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여행
아침 6시에 일어나 서둘러 씻고 기웅 오빠와 나눔터에서 주먹밥 만들었습니다. 갓 지은 하얀 밥에 참치 캔과 김자반 가득 넣어 잘 섞습니다. 싱겁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어 아침 먹으러 오는 동료들 입에 한입 두입 넣어줘 봅니다. 맛있다고 해주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각자 아침밥 먹고 숙소 정리 합니다. 특별히 햇볕 교실은 더 깨끗이 정리합니다. 짐 싸서 집결하고 나니 권대익 선생님께서 공지하셨던 시간을 한참이나 넘어선 시간.
“이렇게 시간 약속에 늦으면 모든 일정이 틀어질 수도 있어요. 늦어지는 동료 있거든 옆에서 챙기고 맡은 역할로 인해 바쁘거든 동료들에게 부탁하세요. 다음부터는 늦는 일 없도록 합시다.”
함께 떠나는 여행이니만큼 시간 살펴가며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식사 팀이랍시고 늦어지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버린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다음에는 늦지 않도록 동료들 살피며 필요하거든 도움 요청해야겠습니다.
많이 늦었음에도 화내기보다 차분하게 일러주신 권대익 선생님 고맙습니다.
차타고 장봉도로 향했습니다. 맨 앞좌석에 민지와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장봉도로 건너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한수현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드리고 매표소로 들어가 배 타는 시간 기다립니다. 민정 언니가 다 써버리려고 가져왔다면 썬 크림 듬뿍 나눠줍니다. 덕분에 살갗 덜 탈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시간이 되어 다 같이 차 이끌고 장봉도로 향하는 배 안으로 들어갑니다. 차에서 내려 새우깡 한 봉지씩 들고 제일 꼭대기 층으로 들어갑니다. 갈매기가 사람들 손에 쥐어진 과자 봉지를 알아보는 모양인지 배 주위를 맴돌며 떠나지 않습니다.
새우깡 하나 높이 던져봅니다. 갈매기가 잽싸게 물어가 버립니다. 조금 더 용기 내어 새우깡 들고 팔을 뻗어봅니다. 갈매기가 물어 채 가는 순간이 손끝으로 생생히 전달됩니다. 익숙하지 않고 겁이 나기도 하여서 소리를 지르는 동료도 있었습니다. 광재 오빠가 새우깡 하나 입에 물고 하늘로 고개 듭니다. 갈매기들이 힐긋 쳐다보기만 할 뿐 물어가지 않습니다. 물어갔더라면 장관이었을 텐데. 새우깡 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추억 쌓아갑니다.
철암에서 아쉬웠던 기억 떠올려 이번에는 셀카봉 확실하게 챙겼습니다. 핸드폰에 잘 끼워놓고 돌아다니며 동료들과 함께 사진 찍습니다. 높이 들어 올려 동료들의 45도 예쁜 사진도 찍어봅니다. 배 안에서도 이렇게 즐거운데 갯벌 가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장봉도에 도착했습니다. 차타고 해변 길 따라 쭉 들어가 봅니다. 정자 하나 발견해 그 밑에 짐을 풉니다, 스티로폼 박스 안에 담아 온 주먹밥을 꺼내들어 간단하게 점심 해결합니다. 애니메이션 ‘짱구’에 나오는 것 마냥 세모 주먹밥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세모 주먹밥 발견한 동료들 귀엽다며 좋아해줍니다. 싱거울까 걱정했더니 맛있다며 두 세 개씩 먹어줍니다.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습니다.
권대익 선생님께서 전날에 미리 장 보고 오셔서 과자와 음료수가 풍성합니다. 신나게 놀아도 간식 있으니 배고프지 않을 것 같아 든든합니다. 배부르게 놀 수 있도록 전날에 홀로 미리 장 보러 다녀와 주신 권대익 선생님 고맙습니다.
샌들만 가져왔더니 이대로 들어가면 갯벌 바닥 날카로운 조개들에 발바닥이 다치게 생겼습니다. 한수현 선생님께서 여분의 등산 양말 빌려주셨습니다. 주변 동료들도 하나 둘 빌려줍니다. 성미 언니가 목에 두른 붉은색 스카프도 빌려주었습니다. 양말 겹겹이 신으니 영락없는 신발 모양새가 되었고 파란 옷, 붉은 스카프, 검은 모자 쓰니 꼭 아람단 꼬맹이 같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몸 풀기 체조를 합니다. 뻣뻣하게 굳은 몸이 오랜만에 시원하게 펴집니다. 하나, 둘, 셋. 신나게 바다를 향해 달립니다. 수면이 얕고 그 밑의 갯벌 때문인지 물이 황토색입니다. 곧 썰물 때인지라 수위도 낮습니다. 새파란 물에 수면이 깊은 동해와는 또 다른 모습. 철암에서 함께 놀지 못했던 성미 언니와 이번엔 원 없이 함께 놀 수 있으니 장소 상관없이 좋습니다.
