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김 지 은
단돈 천원 짜리 가계에 가면
잃어버린 그리움이 있다
다시금 일어서는 시간
꿈꾸는 나팔꽃도 피어있다
또 다른 내가 있다
살며시 마음을 담으면
삶은 완두콩 멍개 한 접시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길목마다 길커피 한 잔
푸른 바다와 나눈다
기쁨과 절망의 사이
함께 가야 할 사람이 보인다
날마다 삼킨 달이
달마다 태양을 먹어 치운다
오늘 아침의 내가
어제 아침의 나를 구워 낸다
달콤한 은유와 쓸쓸한 직유를 만나는
단돈 천원 짜리 가계에 가면
잃어버린 기다림이 있다
꽃꽂이
김 지 은
죽은 것들이 날아 오른다
줄기를 잘라 생기를 불어넣고
발을 내리는 쳐진 마디가
어깨를 밀어 올린다
허기진 아우성 물관을 타고
바닥까지 뿌리 내린다
다리를 뻗는 뿌리의 근성이
즐겁다
수반에 비스듬이 드러누워
눈부신 미소를 날린다
둥근 지구를 기어다니며
짧은 자음과 긴 모음 사이
낮선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중심의 푸른 근육
생의 마디마디 팽팽하게
사유의 길을 열어 가는 함성이
우렁차다
꿈꾸는 활화산
바닥을 치는 생이 치열하다
아리랑 고개
김지은
수정산 겨드랑이를 끼고 성북고개 오른다
범냇골 하늘 길은 모천가는 지느러미
애환을 되새김질 한다
범일동 지나 부산진성 북쪽
고개는 떠오르는 해를 초량으로 져 나른다
산복도로 사람들 구공탄 새끼줄에 묶어
하루치 품을 팔아 넘어 가는 언덕길
원형질은 뭐래도 숨가쁘다
낡은 판자집 허공에 떠 있고
밤이면 달을 등짐 삼아 오르던 고개 그늘에 젖는다
달동네 사람들 마을버스에 몸을 싣으면
아득한 바다 수평선이 다가선다
온종일 파도가 몸부림치며 살 부비는 집들
아리 아리 아라리
99계단 오른다
부드럽게 구비치며 돌아가는 모롱이
눈을 감아도 환하게 보인다
* 사)부산여성문학인회부회장, 시림문학회회장역임
* 제11회 전국공무원문예대전행정안전부장관상
* 제17회 부산문학상(우수상)
* 2012년 지방공무원정년퇴직(대한민국근정포장제92021호)
* 시집 『묘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