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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목판에 나오는 말이다. 문경의 산천은 천하제일의 형세를 갖추었다. 백두산으로부터 시작된 대간의 줄기를 따라 수없이 갈라져 나온 반도의 산들, 그중에서 문경의 산들은 백두대간 전 구간 중 도상거리가 가장 긴 구간(110㎞)을 간직하고 있으며 1,000m 이상 산만도 9개나 있는 백두대간의 척추(脊椎)다. 2002년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 중에도 문경은 주흘산(1,106m), 황장산(1,077m), 희양산(999m), 대야산(930m) 등 4곳이 포함됐다. 문경의 산들은 호랑이의 등뼈같이 튼실한 바탕 위에 수많은 골짜기와 계곡에서 물이 솟구친다. 골골이 다른 근원으로부터 나와 서서히 하나로 합쳐진다. 바로 영강(穎江)이다. 영강은 명산인 상주 속리산을 포함해 여러 개의 문경 명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받아 생긴 명품 강이다.
◆낙동강 제1지류 영강의 발원지와 물줄기들
지방2급 하천으로 낙동강 수계의 제1지류인 영강의 유역면적은 921.80㎢, 하천길이는 56㎞다. 속리산 물과 문경새재 물이 가장 큰 줄기다.
속리산 물은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청화산(984m)과 속리산 문장대 밑에서 발원해 문경시를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고 지천인 이안천과 합류해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순서를 보면 속리산 물이 문경시 농암면에 가장 먼저 들어와 청화산, 도장산 쌍룡계곡, 율수리, 궁기리 조항산 물과 만나 농암천이 된다. 농암천이 돌고 돌아 가은읍에서 또 한 줄기의 큰물과 합해지는데, 대야산과 선유동천에서 발원한 물과 희양산에서 발원한 원북천이 만나 양산천 물이 된다. 여기서부터 가은천을 거쳐 마성면에 들어오면 구랑리에서 백화산, 어룡산 물을 받아 진남교반에 이른다.
문경새재 물은 문경새재 마루에서 발원한 초곡천이 시작이며, 그 아래로 내려와 이화령과 백화산 물을 받아 조령천이 되고, 문경읍 마원리에 이른다. 마원리에서는 신북천과 만나는데, 신북천은 대미산과 포암산 하늘재 물이 갈평에서 만나 이루어졌으며, 이 물이 문경읍으로 오면서 운달산, 성주봉, 단산, 봉명산 물을 받아 문경읍 마원리에서 다시 조령천과 만나 소야천이 된다. 소야천이 문경읍과 마성면을 지나면서 오정산과 백화산 물을 받아 진남교반에 이르고, 이곳에서 가은천과 만나 마침내 강다운 영강이 된다.
이처럼 큰물을 만들어낸 영강은 과거 소금 나룻배가 드나들 수 있는 뱃길이 되었다.
진남교반을 따라 내려가 호계면에서 조선소 터가 발견되었고, 나루터인 뱃나들이란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뱃나들부터는 충적평야가 펼쳐지고, 물이 모인 것처럼 사람들도 많이 모여 지금은 국군체육부대가 강변에 한창 들어서고 있다. 또 강과 들판 사이에 시가지가 아담하게 형성되었으니 이곳이 영강을 낀 문경시청 소재지 (구)점촌시다.
◆영강의 유래
영강을 낀 점촌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地勢)인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시가지로 아름다운 도시다. 영강은 1500년대 후반, 이곳 출신 태촌 고상안 선생이 쓴 ‘태촌집’의 남석정기문에 그 지명 유래가 잘 나와 있다.
“물의 발원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보은, 문경의 백여리를 두루 돌아 돈산(遯山`지금의 돈달산)을 둥글게 안고 흐르는 것이 영강이다”이라고 했다. 또 ‘영강’의 유래가 선계(仙界)라고 일컬어지는 중국의 영수(穎水)에서 지명을 따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영수는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고사에 나오는 세상의 더러운 물을 씻어낸 깨끗한 물이다. 그들은 영수에 귀를 씻고 ‘기산’(箕山)에 들어가 속세를 멀리했으니, 그 기산을 바로 점촌을 둘러싼 돈달산(遯達山)에 비유하고 있다.
