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21)
Ⅴ. 세계적 불평등
〇 48항. “모든 환경 훼손의 가장 심각한 영향은 가난한 사람들이 받고 있습니다.”
〇 49항. “참된 생태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된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접근은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기 위하여 환경에 대한 논의에 정의(正義) 문제를 통합해야 합니다.
〇 50항. ”우리는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이 버려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버려진 음식은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서 훔쳐 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2017년 6월 제가 월간 『성서와 함께』에 기고한 글을 인용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마태 6,11)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양식’은 말씀과 성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매일 우리가 먹는 음식을 가리킨다. ‘나’의 양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신다. 그것이 ‘저희에게’가 의미하는 바다. ‘비축할 양식’이 아니라 ‘일용할 양식’을 청하라 하신다. 그러므로 한 편에서는 음식이 남아서 버려지고 다른 편에서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기도를 올바로 바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
세계식량계획(WFP)은 2016년 세계 인구 9명 중 1명에 해당하는 7억 9,500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매년 5세 미만의 어린이 약 260만 명 정도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매일 7천 명, 매시간 300명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 인구 중 10억 명 정도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고 한다. 세계 곡물 총생산량의 35%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 50년간 인류의 고기 소비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 15억 마리가 내뿜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전 세계 차량들이 내뿜는 배출가스의 온실효과보다 크다고 한다. 잘 사는 나라에서 고기를 더 먹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농토가 황폐해진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더 굶주리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0년 전에 비해 닭을 23배나 더 먹고 있으며 2016년 한 해 동안 치킨은 8억 마리가 소비되었다. 대부분의 닭들은 A4용지보다도 작은 공간에서 햇볕을 받지 못 한 채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생후 30일~45일 사이에 도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매일 기도하고 있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그럼에도 굶주림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형제들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잘못 분배하고 잘못 소비하고 있는 것인가….
국어사전에도 없는 ‘식감’이라는 단어가 방송을 점령하고 있다. 본래 ‘식감’(識鑑)은 사물의 진위(眞僞)나 가치를 알아낸다는 말이지만, 방송에서 사용되는 ‘식감’이라는 말은 음식물이 입 안이나 혀에서 느껴지는 감촉 따위를 뜻하는 듯하다. 자기 폐쇄성의 절정이다. 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그처럼 내 입 안의 감촉에 몰두하며 살았었나.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극대화되어 가고 있는 미각에 대한 예찬을 중단하고, 고통과 굶주림을 호소하는 형제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청각을 회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