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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연구의 가능성과 실제
박 주 택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는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의 기획 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적 확산과 학술 분야에서의 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에 발맞추어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프락시스 연구회에서 추진한 학술 편저이다. 본 연구회는 2022년 12월부터 인공지능의 문학적 활용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학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 논문을 한데 엮어 학문 후속세대와 대중을 위한 참고서적을 기획했다.
주지하다시피 원시적인 인공지능 개념은 1947년 에니악(ENIAC: 전자식 숫자 적분계산기)과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시작하여 튜링 기계를 설계하여 컴퓨터의 지적 실험을 실제로 행한 앨런 튜링(Alan Turing)에 의해서 나타났다. 앨런 튜링은 1950년대 당시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기계는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공지능의 역사를 촉발시킨 인물이다. ‘人工知能’, 그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지능적 존재로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 목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오늘날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여 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전과 더불어 AI 산업에 뛰어든 대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학교와 연구소의 기술 개발은 인공지능을 급속도로 대중화시키고 있다. 목소리 하나로 기계를 켜거나 TV의 채널을 돌리거나 궁금한 것들을 챗봇에 물어보는 등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일상의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또한 2014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등장하면서 화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최근 GPT-4(Open AI), Megatron-Turing NLG(마이크로소프트), PaLM(구글), 엑사원(LG), 하이퍼클로바(네이버)와 같은 LLM(초거대 언어 인공지능) 모델이 오픈소스로 배포되면서 텍스트를 활용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술적인 관점에서도 다양한 학문분야와 접목한 논의가 등장하고 있다. LLM 모델의 학술적 활용 방안부터 연구 성과의 진전도와 연구윤리 등이 화두인 것이다. 이 가운데 예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의 실제와 의미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텍스트를 소재로 한 ‘문학’에서는 특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시’ 장르에 대한 인공지능의 창작의 가능성에 대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연구주제로 대두될 정도로 확대되고 심화되었다.
국내에서는 ‘시아 파트너스’와 ‘카카오브레인’에서 개발한 시 창작 전문 AI ‘시아(Sia)’를 활용하여 시아가 쓴 시를 바탕으로 대본을 제작해 공연을 하는 등 실제 창작이 가능한 사례를 점차로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시아는 1만 3천여 편의 시를 학습한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시를 빠르게 창작할 수 있다. 시아는 다양한 문학 작품, 특히 시와 문장을 학습하여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시를 창작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문학의 미학·감정 표현 그리고 언어의 리듬과 구조를 인식하도록 설계되었다. 시아의 기능은 특정 작품의 시적 스타일을 복제할 수 있으며 사용자(user)가 지정한 주제나 감정에 맞추어 시를 창작하고 기존의 시를 해석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날 문학 연구의 동향은 전통적인 문학 연구 방법과 현대의 기술 발전이 만나면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의 필요성을 자각하였으며 빠른 추세로 AI의 발전이 문학 연구의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는 시론(時論)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는 이 같은 연구 동향의 실제를 기반으로 종래의 문학 연구에 인공지능이라는 관점이 더해졌을 때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한계를 고찰한다. 현재까지 문학 텍스트를 연구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한 주제는 다음과 같이 유추된다. 1) 작품 텍스트의 내용·형식적 분석 2)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의 재생산 3) 문학을 활용한 글쓰기 교육의 현재와 미래 등이 그것이다.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는 이 세 가지의 규준을 중심으로 최첨단 기술이 문학 연구에 미치는 영향과 그 과정에서 파생된 새로운 척도의 연구 윤리 등을 제고함으로써 인공지능 활용의 정도를 검토하였다.