이처럼 영강은 문경의 백두대간에 걸친 대부분의 산골 물을 다 받아들여 마침내 깨끗한 문경 물을 만들어 이곳 사람들의 젖줄이 되었다.
문경 사람들은 말한다 “흐르는 물이라고 다 물이 아니다”고. 깐깐하고 청렴한 선비들이 꿈꾸는 이상향이 묻은 생명의 강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영남인들의 기상이 이 물로부터 비롯돼 낙동강을 따라 도도히 형성된 것이라는 것이다.
◆영강의 환경과 생태계
영강은 북쪽과 서쪽이 높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평야와 침식분지가 발달하는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상류에 있는 문경새재 관광객들의 방문에 따른 수질 오염도가 과거보다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영강의 수질은 최근 평균 BOD 1.5㎎/ℓ의 값을 나타내고 있어 매우 양호하다.
하천변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많이 형성돼 있는데 특히 합류부 지점에 많다. 버드나무는 영강에서 버들치가 살 수 있도록 은신처의 역할과 오염물질의 정화기능을 하고 있다. 양서류는 희귀종 멸종위기 1급인 구렁이와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포유류는 희귀종 멸종위기 1급인 늑대, 여우, 반달가슴곰, 수달, 사향노루, 대륙사슴 등 9종과 멸종위기 2급인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이 관찰되고 있어 영강이 청정지역임을 방증해주고 있다.
◆영강 상류에 건설되는 문경댐과 농암댐
영강 상류인 문경시 문경읍 갈평리에 건설 중인 문경댐과 농암면에 건설 중인 농암댐은 문경읍과 가은읍 마성면 일대 관광지 개발에 따른 상수원 확보와 홍수피해 방지,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 농식품부가 2000년 착공했다. 문경댐은 문경읍 용연리 일원을 수몰지역으로 높이 35.3m, 길이 217m의 제방을 쌓아 370만t의 물을 담수하는 중소규모의 다목적 댐이다. 2013년 완공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76%이고 농암댐은 2014년 완공예정으로 공정률 44%이다.
이 댐들이 완공되면 영강은 더욱 이곳 주민들을 이롭게 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유지수가 줄어들어 현재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북 제1경, 진남교반
영강 중류지역으로 신라시대 성곽인 고모산성을 끼고 있는 문경시 마성면 진남교반은 경북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경관자원을 자랑한다.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이어지고 강 위로 철교, 구교, 신교 등 3개의 교량이 나란히 놓여 있어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노송과 숲 안으로 모래사장, 인공폭포 등이 있고 상류부에 비해 유속이 빠르지 않아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물과 산, 길 등 3개가 동시에 태극형상을 나타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기성(74`한국예절문화원 문경지부장) 씨는 “강태극(江太極)은 속리산에서 발원한 영강이 신현리 봉생정 앞에서 조령천과 합쳐져 진남교반 일대를 굽이쳐 돌면서 형상을 이루고 있다”면서 “영남대로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토끼비리의 오솔길이 있는 산태극(山太極)은 물줄기를 따라 벼랑으로 태극을 만들고 있으며, 길태극은 강과 산을 따라 개설된 3번 국도와 문경선 철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남 지부장은 “진남교반의 경관을 감상할 때 삼태극이라는 특이한 지형을 알고 보면 문경의 영강을 낀 산천이 천하제일의 형세를 갖추었으며 과연 대한민국의 명품산천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강의 명품 계곡들
영강 상류의 계곡들은 풍광이 좋고 시원해 피서철만 되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가은읍 대야산 기슭에는 유명한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이 있다.
용추계곡은 암수 두 마리 용의 승천설화를 간직한 계곡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용추폭포도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결코 마르는 법이 없는 폭포로,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물이 떨어진 자리는 소를 이루는데, 그 모양이 하트처럼 생겼다.