물이 빠지기 전에 신나게 놀아야 한다며 서로 물 뿌리거나 물장구칩니다. 기웅 오빠 수영 참 잘합니다. 권대익 선생님의 물 뿌리기는 장봉도에서도 인정사정없습니다. 바다의 짠물은 여전히 익숙해지기 어려운 짠맛입니다.
순식간에 바닷물이 밀려가 버리고 질퍽한 갯벌이 드러났습니다. 발이 저 깊숙이 빠져들어 갑니다. 양말만 신고 있으니 그 정도가 덜하여 편했습니다. 짜고 비린 바다 냄새 가득한 진흙을 퍼다가 서로의 얼굴에 묻히며 장난을 칩니다. 갯벌 진흙을 뭉쳐 진흙 싸움도 해봅니다. 퍽. 퍽. 생각보다 아픈 마찰음이 납니다.
갯벌 진흙 따라 조금 깊이 파인 곳에 물줄기가 고입니다. 햇볕을 받아 따뜻합니다. 광재 오빠가 갯벌 한 복판에 드러눕습니다. 모자로 얼굴 가리고 몸은 진흙으로 덮어버립니다. 갯벌 한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마냥 진흙이 잔뜩 쌓였습니다.
민지, 성은 언니와 함께 짐 풀어두었던 곳으로 가 동료들과 함께 먹을 간식 싸들고 다시 갯벌로 들어옵니다. 진흙으로 손 더러워진 동료들 대신 입에 과자 하나씩 넣어주고 시원하게 얼렸다가 녹아가고 있는 주스도 마십니다. 갯벌 냄새 익숙하지 않았으나 동료들과 옹기종기 갯벌 위에 앉아 간식 나누어 먹으니 즐겁습니다.
다 같이 점프 샷 찍어봅니다. 인간 피라미드도 쌓아보았습니다. 제일 꼭대기 층은 왜 항상 제가 되는지.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내려옵니다. 둥글게 앉아 사회사업 이야기 나누기도 했습니다. 갯벌에서 나누는 깊은 이야기. 운치 있고 특별합니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나와서 씻습니다. 여자 샤워실 들어가려는데 이번에도 남자냐 오해 받았습니다. 다 씻고 서둘러 나와 차타고 다시 배 타러 갑니다. 이번에는 다들 지쳤는지 누워서 잠들어 버립니다.
항구에 도착해 두 팀으로 나뉘었습니다. 인천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한수현 선생님 차를 타고 떠납니다. 가기 전에 다음 주에 보자 인사하며 포옹합니다. 복지관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권대익 선생님이 운전해주시는 차탑니다.
돌아가는 길에 광재 오빠가 시간 되는 사람끼리 모여 초밥 먹으로 가자고 제안해주었습니다. 민지, 은혜 언니, 재성 오빠, 광재 오빠 넷이서 가기로 합니다. 복지관 도착해 차에 실린 짐 내리고 쓰레기 정리하고 함께 가지 못하는 성은 언니, 기웅 오빠와 인사했습니다.
권대익 선생님 덕분에 편하게 신방화 역까지 갔습니다. 다 같이 초밥 시켜 배부르게 먹습니다. 함께 외부에서 밥 먹은 적이 많지 않아 즐거웠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지하철 역 앞에서 인사하고 헤어집니다.
이번 여행도 즐거웠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 한 무더기 더 쌓아갑니다. 앞으로의 과업 해 나갈 힘을 얻어갑니다. 매번 좋은 놀이의 기회 마련해 주시는 권대익 선생님, 함께해주신 한수현 선생님 고맙습니다.
갯벌에서 진흙투성이가 되어 함께한 13명의 이야기. 잊지 못할 겁니다.
16일차 장봉도 여행 마무리
여러모로 속상한 것이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장봉도 여행 통해서 풀려나간 것 같아 감사하고 즐거웠습니다. 남은 기간도 힘내서 잘 해내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속상한 것이 많았던 한 주였다는데, 지나고 보니 다 추억이고 배움이었네요.
그때는 사소한 것 하나도 걱정이었고 무너져 내리는 듯했지요?
갯별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웠어요.
이번 단기 사회사업으로 채령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 배움, 감동, 웃음, 사랑이 가득하겠어요.
이 마음 잊지 않고 늘 가슴에 간직해요.
천화현 선생님께 배웠던 실습생은 현장에서 힘들 때
그 추억을 꺼내보며 힘낸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