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레이스 첫날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된다.
마라톤을 위해 이 먼 곳까지 날라와서 달린다고 기뻐하고 날뛰는 모습을 보니 다들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마라토너 세계에서는 지극히 정상이지만 일반인 기준으로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이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하긴 일주일 동안 달리는데 어떤 먹을것도 제공하지않고 달랑 천막 하나만 제공하는 대회임에도 참가비는 엄청 비싸게
받아먹는 대회가 정상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패가 있긴하다.
대회 로드북.
1주일간의 코스, 각 구간설명 및 주의점, CP구간대별 컷오프시간 등 주요정보가 있는 책자로 잃어버리면 큰 낭패를 볼수 있다.
일단 지급받은 로드북에 배번과 이름을 적어놓는다. 분실 및 도난위험을 최대한 방지차원임.
오늘은 첫날이라서 그런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한다.
30.3KM
각자 가방도 모두 꽤 무겁기도 하고, 사막에 적응시키기 위한 대회측의 배려(?)라고들 한다.
제한시간은 10시간이므로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
다만 사막 코스를 전혀 모르고 주로 전략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일단 평지는 무조건 뛰고 듄(모래언덕), 산악지역은 최대한 빠른 속보로 운영하기로 하고,
CP에서는 물을 급수받고 10분정도 쉬기로 한다.
최종 레이스 목표시간은 6시간으로.
그래도 나름 1년동안 산과 들과 바다로 돌아댕기고, 집안에서 욕도 골고루 먹었는데 너무 하위권은 아닌 것 같고
중위권정도를 목표로 잡아본다.
코스도를 보면 CP1 까지는 자갈과 모래길로 시작하다가 큰 언덕을 하나 넘게 되고 작은듄이 계속 나온다.
CP 2도 계속되는 듄이고, 도착지까지 또 듄이다. 모래맛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싶은 주최측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아뭏든 첫날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없어서 무난하게 첫레이스를 마치게 된다.
하지만 레이스 마치고 들어와 봐야 보상이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딱 하나, 레이스 마치면 현지인들이 마시는 뜨거운 차를 한잔 주는데 달작지근하니 기가 막히다. (약간 허브맛)
단점은 딱 한잔만 준다능...
월마클이야 막걸리, 파전등등 쏟아질텐데 여긴 뜨거운 오후 3시부터 그냥 천막에서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먹다 남은 행동식으로 요기 좀하고, 아직 안들어온 팀원들 걱정도 하고, 저녁시간되자 각자 알아서 전투식량에 물 끓여서
대충 한끼 때운다. 괜히 설치고 돌아다녀봐야 에너지만 소모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한국팀 전원 모두 1라운드를 무사히 마치기는 했는데 벌써 2명이 발상태가 좋지 않다.
이유는 신발 때문이었다.
대회전에 사하라사막 참가자 OB모임에 참석하여 여러장비를 추천받았는데 그중 중요한 장비가 신발이었기에
이번에 참가한 대부분의 멤버가 추천해준 모델의 신발로 일괄 구입하여 신게된 것이다.
신발 자체는 좋은 신발이고 연습때 착용해 봐도 문제가 없었지만 아시다시피 사람마다 발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정작 대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제일 큰 문제가 신발폭이 좁다보니 장시간의 레이스로 인해 발이 붓고 좁은 공간과 뜨거운 환경, 거친 자갈밭등에서 발바닥, 발가락이 견디지를 못한 것이다.
참고로, 나는 모임에서 추천해 준 신발은 나한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인터텟서핑과 경험당을 통해서
여러 브랜드의 신발을 신어보았는데 그중 알트라(ALTRA)라는 브랜드가 나에게 적합하여 착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최상의 선택이었다.
좌우지간 그 멤버들은 메디컬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엄청 고통의 순간이라고 한다.
물집나면 우리는 바늘로 물만 빼는데 여기는 물집부위를 도려내고 그 위에 붕대를 감아주는데 오히려 레이스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 멤버는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고행길의 연속이었다.
어쨋거나 첫날 레이스를 마치고, 침낭안에서 각자 하루동안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면서 마감한다.
오늘따라 바람이 무척 강해서 텐트가 날라갈 것 같다.
침낭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억지로 잠을 청해보는데....
금방 곯아 떨어진다.ㅋㅋ
첫댓글 마지막 양말이 레이스의 고단함을 보여주네요.
대회 일정이 한눈에 확 들어옵니다. 현장감이 쑥 쑥~~~
후기 감사합니다.
최대한 양말만큼은 햇볕에 말리고 청결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발은 소중하니까요...^^ (사실 발관리가 제일 중요함)
사하라!!!
꿈도 못꿀 사막마라톤...
용수님 글을 보니 더욱 꿈꾸면 안될듯... ㅋㅋ
대장님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것 같으니 오지마라톤 한번 시도해 보시지요...ㅎㅎ
자료보시면 말씀드린 간이화장실도 보이네요...
우리 마눌이 보면 정말 **다고 할 내용이네요.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이해못할 대회...
정말 대단합니다~~
성섭님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지난주 일요훈련 너무 멋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