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저는 부푼 마음과 설레는 가슴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의 1달간의 실습생활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학교를 대표한다는 부담감과, 무엇보다 제1회 해외연수 장학생이라는 책임감이 더욱 컸습니다. 저는 미래의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기보다 밑에서 우러러보아야한다(under+stand)는 점을 몸소 배워보고자 태국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한 국가들의 병원에서 연수를 받기보다 의료에 있어서는 가까운듯하면서도 생소한 아시아 국가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특히 Chulalongkorn University Faculty of Medicine는 의과대학 순위에 있어서 연세대학교와 비슷한 수준일 만큼 훌륭한 학교라는 점, 그리고 연세대학교와 교류협정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이 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크나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태국 최고의 왕립병원답게 출라롱콘 대학병원은 그 크기도 컸을 뿐만 아니라 staff도 많았습니다. 저는 2명의 동기들과 함께 영상의학과의 elective course student로 실습에 1달간 임하였습니다. 병원에서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출라롱콘에서의 아침은 항상 컨퍼런스로 시작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topic review, case report 등 다양한 주제의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회의가 태국어로 진행될 때는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영상의학과의 회의는 영상 자료를 화면에 띄워놓고 진행되는 점, 그리고 의학용어는 영어를 사용하는 점 덕분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시설이 잘 갖춰진 의학도서관에서 가서 아침 회의 주제에 대한 복습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일정은 판독실에서 CT 및 MRI case를 분석하고 티칭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직 세브란스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실습을 돌지 못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출라롱콘 병원 영상의학과에서는 매일 다른 교수 혹은 강사님이 해당 날짜 환자들의 영상을 분석하고, 이를 레지던트들에게 티칭하는 식으로 회진이 이루어졌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영상의학과 과장님께서 직접 CT/MRI에서의 normal anatomy를 전반적으로 설명해주시기도 하고,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들의 영상에서의 appearance에 대해 설명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neuroimaging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100% 이해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이 경험이 훗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 있어 큰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영상의학과의 elective student인만큼 환자들의 CT와 MRI 촬영을 적극적으로 참관하기도 하였고, 특히 마지막 주에는 intervention process를 참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려 참관을 하였습니다. 다양한 인터벤션을 세브란스병원이 아닌 외국의 병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으로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실습을 할 때와는 다르게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았기에 1달 동안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는 분명 제가 1회 장학생으로서 가졌던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싫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소극적으로 배움에 임하였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던 계기였고, 앞으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하여 나아가야 할 길을 인도해준 지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4주간의 실습을 통해 태국의 의료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외국에서 실습을 하다 보니 처음 가졌던 국제교류에 대한 관심도 더욱 증가하였으며 학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 사이에서 희망을 나누고 기쁨을 찾는 저의 미래에 대한 열정을 갈고 닦고 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