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쉽게하기
1. 스케치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이 가장 즐겨 그리는 대상 중 하나는 얼굴입니다.
얼굴은 순수한 우리말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정신을 담은 그릇이라는 형이상학적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이목구비를 갖춘 형태로서의 의미입니다.
얼굴을 닮게 그리기는 쉬워도 그 사람의 혼을 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인물 드로잉이 단순한 형태를 그리는 차원을 넘어 매우 복잡 미묘한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형태를 최초로 묘사한 흔적은 중국의 고분 벽화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지에서 발견되며, 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로 죽은 사람의 생전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중요한 인물은 크게 배치하고 그 밖의 인물은 작게 그렸으며, 얼굴을 몸통에 비해 크게 그렸다는 점입니다.
실제와 다른 관념적 시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물을 표현하는 시각적 습관으로 굳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인물의 형상을 성공적으로 묘사하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어떤 대상을 성공적으로 묘사하려면 예리하고 분석적인 관찰력이 요구되지만, 얼굴의 경우에는 우리의 관찰역을 무력하게 만드는 관념적 습관을 극복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창의적인 시각이라는 개념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는 의미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볼 수 있는 눈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 드로잉은 새로운 습관으로 눈을 길들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직업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도 인물 그리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관념의 벽을 깨뜨리기가 어려워 무의식적으로 실제로 보이는 형태보다 마음속에 간직된 형태를 묘사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그로인해 대상의 실제 모습보다는 자신의 모습이나 다른 이미지들이 투영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소재보다 인간의 형태에 익숙하고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그리거나 고양이 한 마리를 스케치했을 때는 실제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사람 얼굴의 경우에는 실제 모습과 비교했을 때 묘사의 작은 실수도 허용하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무엇이나 쉽게 그릴 수 있으려면 우선 닮게 그려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닮게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라는 선입관은 어려서부터 우리를 지배해 왔던 생각으로, 단단한 껍질처럼 의식 속에 박혀 있습니다.
그림도 하나의 언어입니다.
언어를 이해하려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그림도 몇 가지의 기본 요령을 익히고 반복해서 단어를 외우듯이 스케치 연습을 해야 합니다.
스케치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닮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스케치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릅니다.
그때 비로서 그림의 맛과 멋을 알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상과 닮은 그림이 그려지는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우선 사람을 그리는 방식을 배우고 난 다음에 특정한 어떤 사람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얼굴을 쉽게 그리려면
1)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얼굴을 쉽게 그릴 수 있는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6살짜리 어린이가 엄마의 얼굴을 단숨에 그려 내듯 그리면 됩니다.
하지만 그때의 순순함을 모두 잃어버리고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성인들에게 그림을 쉽게 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림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두려움, 참담한 결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닮게 그려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겹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들어 있는 두려움,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예시 그림과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생각도 쉽게 그리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똑같이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라는 고정관념부터 없앤다면 드로잉은 한결 쉬워집니다.
또 내가 그린 그림을 누군가에게 자랑할 필요도 없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용기가 더해진다면,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2) 사람의 얼굴은 모두 비슷합니다
눈이 크다는 것은 안구가 큰 것이 아니라 안구를 덮고 있는 눈꺼풀이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더 많이 열려있음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생김새를 결정짓는 것은 골격과 피부의 미묘한 변화에서 비롯되는 차이점이고, 그 차이점을 없애 버린다면 모든 사람의 생김새는 똑같을 것입니다.
서양의 미술대학에서 기초 과정으로 해부학을 채택하는 이유는 인간의 외모가 갖는 공통적인 특질을 공부함으로써 더욱 깊이
있는 인물 드로잉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비슷한 골격과 근육이 붙어 있는 비슷한 얼굴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얼굴 그리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인물 드로잉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작은 차이점을 너무 크게 인식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눈이 큰 편이라도 인구의 크기나 골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비정상적으로 동그랗고 큰 눈으로 표현한다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이 무너지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3) 초상화를 목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실제 얼굴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을 그려서 실제 인물과 똑같이 만든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를 스케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여러분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다 보면 때로 닮게 그릴 수도 있고 전혀 닮지 않게 그려질 수도 있습니다.
4) 즐기면서 그려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못 그리니까 그림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무엇이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아무것도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도 분명 처음에는 여러분처럼 연필을 잡고 스케치를 배웠을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세계적인 화가나 이제 막 미술 연필을 잡은 여러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미술에 실패란 없습니다.
성공적인 그림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평생 동안 그리기를 배우고 익힌다는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즐기면서 작은 성과에도 크게 만족할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3. 준비물
1) 연필
연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필기도구이자 화구입니다.
연필은 값이 저렴한 데다가 쉽게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쉽게 지울 수도 있고, 어디에서나 신속히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화구와도 잘 어울린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에게 연필은 가장 중요한 동반자입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스케치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자 기초가 되며, 연필이 없는 아이디어
스케치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연필 스케치가 색칠을 위한 밑그림이 되기도 하고, 대가의 연필 스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예술 작품 대접을 받습니다.
연필의 종류는 심의 무른 정도에 따라 모두 17등급으로 나뉘는데, 스케치를 위한 연필로는 4B, 2B와 같은 부드러운 연필이 좋습니다.
심이 너무 무르면 쉽게 부러지고 너무 강한 연필은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연필을 깎을 때는 심이 너무 길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필요에 따라 사포를 이용하여 심을 갈아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칼로 심을 깎을 때에는 연필의 나무 부분을 깎을 때보다 훨씬 약한 힘으로 부드럽게 밀어내듯 깎아야 심이 부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심의 형태에 따라 선의 느낌역시 달라지므로 스케치를 하는 동안 늘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2) 샤프펜슬과 홀더
자주 깎아 주어야 하고 갈수록 길이가 짧아지는 연필의 단점을 멋지게 해결한 도구가 샤프펜슬과 연필 홀더입니다.
연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굵기와 경도(굳기)의 제품이 있으니 몇 가지를 골라 시험 삼아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꾸준하게 사용하면 손에 곧 익숙해집니다.
3) 지우개
지우개는 가급적 말랑거리고 부드러운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술용이라는 글씨가 쓰인 길쭉한 지우개면 무난합니다.
좀 더 세밀한 스케치를 위해서는 중간 부분을 어슷하게 칼로 잘라 끝 부분을 예리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좋은 지우개라도 지우개는 종이의 표면을 닳게 하고 그림의 톤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4) 스케치북
많은 연습이 필요하므로 얇은 모조지를 여러 장 엮어 만든 연습용 스케치북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켄트지로 만든 스케치북은 충분한 연습을 마친 다음, 좀 더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때 구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화방에는 독특한 질감의 전문가용 스케치북도 있습니다.
4. 튼튼한 기초와 올바른 자세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