝부분은 늑대가 죽었지만 물에 빠져 솟아오르지 않았다는 정도로 해둔다.
⑤ 여기에 예시한 제스처는 참고로 할 뿐이지 그대로 다 하라는 뜻이 아니다.
(7) 구연동화의 응용 구연동화에서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필요하다. 즉, 구연자·청취자·구연화재가 그것이다. 석용원은 구연동화의 형태별 분류를 보통동화(설화체 동화, 문답체 동화, 동화시, 입체동화), 음악동화(악기를 이용하는 것, 녹음기를 이용하는 것, 성악을 이용하는 것), 그림동화(괘도식·낱장 그림식, 그림 연극식·삽화식, 융판식, 슬라이드식), 완구동화(실물을 보여주는 것, 장난감·인형을 이용하는 것, 공작·종이접기를 이용하는 것), 표현동화(율동을 이용하는 것),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비하여, 박춘식은 청각적인 구연과 시청각적인 구연으로 나누고 시청각적인 구연을 다시 이야기식의 동화구연(설시적 동화구연, 문답식 동화구연, 동화시), 음악적인 동화구연(노래를 넣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방법, 악기를 이용하는 방법, 녹음기를 이용하여 음악적인 효과와 함께 의음효과를 가지는 방법), 그림을 이용하는 동화구연(그림을 낱장씩 준비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 그림식으로 연출하는 방법, 흑판이나 흰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법, 융판 위에 미리 준비된 그림을 부착시키면서 구연하는 방법, 슬라이드를 이용하는 방법), 완구를 이용하는 동화구연(실물을 이용하는 방법, 장난감이나 인형을 이용하는 방법, 공작물이나 종이 접기를 이용하는 방법), 텔레비젼을 이용하는 구연 등으로 분류하고 있어 그 내용이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 외에도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글자를 모르는 어린이에게 그 내용을 읽어주고 제스처도 그림대로 흉내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그림자를 이용한 동화구연 방법 등 개발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