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991]挹翠軒 朴 誾(읍취헌 박은)7절. 二烏几遺容齋(이오궤유용재)
挹翠軒 朴 誾(읍취헌 박은). 以烏几遺容齋(이오궤유용재) 烏几(오궤)를 용재에게 보내며 容齋寥落無長物(용재요락무장물) 용재 집 살림살이 휑하니 텅 비어 있고 唯有平生萬卷書(유유평생만권서) 있는 거라곤 오직 만권의 책 뿐 獨倚烏皮對賢聖(독의오피대현성) 오궤에 홀로 의지하여 책속의 성현을 대하니 晩風晴日鳥聲餘(만풍청일조성여) 저물녘 바람 갠 날 새소리 난다
저자 朴誾과 李荇(이행)은 친구 사이다. 李荇의 호가 容齋(용재)다. 모두 조선시대 선비들이다. 집안이 넉넉했던 朴誾이 가난한 친구 李荇에게 책상을 선물로 보내며 함께 부친 시다. 진정한 선비는 재물을 탐하지 않았다. 오로지 인격과 학식으로 고고한 향취를 풍기고자 스스로 노력했다. 다만 많은 책, 진귀한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서로 부러워하고 자랑하기도 했다. 책이 곧 성현이다. 책 속에 성현의 말씀이 담겨 있고, 성현의 말씀은 성현의 생각이며 성현 자신이니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 성현을 만나는 게 된다. 성현을 만나면 마음이 맑게 개이고 시원해지며 여유로워 진다. *烏机(오궤):까마귀 烏, 책상 机. 검정 옻칠한 책상. *長物(장물):불필요한 물건. 선비에게 안 어울리는 사치품. *烏皮(오피):까마귀 가죽. 여기서는 책상 즉 烏机를 말함.
원문=속동문선 제10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續東文選卷之十 / 七言絶句
이오궤 유 용재(以烏几遺容齋) [朴誾] 容齋寥落無長物。唯有平生萬卷書。 獨倚烏皮對賢聖。晩風晴日鳥聲餘。
박은(朴誾) 용재가 쓸쓸하여 별 물건 없고 / 容齋寥落無長物 한 평생에 오직 만권 책만 있을 뿐 / 唯有平生萬卷書 오피에 홀로 의지하여 책속의 성현을 대하니 / 獨倚烏皮對賢聖 오후 바람 갠 날에 새소리 나는도다 / 晩風晴日鳥聲餘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9 읍취헌유고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挹翠軒遺稿卷二 / 七言絶句 以烏几遺容齋 容齋寥落無長物。唯有平生萬卷書。 獨倚烏皮對賢聖。晩風晴日烏聲餘。
오궤(烏几)를 용재(容齋)에 보내며 용재는 쓸쓸하여 별 물건이 없고 / 容齋寥落無長物 오직 평소에 읽는 만 권의 책뿐일세 / 唯有平生萬卷書 홀로 오궤에 기대 성현의 책 읽나니 / 獨倚烏皮對賢聖 저물녘 바람 밝은 해에 갈까마귀 소리 / 晩風晴日鳥聲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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