GPT-4 모델은 LLM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모델 가운데 대중적인 최적화를 선점한 것으로 오픈소스로 누구나 이 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에서 활용한 모델 역시 Open AI사에서 개발한 ChatGPT(이하 ‘챗지피티’로 기술)로 GPT-4를 기반으로 한 담화형 인공지능이다.챗지피티는 사용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국적·문법·늬앙스·활용목적 등을 자동으로 습득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도출할 수 있는 광범위형 맥락 언어 AI이다. 챗지피티는 2021년도까지의 인터넷 망에 데이터로 전환되어 있는 지식을 총체적으로 학습한 모델로 사용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지식을 대화 속에서 전달하는 기능을 주로 한다. 챗지피티는 사용자의 요구(명령: 프롬프팅, prompting)에 맞춰 때로는 창작을 할 수도 있다. 더불어 에세이 형식의 산문을 작성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챗지피티가 작성한 글의 전문성이나 학술적 의의로서 논급할만한 수준의 글은 아직까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챗지피티의 기능 가운데 ‘재응답설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더 정밀한 분석을 도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적절한 재설정을 거칠수록 사용자가 의도한 바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이는 챗지피티의 응답이 창의성이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한정될 필요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적절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챗지피티는 인간처럼 기억력이 한정되어 있다. 즉, 토큰(token, 챗지피티가 텍스트를 데이터로 환산하여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의 경우 10~15행으로 된 단시를 기준으로 최대 12~15편까지는 학습이 가능하나 그 이후부터는 처음 본 작품처럼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제한을 생각하면서 문학 연구에 활용을 해야 한다.
챗지피티는 모델이 이미 학습한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의 맥락에서 사용자의 언어를 감지하고 사용자의 프롬프팅에 따라 값을 도출하는 모델로 분석이 필요한 텍스트 원문을 반드시 입력해야 한다. 예컨대 챗지피티에 특정 시인의 생애나 연보, 작품 세계 등을 입력하지 않고 시의 제목만 입력한 후 그 내용을 스스로 찾아내 분석하라고 명령할 경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인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설명해준 뒤 시의 분석을 요청하였을 때 더욱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관점에서 이러한 챗지피티의 분석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문학 연구 데이터 웹 아카이빙(web archiving)이라 할 수 있다.
웹 아카이빙을 위해서는 챗지피티의 시 텍스트 분석을 문학 연구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전 ‘검증’ 단계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다시 말해, 챗지피티가 도출해낸 텍스트의 내용이 실제 내용과 일치하는지 문학에 대한 학술적 접근으로 올바른 진술인지를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검증 단계가 끝나고 데이터를 취합하여 항목화하는 것이 바로 웹 아카이빙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문학 작품에 대한 학술적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편람할 수 있는 자기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할 수 있다. 현재까지 챗지피티(GPT-4)를 실효 단계에서 문학 연구에 적용하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 챗지피티가 제시하는 지식 데이터가 분석 대상인 텍스트를 올바르게 경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단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판단’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았을 때 챗지피티를 포함하여 현재 배포된 LLM 모델의 문학 연구에의 활용은 사용자의 해석이 수반되어야 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는 문학 연구자들은 주지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학 작품에 대한 총체적 지식과 비평이나 분석에 대한 미숙련자가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그 데이터를 아카이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문학 교육적 방점에서 활용도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 예측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LLM 인공지능을 문학 연구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챗GPT나 뤼튼처럼 작문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에세이를 작성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AI 산업현장과 예술계에서는 AI가 음악·문학·회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작품을 생성하는 것에 대한 윤리의식 제고라는 측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예컨대 AI가 시를 “창작”했다고 했을 때 그것이 완전한 창작 형태로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조합”인지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아울러 AI가 기존 작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생성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윤리적·법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 중에 있는 것도 바로 그 증좌이다. 요컨대 AI 창작물에 대해서는 누가 저작권을 소유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AI 프로그램·개발자·플랫폼 제공자·사용자 중 누가 저작권을 소유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이다. 이에 “무엇이 진정한 예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뀔 수 있다.인간의 감정과 경험 없이 생성된 AI의 예술작품이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지 아니면 단순한 데이터의 조합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급진적인 논자들은 AI가 예술 분야에서 활용됨에 따라 전통적인 예술가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고도 평가한다. 이는 AI와 예술의 결합은 많은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분야 내에서의 논의뿐만 아니라 기술·법·문화·예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AI 창작과 관련된 윤리적 제도나 가이드라인은 여러 분야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AI를 사용한 창작 활동에 대한 국제적이거나 통합적인 표준화된 윤리적 제도는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으나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AI 창작에 관한 윤리적 이슈에 대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는 AI의 데이터 편향성을 지적하는 논의도 다수 등장한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여 창작 활동을 수행한다. 