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중국집에서 혼자 짜장면을 먹게 되었다.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오래 기다린데다 엽차까지 마신 터라 그대로 일어날 수는 없었다. 간짜장을 하나 시켰다.
옆 좌석에 부자(父子)인 듯 보이는 손님에게 눈이 갔다. 70대의 아버지와 50대의 아들로 짐작되었다. 수수한 차림이었다. 탕수육을 하나 시켜놓고 배갈을 마시고 있었다. 눈이 간 이유는 두 사람 모두 벙어리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화가 난 것도 아닌 듯 싶었다. 기분은 오히려 좋아보였다. 술을 교환하고, 간간히 안주를 집었다.
아니었다. 내가 막 짜장면을 시작하려 하자 아버지 쪽에서 한 마디 새어 나왔다.
“애쓸 것 없다.”
“아닙니다. 꼭 갚겠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벙어리로 돌아갔다. 술만 교환했다. 간간히 잔도 부딪쳤다. 아버지가 문득,
“엄마는 모른다.”
“네.”
남은 술을 마저 들더니,
“에미한테도 암 말 마라.”
“네.”
두 사람은 일어났고, 나는 짜장면을 마저 먹었다. 아내한테도 말 안하고 며느리한테도 아무 말 말라던 초로의 아버지가 거목처럼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죽고 나면 아들 역시 그리 될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나는 짜장면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