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무한한가? 유한한가?'라는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었고 알고자 노력하였으며 여러가지의 주장과 논쟁이 있어온 문제였습니다.
현대의 우주론은 우주의 시초가 대폭발-'빅뱅(big bang)'으로부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은하도 별도 원자도 없었고, 심지어 시간과 공간도 없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대폭발에 의해서 태어났습니다.
현대 우주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에드윈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의 아이디어는 매우 낯설고 언뜻 믿기지 않는 것으로서 허블이 살았던 시대의 많은 과학자들 조차도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습니다.
마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뒤엎는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뉴턴이 주장하였던 무한히 크고 무한히 오래된 아주 균일하고 절대적인 '뉴턴의 우주' 모델을 믿었던 사람들도 이러한 무한한 우주에 의문을 제기하는 '벤틀리의 역설'과 '올베르스의 역설'을 애써 외면하였습니다.
벤트리의 역설(Bentley‘s Paradox)
뉴턴은 <프린키피아>(1687)를 통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천체 운동도 중력의 법칙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또한 우주의 구조에 대한 역설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692년 성직자였던 '리처드 벤틀리(Richard Bentley, 1662~1742)'는 뉴턴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만일 중력이라는 것이 잡아당기는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면, 은하를 이루고 있는 모든 별들은 결국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와해될 것이다. 따라서 만일 우주가 유한하다면, 그곳은 고요하고 정적인 무대가 아니라 모든 별들이 한데 뭉게지면서 처참한 종말을 맞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임의의 물체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잡아당기는 힘도 무한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모든 별들은 조각조각 찢어지면서 혼돈에 찬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벤틀리는 중력이론을 우주에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역설적 결과를 최초로 지적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벤틀리의 편지를 읽고 한동안 심사숙고한 뉴턴은 다음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우주공간에 떠있는 하나의 별이 무한히 많은 다른 별들에 의해 당겨지고 있다면 오른쪽으로 끌어당기는 힘과 왼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서로 상쇄될 것입니다.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들도 동일한 원리로 상쇄될 것입니다. 모든 별이 이런 식으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정적인 우주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뉴턴의 생각이었습니다. 뉴턴은 중력이 항상 인력으로만 작용한다는 가정 하에서 벤틀리의 역설을 피해가면서 이 우주가 “무한하면서 균일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벤틀리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제 논리에 틀린 점이 없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아님을 인정하겠습니다.”
뉴턴이 생각했던 ‘무한하면서 균일한 우주’는 불안정한 논리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론은 매우 불안하여 우주에서 별 하나가 요동을 쳐도 주변의 균형이 연쇄적으로 와해되어 결국 우주전체가 하나의 중심을 향해 붕괴됩니다. 뉴턴은 신의 전능한 힘이 이런 대형 사고를 막아주고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습니다.
“태양과 항성들이 중력에 의해 한 지점으로 와해되지 않으려면 전지전능한 신의 기적이 계속해서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얼핏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속에 인간의 호기심이 담겨있습니다. 케플러(Kepler)가 처음 이 의문을 떠올렸던 당시(1610년)는 바야흐르 우주의 중심이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선각자들은 지구 중심의 우주관을 대신 할 새로운 우주관으로서 '우주는 그 중심에 태양이 있고 그 주위를 행성들이 돌며 그 바깥으로는 무한히 많은 별들이 흩어져 있다'고 생각하고자 하였습니다. 의문은 '과연 별은 어디까지 흩어져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케플러는 '우주가 무한하다면 왜 밤하늘이 어두울까?'하고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만약 우주가 무한히 넓고 별이 고르게 퍼져있다면,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시선의 끝에는 어떤 별인가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밤하늘은 어두운 것이 아니라 밤하늘 전체가 별로 도배된 것으로 보이게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밤과 낮을 따질 것도 없이 태양 역시 별빛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되며, 지구 표면이 별의 표면 온도와 같은 수천도의 온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듯이 실제로는 밤하늘은 어둡습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케플러는 "우주가 유한해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이 의문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1823년에 독일의 천문학자 올베르스(Heinrich Wilhelm Matthäus Olbers 1758~1840)가 다시 제기하여 '올베르스의 역설'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당대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허셜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입니다.
올버스(Olbers, 올베르스의 영어식 발음)는 먼 우주를 여행하는 빛이 우주 공간을 지나면서 우주공간을 채운 물질들에 조금씩 흡수된다는 가정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지구에 닿는 빛은 약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빛에너지를 흡수한 물질은 에너지가 높아지고 계속 빛을 흡수하다보면 그 자신이 나중에 온도가 높아지며 빛을 발하게 됩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해답을 구하려던 사람 중에는 미국의 추리 소설 작가이자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던 '에드거 앨런 포'도 있었습니다. 포는 죽기 직전에 《유레카》(Eureka)라는 산문시집을 출간했는데, 이 중에 자신이 천체관측을 한 것을 난해한 산문시로 써 놓은 것이 있습니다. 포는 "광활한 우주공간에 별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따로 있을 수는 없으므로,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생각했습니다.
1901년에는 물리학자였던 켈빈도 다음과 같은 논리로 올베르스의 역설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우주 공간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소요되므로 밤하늘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의 별이 아니라 별의 과거 모습입니다. 밤하늘이 밝게 빛나려면 우주의 크기가 적어도 수백조 광년 이상 되어야 하지만 우리 우주가 아직 그 정도 나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밤하늘이 검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올버스의 역설'에 대한 논쟁은 20세기까지 계속되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발전된 새로운 과학이론과 새로운 망원경을 통한 관측결과는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우주관을 열어주었습니다. 그것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밤하늘이 왜 어두운지를 압니다. 그것은 우주가 정적이지 않고 팽창하고 있어서 먼 천체에서 오는 빛이 도플러 효과로 인해 약해져서 관측자에게 이르는 빛이 감소하기 때문이며, 또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라는 유한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가 유한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