만일 이 데이터가 사용자에 의해 편향된 이념이나 사회적 관념을 내포하는 지식이라면 AI의 창작물 역시 편향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러한 편향을 어떻게 처리하고 교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고된다. 실제로 챗지피티를 사용할 때도 명령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편향된 사견이 주입될 경우 이를 챗지피티가 자동적으로 순화하는 기능을 최근에 업데이트한 바가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래밍된 사물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친절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용자와 인공지능 간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가로막는 역할이지만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갖춰지지 않고 첨단 기술이 개발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각종 윤리적 문제를 고찰한 방어적 태도로 프로그래밍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AI의 빠른 성장속도와 관련해서도 AI 창작에 대한 일시적인 규제 또는 제한을 주장하며 이를 통해 윤리적·사회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더 깊은 논의와 연구의 시간을 확보하자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 혹자는 AI 창작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고 사용자나 관람객들이 AI가 어떻게 그 작품을 창작했는지 메커니즘에 대한 알 권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법적 또는 정책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통합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AI 창작의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논의 중인 상태에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연구의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 또한 시기 상조일 수 있겠으나 앞서 살펴보았던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시를 분석하고 그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여 웹 아카이빙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문학 연구의 효율성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과의 담화를 통해 작가의 스타일 변화와 문학 운동의 특징을 파악하고 문학 작품 간의 유사성과 영향력을 추적하는 작업은 오늘날 문학 연구의 주제가 다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실증 연구의 토대가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 연구에 대한 방법론에 미숙한 연구자나 학습자에게는 학술적 글쓰기의 교육적 방안으로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특정한 의미체를 데이터로 변환시켜 라벨링해 놓은 데이터 더미 속에서 문학 작품이나 수사학 등을 분류하고 태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 분류부터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주제 탐색이나 내용 요약하기 등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추가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트렌드를 예측함으로써 문학의 주제나 스타일 변화를 예견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전쟁이나 해방 이전의 작품과 같은 오래된 문서의 디지털화를 통해 서지 자료에 연구자들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수도 있다.
종합해 보자면 인공지능은 문학 연구의 새로운 차원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그 결과를 전문가의 해석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AI의 활용은 문학 연구의 혁신적 방법을 제시하지만 그 본질은 인간의 창조성과 결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AI 창작물과 생산된 텍스트의 저작에 관한 윤리 문제가 국내외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까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자 개인의 노력과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앞서 살핀 바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다양한 윤리적·제도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문학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인 까닭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공지능이 점점 더 인간의 창작물과 가까운 작품을 생성해내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활용한 이차적 예술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8월에 상영된 인공지능 시극 <Paphos2.0>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시극은 시 창작 전문 인공지능 ‘시아’가 창작한 시편을 토대로 대본을 짜고 공연한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창작 능력을 활용하여 예술분야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챗지피티를 활용하여 특정 시인의 시를 학습시키고 이와 비슷한 모작을 챗지피티가 창작할 수 있도록 실험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본 글에서도 윤곤강의 「나비」를 챗지피티에 학습시키고 이와 비슷한 시를 “한국전쟁”을 주제로 창작시키는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① 비바람 험살굳게 거처간 추녀밑―/날개 찢어진 늙은 노랑나비가/맨드래미 대가리를물고 가슴을 앓는다.//찢긴 나래에 맥이 풀려/그리운 꽃밭을 찾어갈수없는 슬픔에/물고있는 맨드래미조차 소태맛이다//자랑스러울손 화려한 춤재주도/한옛날의 꿈쪼각처럼 흐리어,/늙은<무녀(舞女)>처럼 나비는 한숨진다.(윤곤강, 「나비」 전문)
② 비바람에 쫓겨 어둠을 거쳐 날아온 철새,/그 깊은 상처의 날개로 한반도를 흩어져가네.//엎질러진 황토, 불타는 땅 위에/실루엣처럼 그린 미래의 꿈들이 떨고 있네.//맨드라미 대가리를 물던 그때의 나비,/이제는 전장의 폐허 속에서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언제나 그리웠던 고향의 풍경은/전쟁의 발바닥에 찢겨진 나래처럼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듯하다.//화려한 춤과 노래를 잃은 이 땅에/아직도 울려오는 한 옛날의 꿈 조각처럼의 저항.(챗지피티, 「철새와 함께 돌아온 기억」 전문)