선유동계곡은 용추계곡에서 자동차로 약 2분 거리에 있는데, 전체가 하나의 넓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고, 천연의 수영장과 물썰매장을 만들어 놓았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무사 백동수’를 이곳에서도 촬영했다. 한국의 비경 100선에 꼽히는 계곡으로 이 일대를 소금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 계곡에는 옥하대, 영사석, 활청담, 세심대, 관란담, 영규암 등으로 이어지는 아홉 개의 경승이 있는데, 이를 두고 선유구곡이라고 한다. 선유동계곡 하류의 관람담에는 칠우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계곡과 어우러진 정자의 풍경이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선유동계곡에서 서쪽으로 약 30㎞쯤 떨어진 농암면은 상주시 화북면과 연결되는 지역이다. 이곳에 해발 828m의 도장산 자락을 휘감아 흐르는 쌍룡계곡이 있다. 농암리부터 쌍용터널 지나서까지 약 4㎞가량 아름다운 계곡이 펼쳐진다. 청룡과 황룡이 살던 곳이라고 해서 쌍룡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기도 하고, 계곡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낙락장송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고성환 시민기자
봉생정 앞의 노송, 마치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하다. | |
조령천과 가은천이 합수돼 영강이 시작되는 진남교반 고모산성 정상에서 촬영했다. | |
100여 년 만에 복원된 문경새재 1관문 수구 모습. | |
선유동계곡 | |
영강에는 수많은 문화가 생성되고 소멸됐다. 예부터 수많은 선비 묵객들이 영강을 찾아와 물을 노래하고, 산을 노래하고, 길을 노래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구곡문화(九曲文化)다.
경북대 김문기 교수는 "문경은 여러 산과 그 산들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순박하면서도 근면한 사람들이 각 굽이마다 깃들어 아름다운 삶을 영위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조가 유학을 국시로 정하면서 사상과 생활에 변화를 초래했는데, 그 중 주자(朱子)를 존숭(尊崇)하면서 그의 무이도가(武夷櫂歌)에 관심을 가졌다"면서 "무이도가의 배경이 된 무이산의 무이구곡을 성리학자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직접 구현하고자 하는 데서 우리나라의 구곡원림(九曲原林)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구곡원림의 경영은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야 하고, 성리학자가 그곳에 함께해야 생기는 선비문화다. 성리학자들이 관직에 나갔다가 물러나 은거하거나, 아예 관직에 나가지 않고 구도(求道)한 선비들이 경영한 것이다.
영강에는 이런 구곡이 어느 강보다 많은 곳이다. 가은읍의 선유구곡(仙遊九曲), 선유칠곡(仙遊七曲), 농암면의 쌍룡구곡(雙龍九曲), 문경읍의 화지구곡(花枝九曲)이 그것들이다.
1)선유구곡
선유구곡은 대야산, 둔덕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맑은 시내를 따라서 약 1.8㎞에 걸쳐 펼쳐져 있다. 선유구곡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신선이 노닐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물굽이다. 평평한 암반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위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수천 년 동안 흘러 기이한 물길을 이루고 있다. 굽이마다 빼어난 노송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이 전개되고 비경들이 숨어 있다. 특히 최치원(崔致遠), 정경세(鄭經世), 이재(李縡), 남한조(南漢朝), 신필정(申弼貞)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다.
제1곡부터 9곡까지 옥하대, 영사석, 활청담세심대, 관란담, 탁청대, 영귀암, 난생뢰, 옥석대 등이다. 이 아홉 굽이의 이름은 각각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있으며 굽이의 순서를 고려해 명칭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2)선유칠곡
선유동 입구의 산기슭에 칠우정(七友亭)이 자리한다. 이 정자는 대한제국 시절 가은지방 7인의 벗들이 나이도 서로 가깝고 정도 두터워서 자주 모임을 갖고 선유동의 산수를 즐겼다고 한다.
칠우정은 의친왕 이강이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일곱 사람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 자가 있는 데서 칠우정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일곱 굽이는 제1곡 칠우대(七友臺), 제2곡 망화담(網花潭), 제3곡 백석탄(白石灘), 제4곡 와룡담(臥龍潭), 제5곡 홍류천(紅流川), 제6곡 월파대(月波臺), 제7곡 칠리계(七里溪)다.
3)쌍룡구곡
쌍룡구곡은 영강상류인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 있다.
도장산(道藏山) 기슭에서 약 4㎞에 걸쳐 전개된다. 도장산, 불일산(佛日山), 청화산(靑華山)의 기암괴석과 그 가운데를 흐르는 내서천(內西川), 쌍룡천(雙龍川)이 서로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옛날에 용들이 이곳에서 놀았다고 해 용유동(龍遊洞)이라 하였고, 이 동천의 깊은 용추(龍湫)에 두 마리 용이 살았다고 해서 쌍룡계곡(雙龍溪谷)이라 한다.
