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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수필인상, 2022년 올해의 작품상 수상자 대표작과 수상 소감입니다.
제22회 수필의 날 전국대회 서울행사를 개최합니다
그동안 전세계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한 바이러스 앞에 우리는 거리 두기와 은둔생활로 잘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고 벌이는 전쟁은 세상을 또 다른 혼란 속으로 빠트립니다. 난민이 늘어나고 민간인 학살로 피해를 당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합니다. 한 줄 글이라도 써서 전쟁 피해를 겪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글 쓰기와 책 읽기, 문학활동이 없다면 문학인들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생각합니다.
문학은 인간의 마음속 고향이기도 합니다.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생각하고 잘 될 것을 기원해주고 지면으로 만나면서 서로의 마음을 느낍니다. 수백 명의 수필가들이 모여 하룻밤 자면서 문학을 이야기하던 지난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여기에 수필의 날 전국대회를 이끌어온 역대 수필분과 회장과 전국행사 지역을 기억해볼까 합니다.
초대회장 : 2002년-2006년 윤재천 교수(한국현대수필학회 회장)
수필의 날 창립 후 매년 12월 첫 주 수요일 연말행사를 치름.
제2대회장 : 2007- 2010년 정목일 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역임)
서울(2007년) 대구(2008년) 진주(2009년) 함양(2010년) – 7월 15일 개최
제3 - 4대회장 : 2011년-2018년 지연희 수필가(사)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2011년 강릉(7월)/2012년 여수(8월)/2013년 경주(7월)/2014년 수원(7월)/2015년 서울(5월)/2016년 군산(4월)/2017년 대구(4월)/2018년 서울(4월)
(2014년 9뤟 25일 각 문예지 발행인과 원로문인이 안국동 ‘지리산 한정식’에서 회의한 후 4월 15일 전후로 결정)
제5대회장 : 권남희 수필가(한국문협 수필분과회장/사)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2019년 청주(4월)/2020년 서울(4월) 2021년 전주(4월) 2022년 서울(4월)
또한 2008년도부터 시작한 ‘올해의 수필인 상’은 2021년도는 전주행사에서 작품상까지 확대했습니다. 수필을 쓰시는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고 문학 안에서 역사를 세우는 일을 존경합니다. 한국수필문단에 기여한 원로와 중진 수필가들에게 수필인 상을 시상해 오는 따뜻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장수사회, 수필인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은 세계 속의 수필문학 중흥을 꾀하는 일입니다.
수필문학 한류의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뜨거운 호응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수필인 여러분!
제22회 수필의 날을 다시 서울에서 하면서 여건이 만들어지면 더 넓은 곳에서 만나 뵙기를 기다립니다.
2022년 4월
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수필의 날 운영위원장 권남희 드림
수상소감
미적 창작물 시대
상을 받는 다는 것은 역시 신나는 일입니다
수필 장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정한 수필의 날이 올해로 22년째를 맞습니다. 한국의 수필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에서 제15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니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수필은 동양권의 수필이나 서구의 에세이와는 다소 결을 달리합니다. 상상과 창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미적 창작물로 발전되어가고 있습니다. 객관적 현상이나 대상을 내면화 하는 동시에 착각의 주관적 정서를 형상화하는 등 다양한 창작 기법으로 현대의 우리 수필은 한국의 고유한 문학장르로 정착하였습니다. 수필 인구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인지라 ‘올해의 수필인 상’은 저에게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선구적으로 수필의 길을 닦아오신 선배님들께 수상의 기쁨을 바칩니다.
행사를 주관하시는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권남희 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 존경의 박수 보냅니다.
한국 수필의 위상을 올리도록 더 크게 노력하겠습니다.
대표작
어떤 장미
장호병
“아휴 장미 곱기도 하여라 안개꽃이 여왕으로 떠받들고 있네.”
불꽃놀이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각, 밤바람에 오랫동안 노출된 몸을 녹이고자 사람들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상해 동방명주에서 내려다보이는 한 레스토랑 입구에 자리하여 주인보다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어쩜 이렇게 싱싱할까. 보통 솜씨가 아니네.”
내 덕분에 주인은 꽃꽂이 실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가끔은.
