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9. 하나됨의 의미(2)-부활 제7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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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M 호노리오 2020. 5. 29. 01:26
퍼즐 맞춰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퍼즐을 즐겨맞추는 스타일은 아닌데, 또 눈 앞에 그게 놓여있으면 지나가지는 못하는 성격입니다.
예전 정동에 살면서 신학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그 당시 누군가가 휴게실에 퍼즐 1000피스 짜리를 내놨던 적이 있습니다.
형제들도 휴게실에 오고 가며 조금씩 퍼즐을 맞추곤 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 밤에, 제 동기랑 저랑 원장 형제님이랑 앉아서 밤늦게 퍼즐을 맞추다가 발동이 걸렸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왠지 그 날 밤에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중간에 제 동기는 너무 졸렸는지 방에 들어갔고, 원장 형제님이랑 둘이 앉아서 토끼눈으로 퍼즐을 끝내 완성했었죠.
그러고 났더니 아침 기도시간이 다되어 그대로 아침 기도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어제는 하나됨을 말하기 위해서 스테인드 글라스를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퍼즐을 통해서 하나됨을 이야기하고자, 퍼즐 이야기로 복음나눔을 시작해봤습니다.
퍼즐을 보고 있으면, 튀어 나와 았는 곳도 있고 움푹 패인 곳도 있습니다.
우리들 같지요. 잘난 면도 있고, 못난 면도 있고.
누구나 잘난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지요. 하느님께서 그리 만드시지도 않으셨고.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습대로 만드셨다고 했지, 똑같이 만드셨다고는 하지 않으셨고,
우리의 부족함을 아시기에 다른 피조물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하셨지요.
주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이 완벽하기에 '보시니 좋았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완벽할 필요는 없을 터입니다.
아브라함, 모세가, 다윗이 완벽했기에 그들을 당신의 도구로 삼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완벽하시기에 당신은 그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뜻을 실현하실 수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완벽해지고자 하지요. 그것이 아담과 하와와 대변되는 인간의 욕심입니다.
그 욕심이 우리 마음에 자리잡아 각자가 완벽해지고자 할 때, 그 욕심은 우리를 하느님과의 단절, 에덴 동산의 조화로움과 단절되게 하고, 우리를 거치른 들판으로 이끌로 나가게 됩니다.
그 거칠은 들판에서 우리는 서로서로 경쟁하고 시기하며 질투하고,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의 불행을 외면합니다.
그 결과 현대 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마디마디 끊어진 채 단절된 세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펼쳐놓으신 퍼즐판의 퍼즐 조각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나 하나는 불완전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잘난 부분은 툭 튀어나와 있고, 못난 부분은 움푹 패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더 잘나서 더 많이 튀어나왔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부족한 것이 많아 더 움푹 패여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양이 어떻든 간에 퍼즐 조각 하나는 귀중합니다. 아무리 부족해보여도 그 퍼즐 조각 하나가 없으면 퍼즐은 완성되지 않으니깐요.
그리고 나의 잘남은 남의 부족을 채워주기 위해 튀어나와 있습니다. 나의 모자람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움푹 들어가 있습니다. 모두가 꽉 채워져 있는 사각형은 퍼즐을 완성하지 못합니다. 조그만 충격에서 물려 있던 퍼즐은 금새 흩어져 버릴 테니깐요. 나와 너와이 결합은 바로 서로를 채워갈 때 튼튼하게 엮일 수 있습니다. 남의 부족함은 나의 남음으로 살펴시 끼어 들어가면 됩니다. 나의 부족함은 남의 넘침에 자리를 내어주면 됩니다. 그렇게 될 때, 퍼즐은 더 단단하게 엮여져 하나의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나의 남음이 남의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고, 나의 잘남으로 비어있지 않은 자리에 끼어들고자 할 때, 퍼즐의 톱니가 맞지 않듯 다툼이 생겨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잘 살펴야 합니다. 나의 무엇이 남고 무엇이 부족한지, 남의 무엇이 남고, 무엇이 부족한지. 이것이 하느님 나라 퍼즐을 위한 기도이며 사랑의 실천입니다.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남을 잘 살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에서 말하는 연대 Solidarity이며, 더 나아가 프란치스칸들의 덕목이 Fraternity입니다. 이를 위한 기도를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아주 간단한 말로 남겼습니다. "하느님이 당신은 누구이시고,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흔하디 흔한 기도이나, 아주 심오한 기도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이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의 나라의 하나의 퍼즐로서 형제의 부족함을 채우고,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여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보시죠. 우리의 하나됨을 바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바람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