쌍룡구곡을 구성하는 각 굽이의 명칭은 남다른 의미가 존재한다. 단순히 옛날부터 전해오는 지명을 사용한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새롭게 명명한 이름이 많다. 제1곡 입문(入門)은 도문(道門)에 들어가는 것을, 제2곡 지도(志道)는 도에 뜻을 두는 것을, 제3,4곡인 우연(于淵)과 여천(戾天)은 솔성(率性)을, 제5곡 방화(放化)는 대이화지(大而化之)를, 제6곡 안도(安道)는 도에 편안함을, 제7곡 낙경(樂耕)은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제8곡 광명(廣明)은 천하에 명덕(明德)을 넓히는 것을, 9곡 홍류(紅流)는 세상을 피하는 도원을 말한다.
이름만 들어도 영강은 세속과는 거리가 먼 이상향을 말하고 있다.
4)화지구곡
화지구곡(花枝九曲), 일명 신북구곡(身北九曲)은 옥소(玉所) 권섭(權燮)이 문경군 신북면 화지동(현 문경시 문경읍 당포리)에 거주하며 경영했다. 화지구곡은 신북천(身北川)과 초곡천(草谷川)이 합류해 영강(潁江)으로 흘러드는 마원(馬院)에서 시작해 신북천 상류인 하늘재에 이르는 아홉 굽이로 이루어졌다.
화지구곡은 제1곡 마포(馬浦), 제2곡 성교(聲校), 제3곡 광수원(廣水院), 제4곡 고요성(古要城), 제5곡 화지동(花枝洞), 제6곡 산문계(山門溪), 제7곡 갈평(葛坪), 제8곡 관음원(觀音院), 제9곡 대원(大院)이다.
◆영강의 사람들
영강은 근현대의 많은 충신열사와 장인(匠人)들을 낳았는데, 양산천과 선유구곡, 선유칠곡이 있는 가은읍 완장리에서는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중 명망이 높은 운강 이강년 선생을 낳았다.
농암천이 휘감아 도는 가은읍 민지리 섬안마을에는 도암 신태식 의병장을 낳았고, 그의 피가 면면히 흘러 이곳에 평산 신씨 집성촌을 이루었는데, 신우식 장군, 신영국 3선 국회의원, 신현국 2선 문경시장도 다 이곳 출신들이다.
아름다운 지형과 지세를 갖춘 영강 주변에서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CEO들을 많이 배출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영강을 끼고 있는 명품산의 기운을 받고 자란 듯 특이하게도 문경 출신은 국내 건설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과 부사장을 맡고 있는 서종욱(61) 씨와 이상한(64) 씨, 그리고 올해 사퇴한 현대건설 김중겸(61) 사장은 모두 문경 출신이다. 또 남선건설의 윤성길(73) 회장과 윤정호(51) 사장, 태영건설 변탁(73) 부회장과 권오훈(61) 상무, 황민욱(72) 전 한화건설 전무, 김석구(71) 경주월드 대표, 홍승표(71) 남진공영 대표 등이 있다.
문경 하면 또 도자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악지대인 덕분에 사토광맥의 매장량이 풍부해 사토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계곡에는 풍부하고 맑은 물이 있으며 우거진 숲에서 막대한 양의 땔감을 구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명품이 탄생할 천혜의 조건을 갖춰 무형문화재가 많이 탄생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문경새재 인근에서 7대째 도예가업을 잇고 있는 백산 김정옥(63) 선생과 경북무형문화재인 천한봉(78)`이학천(51) 선생이 영강물로 도자기를 빚고 있다. 자수의 달인인 김시인(65) 선생은 경북무형문화재다. 그는 자수 가운데서도 가장 어렵다는 육골침을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황희 정승 집안에서 영강물로 200여 년간 빚은 가양주 호산춘 제조기능보유자인 황희 정승의 21대 종부 권숙자 씨도 경북무형문화재다. 어머니로부터 대대로 이어 온 술 빚는 법을 거의 다 익힌 '황희 정승 22대 종손 황규욱' 씨가 현재 전수자이다. 대대로 가업을 이어 온 한지장 중요무형문화재 김삼식 선생이 있고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둥지를 틀고 있다. 방짜유기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이봉주(85) 선생은 문경에 정착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징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서애 류성룡 선생과 영강
영강천 진남교반 정상에 있는 봉생정은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이 자주 들른 곳이기도 했다. 서애는 고향인 안동 하회마을과 한양을 오갈 때 문경새재를 넘어 이 봉생정에서 여독을 풀고 쉬어갔다.