인용한 시 가운데 ②는 “한국전쟁을 주제로 윤곤강의 「나비」와 비슷한 시를 창작하시오”라는 명령어에 따라 챗지피티가 창작한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나비”가 화자의 슬픔과 애상을 이입시키는 객관적 상관물로 기능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주조하고 있는 윤곤강의 「나비」와 비교했을 때 챗지피티는 그 상징을 “철새”로 치환하며 ‘한국전쟁’이라는 분위기에 맞는 시어를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그 “철새”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던 그때의 나비”였다는 진술을 통해 나비가 갖는 순수성을 표상함과 동시에 “한 옛날의 꿈 조각처럼의 저항”이었던 “찢겨진 나래”가 된 전쟁의 잔혹함 또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윤곤강 특유의 슬픔에 대한 직설적인 화법이나 탄식에 찬 어조를 유사하게 성취하고 있다.
챗지피티는 시 학습이 가능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한 창작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시 창작이나 작품론·작가론을 학습자에게 교육시킬 때 적절한 예시를 생성하거나 작품이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교육은 전통적인 교육 방법과는 다르게 개별화된 학습 경험과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챗지피티는 사용자에게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하며 문장 구조·의미·테마·캐릭터 관계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더불어 사용자가 창작을 하려 할 때도 문장의 구성·문체 등을 교정해줄 수 있으며 참조할 만한 구절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또한 LLM AI의 특징은 초거대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언어의 제약이 없다는 강점을 갖는다. 이 말인즉슨 해외문학의 번역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외국 작품에 대한 접근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외국 작품을 더 다채롭게 향유할 수 있으며 자기만의 창작 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챗지피티는 담화형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토론과 피드백 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따라서 작품이나 논의 내용을 분석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으며 그것에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학습자가 문학 연구나 학습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기술을 사례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자료 중복 제거’와 ‘예측적 아카이빙’, ‘데이터 보호와 보안’이 그것인데 작품을 연구하거나 창작할 때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인간이 교정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인공지능을 적절히 이용하여 중복된 텍스트를 제거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의견과 일맥 상통하는 내용의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가져와 대비해줄 수 있다면 연구와 창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연구 윤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학술분야의 분위기에 맞추어 자신의 연구 논지나 아카이빙한 자료들의 적절성과 신뢰성을 검토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하겠다. 이 외에도 OCR이나 음성의 텍스트 변환·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요약하거나 도표로 시각화하는 작업에 인공지능이 도움을 준다면 서지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데 인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기대된다.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 결과를 확인해볼 수 있다. 1부 <인공지능의 문학>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사학적 접근·시적 표현의 해석·시어 고찰 등 시의 탐구에서 창작까지 다차원적인 방면의 분석을 시도했다. 「‘AI 이육사’의 수사법 구현 양상」(박성준)은 담화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이육사의 시를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한 ‘AI 이육사’의 재창작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공지능 시 창작의 가능성은 물론 현대시 재창작의 교육적 의의를 밝혔다. 「인컨텍스트 러닝을 통한 챗GPT의 시적 표현 해석 가능성」(김태형)은 윤곤강의 동물시집에 나타난 우화시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후 인공지능이 시적 표현에서 우화적 기법을 탐색해낼 수 있는지 실험하였다. 챗GPT는 대표적인 담화형 인공지능으로 이를 활용하여 시의 해석 지표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찰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챗GPT 담화를 통한 시어 고찰의 실제와 활용 방안」(김웅기)에서는 김수영의 대표적인 시어 ‘설움’의 의미를 챗GPT와의 담화 맥락에서 고찰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것이다. 김수영에 대한 서지 정보와 작품을 학습시킨 뒤 「거미」, 「헬리콥터」 등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시어 ‘설움’에 대해 인공지능과 대화함으로써 도출된 해석이 합리적인지를 파악함으로써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어 고찰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부 <챗GPT 활용의 양상들>에서는 인공지능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활용 가치 사례 연구가 늘고 있는 Open AI사의 챗GPT를 활용한 실제 사례 연구가 실렸다. 「인공지능 문학 번역의 유용성과 한계」(이구용)에서는 해외 출판 시장에 대한 면밀한 통계적 고찰과 더불어 챗GPT를 활용한 문학 번역이 실제 번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번역의 의의와 가능성 그리고 한계를 통찰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감성분석 기법을 활용한 문학사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최민지)에서는 해방기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시대적 감정을 챗GPT가 문학사적 맥락에서 인지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여 문학사 연구에서의 활용 가치를 타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해석의 오류와 감정어에 대한 평이한 인식 등은 챗GPT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연구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인공지능 언어모델의 문학적 공감연구」(이수빈)에서는 챗GPT가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맞추어 시를 추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고찰했다. 문학의 공감이라는 대중적 실효성을 바탕으로 챗GPT를 연구의 관점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문학적 접근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논점이다.