“진짜예요?”
‘속고만 살았나?’
무슨 생각을 하건대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궁금하단 말인가.
중년 신사가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푸른 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윤이 나는 잎사귀를 손으로 어루만진다. 뒤이어 들어오던 부인인 듯한 여자가 코를 컹컹대면서 다가온다.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녀도 조심스럽게 나의 잎사귀에 손을 올링다.
”아이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남자는 가벼운 비명을 질렀다. 손톱을 세워 잎사귀를 힘껏 누르던 그의 손에 내가 반사적으로 일침을 놓았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다. 이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나의 첫 번째 임무가 아니던가. 그가 공격적 자세만 취하지 않았다면 나에게는 그를 해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장미에게 가시는 이래서 필요한 거야.’
당황한 나 자신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는 달걀도 만든다는 중국인들의 손재주로 탄생하였다. 잎이나 가시, 꽃 중 어느 하나에라도 어설픈 구석이 있었다면 나는 가짜 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완벽해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짜란 소리를 하루에도 수십 번을 들어야 한다.
그때마다 나는 가짜가 아니라고 도리질하지만 “가짜지요?”라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어느 사이에 나도 가짜일 수 있다고 세뇌될 때가 있다.
내가 왜 가짜야!
나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태어난 꽃이다. 물을 얻어먹은 적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나는 물 달라 보채거나, 시들지도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주인이야 관심을 주든 말든 이 세상에 올 때의 처음 마음 그대로이다. 한결같이 낯선 사람들에게도 상냥하게 미소를 건네며, 한번도 딴마음 먹은 적이 없다. 인사를 받아주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무심히 지나쳐도 서운해하지 않는다.
“가짜요?”
나에겐 귀가 있을 뿐, 입이 없다. 가짜란 말을 들어도 나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내색하진 않지만 속마음마저 편한 것은 아니다. 속이 부글거려도 참을 뿐이다. 나의 천성은 언제나 상냥한 미소, 서운해하지 않는 게 나의 숙명이다.
사나흘이면 시들어버리는 꽃은 진짜이고, 처음 마음 그대로 언제고 한결같은 내가 왜 가짜란 말인가.
너무 완벽해서?
향기가 없어서!
‘향기 나지 않는 당신들이 가짜가 아니듯,나도 가짜가 아니랍니다.
“나는 진짜 조화입니다!”
ㅇ 수상소감
생각지도 못했던 수상소식에 그냥 ‘감사합니다’란 인사가 먼저 나왔습니다.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은 정말 많습니다. 그 많은 선. 후배 수필가님들의 축하 속에 수상을 하게 되어 영광이며 한편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선배수필가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제22회 수필의 날 행사에서 수필작품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한국수필가협회”에서 인연을 맺은 권남희 수필분과 회장님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수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살아가는 인생자체가 수필이고 시가 되고 소설이 되는 문학의 길에서 수필을 선택하여 좋은 수필을 쓰려고 노력했지만 늘 부족합니다. 일상생활을 다듬고 가꾸어 한 편의 수필로 승화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서로 선의의 경쟁 속에서 좀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전국의 수필가님들께도 앞으로 좋은 기회가 오리라 생각하며 더욱 분발하라는 채찍의 의미로 되새기며 앞으로 수필창작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겠습니다.
아울러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대표작
브라질교민과 함께한 가요무대
심 영 희
매주 월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요무대를 즐겨본다.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하는 시간이다. 사회자를 비롯해 가수들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인 동시에 노랫소리도 듣기 좋다. 나는 요즈음 나오는 신곡보다는 흘러간 옛 노래를 더 좋아한다. 구성진 가락도 좋지만 더욱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가사내용이다.
조국의 서러움과 아픔을 노래했는가 하면 개인의 기쁨과 비애 등 적절하게 만들어진 가사는 그 시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또 프로그램 구성도 어느 때는 고향을 주제로 하기도 하고 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계절별로 방송하는가 하면 시원한 바다노래 모음에 타계한 가수들의 노래를 모아 고인들을 추모하며 추억을 되돌리기도 한다.