이 때문에 영강의 지형과 지세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서애는 자신이 쓴 '징비록'을 통해 임진왜란 중 교통과 군사적 요충지였던 진남교반을 너무 쉽게 왜군에게 내 준 점을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서애는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진남교반보다 더 풍광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곳이 어디에 있었을까? 하지만 이 나라가 생기고 가장 큰 전쟁인 임진왜란에서 진남교반의 고모산성과 토끼비리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왜군들에게 내어 주었으니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기술했다.
진남교반을 거쳐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라는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경상도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기 위해선 꼭 찾아야 하는 영광의 길이기도 했고, 임진왜란 당시 왜구들이 이 길을 통해 전국을 유린한 상처의 길이기도 했다.
◆영강과 문경 초점
지난 6월 28일 문경새재에서는 뜻 깊은 일이 있었다. 경상북도와 문경시가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와 있는 낙동강 발원지 중 하나인 문경 초점(草岾)을 알리는 표지석을 650여 년 만에 세운 것이다. 초점은 문경새재를 조령이라고 표기하기 전 옛 문헌상에 나타난 문경새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경북도와 문경시는 지난해 학술용역을 통해 낙동강 발원지 초점의 위치를 문경새재 2,3관문 사이의 동화원 인근으로 확정해 문화재청 심의를 받았으며, 이곳에 1억원을 들여 발원지 표지석과 연못을 조성하는 등 생태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단종 2년, 1454년 간행)에는 "낙동강의 근원은 봉화현 태백산 황지, 문경현 북쪽 초점, 순흥 소백산이며, 그 물이 합하여 상주에 이르러 낙동강이 된다"고 기록돼 있다.
경북도는 낙동강 명칭 유래지인 상주에는 2012년까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준공할 예정이며, 2015년까지 '낙동강역사문화체험센터'를 건립하는 등 낙동강 주도권 선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물은 해자(垓字`성 주위에 둘러 판 못)를 만들고 성(城)을 만들어 나라와 백성을 지켜냈다. 문경새재 성 앞에도 이 해자는 외적을 가로막고, 물이 나가는 문이 있었다. 이름하여 수구(水口). 수구 중간에는 사람 모형의 돌이 성을 지키고 있다. 얼마 전까지 초곡천이 흐르는 곳에는 성이 없었는데, 100년 전 문경의 사진을 모으다가 내 위를 가로지르는 성과 수구가 있는 사진을 발견, 이를 토대로 복원해 문경새재 1관문 성 모습이 완성되었다.
문경 초점은 영남인들이 물을 따라 넘었던 고개다. 부산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은 바로 낙동강을 따라 난 이 길이다.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분수령 정점에 문경 초점이 있고, 이 주변의 백두대간 골짜기는 삼수(三水-한강, 낙동강, 금강)를 발원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 김남일 환경해양산림국장은 "경북은 그동안 낙동강 발원 유래 지역을 3곳이나 갖고 있었지만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낙동강에 대한 주도권을 선점해 생태관광으로 적극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고성환 시민기자
◆여행정보
<쌍용, 용추, 선유동 계곡과 문경새재 및 진남교반>
▶교통
수도권→ 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901번 지방도→진남교반→ 922번 지방도→선유동계곡→용추계곡. 쌍룡계곡은 901번 지방도에서 922번 지방도로 갈아타지 않고 쭉 내쳐 달리면 나온다.
대전→청원상주 간 고속도로→낙동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
부산, 대구→경부고속도로→김천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
▶숙식
문경새재유스호스텔: 문경새재 도립공원내 054)571-5533, 문경관광호텔: 문경새재도립공원사무소 옆 054)571-8001, STX문경리조트: 농암면 쌍용계곡 부근 054)460-5000, 불정자연휴양림 054)553-4100
약돌돼지는 새재도립공원 근처 식당가에 새재할매집 054)571-5600, 약돌한우는 새재 도자기박물관 옆 약돌한우전문타운 1588-9075 , 매운탕은 진남교반에 있는 진남매운탕 054)552-8888이 유명하다.
▶관광문의: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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