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잠시 외출을 했다.
일요 라이딩이 가능할지 컨디션 점검차. 머리숱도 그닥인데 4일만에 감는지라 그런지 샴푸도 두 번 짰다.
집 앞 백화점서 가을맞이 예쁜 플랫슈즈 한 켤레 사주고 밥도 넘어갈지 함박 스테이크를 살짝 곁들여 보았는데,
오~ 아주 맛있었다.
누워있슴 환자란 말을 실감하며 내친김에 드라이빙 하는 기분으로 도서관까지 태워주고, 그래. 이 맛이야.
콧구멍 바람 슝슝 들어가니 이제야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요즘 방송사 파업으로 본의 아니게 귀호강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음악이 더 이상 주체가 아닌 방송 흐름에서
시시콜콜 퍼나르는 잡설들 하나 없이 오롯이 음악만 감상할 수 있다는게 어찌나 고맙던지, 예전 저 만한 나이때
즐겨듣던 음악이 나오자 나도 몰래 소소한 옛날 이야기를 뱉어냈다. 흐르고 있던 음악은 스콜피온스의 'Allways Some Where'.
그땐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가요를 무시하고 하대했을까?
이문세, 이승환, 신승훈, 조장혁, 이루 말 할 수 없이 수 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불후의 명가수들을,
그땐 그냥 깔보고 무시하고 외면했을까?
남녀를 양분할 것 없이 피끓던 이십대 초중반 내가 빠진 음악은 팝이었다. 그것도 브리티쉬 팝에, 그중에서도
헤비메탈과 하드락에. 헤비메탈의 양대산맥인 메탈리카와 주다스 프리스트, 하드락의 교과서인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 그리고 기타의 4대 신으로 추앙받던 블루스 락의 대부 에릭 크랩튼까지, 온전히 20대를 그들의
음악과 함께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몰입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룹은 '레인보우(RainBow')였다.
'Catch The Rainbow'를 첨 들었을 때의 멍했던 충격이란.
딥퍼플의 주축 멤버로서 리드 기타를 담당했던 리치 블랙모어가 결성한 레인보우는, 기승전결 뚜렷한 락의
장르에서 한층 섬세한 감성까지 표출해냈던 짧았지만 많은 명곡들을 남기고 해체된 영국의 하드락 그룹이다.
그 어떤 앨범보다도 사랑받았던 'Rithch The BlackMores, Rain Bow'에서 6:38초란 요즘의 노래에선 좀 해
들을 수 없는, 하지만 그 시절엔 충분히 이해받던 길이의 대작이다.
처연하면서도 강렬한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연주는 현재의 수 많은 기타 연습생들에게도 머스트 해브 곡으로
존재한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엘피들.
대부분 원판으로 월급 탈 때마다 몇 장씩 샀던지라 장 수가 많지는 않다.
한 450여장 정도...
딥퍼플,
레드 제플린등, 하드락도 좋아했지만
'Yes'. 'Pink Ployd'등 프로그래시브 락을 특히 좋아했었다.
그들의 대표곡 'Another Brick In The Wall'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 교육계를 실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했고,
똑딱거리는 시계소리의 'Time'은 인트로 부분의 시계소리가 전혀 새로운 울림을 준 말 그대로 지극히 실험적이면서도
대중들의 귀에 기존의 락 연주와 정반대의 새로운 신선함을 불어 넣어준 곡이었다.
이외에도 'Money'라는 케셔 기계음의 완벽한 조화가 돋보였던 곡도 아주 좋았다.
다른 엘피들도 잠깐 보자면...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에릭 클랩튼의 'UnPlugged' 앨범.
그의 역사를 알려면 이 앨범은 꼭 들어봐야한다.
언플러그드 앨범에서의 아름다웠던 'Layla'의 원곡이 삽입되어있다.
(Layla는 비틀즈의 드러머 조지 해리슨의 아내였던 베티 보이드를 지칭한다. 이유는...)
락 특유의 메니악함을 벗어나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앨범.
비로소 완성된 에릭 클랩튼의 블루스 락.
우리가 아는 'What A Wonderful World'가 삽입되어 있다.
오랜만에 떠들어 보는지라 혼자서 신이 나 있는데,
딸아이가 딱 한마디 했다.
'홍대병이구만'
홍대병?? 그게 뭔데??
"그냥 중2병이라고'
......................................................
그래.
그냥 난 중2병 환자였던 것이다.
그게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고....................ㅎㅎㅎㅎㅎㅎㅎ
첫댓글 와우~
저는 큰돌님과 반대로 가요를 무지 좋아 했었고, 아직도 좋아 합니다~
팝은 가사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배제하고 들어야 되서 썩 와닿지는 않더라구요~
언제한번 음악에 대해 얘기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ㅎㅎ
밤 한 번 째봅시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