3부 <사례 연구와 소개>에서는 인공지능의 폭넓은 활용 방안을 고찰하고 이것이 문학적 혹은 문화적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향유되고 있는지를 분석함과 동시에 교육적 대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먼저 「블렌디드 러닝을 활용한 학문 목적 한국어 읽기 수업 모형」(남신혜)에서는 외국인 학습에 있어 교육용 한국어 어휘 설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함으로써 외국어로써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 모델을 설계하는 것은 K-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늘어날 한국어 수요를 감당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를 활용한 대학 교양 교육에서의 쓰기 사례」(이지영)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실제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제언한다.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능력 배양을 위해 챗GPT를 활용해 올바른 글쓰기의 사례를 빠르게 보여주고 첨삭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글쓰기 수업 현장에서의 이 같은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NFT문화콘텐츠’와 파생실제(Hyperreel)공동체의 향유」(이지혜·안숭범)에서는 인공지능을 접목시킨 NFT문화콘텐츠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것이 오늘날 우리 문화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고찰하여 문화콘텐츠의 무한성을 깊이 있게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연구의 가능성과 실제에 대해 학술 분야·예술 분야·교육 분야에 걸쳐 전반적으로 고찰한 바 인공지능은 여전히 우려되는 지점이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을 문학 연구나 창작 그리고 교육에 활용한다 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자료에 대한 신뢰도·저작에 대한 윤리·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용자의 태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에 수록된 연구 성과와 같이 챗지피티를 비롯하여 초거대 언어 데이터를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LLM AI 모델은 문학 연구를 함에 있어 분명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인공지능이 자랑하는 ‘자동적’이고 ‘신속한’ 정보 처리 분류 시스템은 인간의 속도를 이미 추월했기 때문이다. 방대한 양의 지식 데이터가 축적된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문학 연구에 필요한 자료만을 추출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종래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그 속도를 줄임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인공지능이 기여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자동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한 자료가 적절한 것인지 저작과 윤리적 문제는 없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사용자에게 있다.
이는 창작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나 소설 등 문학을 창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은 문장 구성이나 맞춤법·교정·문체 설정 등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고 창작 예시를 만들어 수사학적 방법론을 학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인공지능의 창작 기능이 예술의 개념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예술가의 저작을 침해하는 행위는 아닌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교육의 영역에서도 학습 대상에게 전달하는 인공지능의 작품 해석이라든가 창작 내용이 적절한 것인지 문학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향유하는 데 본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인지 사용자가 철저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여전히 개발되어야 할 기술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지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들을 상호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 현재로서 시론(時論)에 해당하는 가능성의 논의들 또한 의의를 가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에 앞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오늘날 문학 분야의 여러 논제를 통찰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기능할 것이다.
이 같은 책을 낼 수 있게 도움을 준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더불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연구주제로 책을 채워준 연구 필진들과 프락시스 연구회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참고문헌■
1. 기본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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