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고온항
2024.5
경주에서 야생화를 키우는 분을 소개하는 티브이를 보다가 그분이 “꽃도 사람도 자세히 보면 다 곱습니다”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았다. 여행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떠난다. 익숙한 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소홀히 보게 되고 감흥이 없어진다. 반면 새로운 것은 자세히 보게 되니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경기 만에는 크고 작은 많은 포구들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우리나라 지형을 보고 토끼 모양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그 말이 사라졌다. 들리는 말로는 그건 식민지 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 사람들의 기를 누르기 위해 약한 동물인 토끼에 비유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호랑이 모양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일까? 아무리 보아도 호랑이보다는 토끼 모양에 더 가깝다. 경기만은 토끼의 앞발과 뒷발 모양의 안쪽에 있어서 말하자면 토끼의 가슴부위에 해당한다.
전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포구를 한 번 돌아보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첫 행선지를 매향리로 정한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도를 펴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향(梅香)이라는 마을 이름이 왠지 정감이 가고 그중에서 고온리(古溫里)라는 고상한 이름의 포구에 마음이 끌렸다.
매향리는 2000년도에 KBS에서 방영된 추적 60분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50여 년간 미 공군 사격장으로 이용되었던 이곳이 새롭게 조명되었고, 결국 2005년도에는 사격장이 폐쇄된 곳이다. 지금은 생태계의 복원이 이루어지고 조용한 어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평일인지라 해변에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침 물이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갯벌이 드러난 곳에는 도요새 무리가 몰려다니며 먹이를 찾고 갈매기들은 내가 신기해하며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득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이 몰려왔다.
참고: 수인 분당선을 이용할 경우 수원역에서 하차, 6번 출구로 나와서 대로변에서 광역버스 9802 승차하여 조암시장 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그곳에서는 고온리 종점 까지 가는 버스가 자주 운행된다. 주변에 식당들이 많이 있고 낚시용품 가게도 있다. 물이 들어올 때는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