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17>
걸스카우트 전국캠프
심영희
전국에서 소녀단원들이 강원도로 모여들었다. 경포해수욕장에서 전국캠프가 열렸기 때문이다. 모래밭 사이로 상수도가 놓여지고 대형 텐트가 여러 개 쳐지고 회원들이 웅성거리는 그 자체가 행사였다.
전국행사가 강원도 강릉 경포대에서 열렸기에 육영수 영부인의 힘으로 모래밭에 수도가 놓인 날 우리 대원들은 얼굴도 모르면서도 서로 만나 반갑다고 포옹을 했다.
전국의 대원들이 금방 친해질 수 있도록 고루 섞어 조를 짰지만 함께 배를 타고 포즈를 취한 대원들도 반은 우리학교 대원들이고, 절반은 다른 학교 대원들인데 지금은 어느 학교 누구인지 기억조차 없다. 어렴풋이 원주여상 대원들이란 기억이 살아나긴 하지만 이름은 전혀 생각이 안 난다. 솔밭에서 원수처럼 서로 등지고 사진을 찍은 대원들도 모두 우리학교 대원들이다.
일출을 구경하고 아침체조를 하는 시간도 재미있었지만 조별로 돌아가며 음식을 만드는 것도 여간 즐거운 게 아니었다. 조별장기자랑에 이어 조개 주워 작품 만들기 경연대회에서는 우리반 용자가 일등을 차지했다. 조개를 순간본드로 붙여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정말 귀엽고 예뻤다.
바닷가 바위 위에서 성주언니와 조개를 뜯으며 사진을 찍었다. 선배 언니는 한 학년 선배였는데 정말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배울점이 많은 선배였다.
경포바닷물에 발을 적신지도 어언 십여 년이 된 것 같다. 바다에는 많이 갔어도 수영복을 입은 적이 근래에 와서는 전혀 없다. 그냥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나이 들어가는 징조일까, 바닷물을 보아도 양말을 벗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개성 있는 모양으로 달려오는 파도!
같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지만 속도, 높낮이가 모두 제 각각이다. 물의 깊이와 거리에 따라 나타난 색깔도 여러 가지다. 경포 현대관광호텔은 바다풍경을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올해도 그곳에서 몇 번 동해의 푸른 물과 만났다. 시원한 푸른빛과 흰 가루를 날리듯 부서지는 파도, 서로 부딪치는 철썩철썩 소리까지 시원함을 선사한다. 끼룩끼룩 날아가는 갈매기 떼가 바다 위 작은 꽃으로 다가온다.
(2006년 출간 포토에세이 “감자꽃 추억”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