오늘 가요무대는 더욱 색다른 방송이다. 마침 오늘이 광복절이라 아침에 태극기를 내걸면서 기분이 상쾌하다. 그나마 좋은 시대에 태어나 일본인의 만행을 몸소 겪지 않았다는 게 행운이다. 어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에게 분노를 느끼면서 살아온 지 수십 년.
71년이란 세월을 자유를 찾고 나라를 찾아 살고 있는 민족이지만 일제치하 36년과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가족과 동포들을 생각하며 울분과 눈물로 지새워야 했던 우리의 선대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이만큼 자리를 잡았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 같은 요즈음 어린 청소년들은 올 여름 무더위도 이기지 못하고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일제치하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른 학생들과 한국전쟁에서 학도병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젊은 영웅들이 하늘나라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을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을까. 또 나라걱정에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 영혼은 없는지 마음 아프다.
오늘은 71주년 광복절 그대들의 나라사랑으로 이 나라가 번창하고 발전하며 세계인과 발맞추고 있으니 편히 잠드소서. 그들의 넋을 위로라도 하듯 오늘이 월요일이라 가요무대는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라 찾은 기쁨의 날 광복절보다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더 열을 올리는 세대들이 많아 아파트 국기 계양 대에는 태극기 그림자도 없는 세대가 많다.
광복절과 리우올림픽이 함께 가는 오늘 가요무대도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브라질에서 특집 가요무대 브라질 공연 “브라질에 핀 코리아의 꿈”이란 타이틀로 시작되었다. ‘브라질 교민합창단’의 ‘꽃 중의 꽃’과 ‘향수’로 문을 연 가요무대는 시작부터 큰 기대가 되었다.
‘고향만리’를 설운도 씨가 열창을 하는가 하면 문희옥 씨가 부르는 ‘고향초’는 잔잔한 한국의 여인상을 연상케 해서 인상적이었다. 김용임, 김국환, 현철 씨가 차례로 나와 고향과 관계 있는 노래를 부르는데 고향설 노래를 부를 때는 배경까지 인공 눈이기는 하지만 눈발이 휘날려 더욱 실감이 났다.
장은숙, 현숙, 박애리, 인기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에 내 가슴에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장사익 씨의 ‘찔레꽃’은 가슴이 시리다 못해 눈물이 난다. 이 노래를 들은 교민들 가슴에는 ‘찔레꽃’이 어떤 형상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오래 전에 춘천에서 처음으로 장사익 씨의 공연이 있었는데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희망가’를 얼마나 실감나게 부르던지 그 후 장사익이란 이름을 잊어버리지 못했는데 오늘 가요무대 브라질 공연에서 부르는 ‘찔레꽃’은 오래 전 그의 모습과 똑같았다.
우수에 가득 찬 눈 무엇에 놀란듯한 토끼눈 같은 그의 눈과 힘주어 노래하는 그의 입 놀림과 목소리는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차려 입은 한복은 노래 속의 하얀 찔레꽃과 닮았으며 노래가사도 눈물이 나도록 서럽다고나 할까 교민들의 아픔과 희석되어 관람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는 사람들이 보인다.
육십 년대 초 이민을 시작해 53년의 역사탑을 쌓았다는 브라질 교민들, 짧은 시간 소개되는 그들의 삶은 가난하고 힘든 고난의 길이었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지금은 브라질에서 코리아타운을 조성하고 브라질에서 인정받는 의류산업을 이루어냈다는 그들의 업적에 감탄하며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고향과 고국을 떠났던 그들이 그곳에서 2대, 3대, 4대까지 함께 모여 고향과 고국을 그리며 살아갈 것이다.
교민 자녀인 초등학교 4학년인 이유정 어린이가 ‘등대지기’를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민을 가는 초등학교 친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던 고향의 친구들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불러주었던 노래가 바로 이 등대지기였는데 그 소녀는 자라서 어느새 아이엄마가 되었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들렸다.
또 벌써 오 남매에서 4대까지 20명이 넘게 가족이 늘어났다는 대가족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부르던 노랫소리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한창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1부공연은 막을 내리고 다음주에 이어지는 2부공연을 기다리며 아쉽게 가요무대와 잠시 이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