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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며 걸어가야 뒤돌아볼 때마다 앞의 풍경이 새로워진다.”라고 했다. 오늘은 제22회 동호인탁구회장배 탁구대회가 있는 날이다. 아침 7시 매일 쓰고 있는 감사일기를 고양이 사장(믿음의 동력자이고 삶의 동력자)에게 보냈다. 시합 날이라 바로 답장이 왔다.
있다가 봐요, 의류 4벌 블레이드 2개 가지고 갑니다.
우리 교회 중3 학생들과 탁구를 치고 싶다고 하자 자신이 다니는 안드로이드 탁구 회사에서 의류와 탁구채를 챙겨온다는 것이다. 먼저, 고양이 사장에 대해 소개하겠다. 우리는 두산 벤처다임에서 처음 만났다. 벤처다임 지식산업센터 1층에 고양이 커피숍이 있었다. 그때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고 성지스타위드에 사무실이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정여사가 은행을 다녀오며 맛있는 커피 집을 발견했다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주었다. 가게 이름이 ‘묘’했다. “고양이 커피숍”이었다. 커피가 생각나면 정여사와 함께 가곤 했다. 그렇게 알게 된 한 사장을 의왕 탁구장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까칠한 성격, 성격만큼이나 빈틈없이 공간을 파고드는 공격력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이제, 커피 숍을 접고 탁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정여사와 나에게는 변함없는 까칠 ‘한’ 사장이고 고양이 사장이다. 고양이 커피는 직접 볶아낸 커피 맛이 일품이었다. 그때가 어제인 듯 생생하다.
상아의 수학 사부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2시에 상준이와 함께 호계체육관 가겠습니다. 살아있기를 기도합니다.
무조건 버티시오, 제자가 보러 갑니다.
문자를 보내자 답장이 왔다.
헉, 0~4부 고수들이랑 함께하는 겜이라 오래 살아남지 못할듯합니다.
실시간 탁구왕을 통해 시합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예선전에 1등을 했다. 심지어 2부 이경록의 부창민을 상대로 3:2로 이겼다. 탁사모의 김상필 4부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는데 3:2로 이겼다. 0~4부 시합에서 예선전 통과도 쉽지 않은데 조 1위로 통과하다니 놀라운 성과였다.
본선전이 시작되었다. 조 1등으로 올라가면서 1차전은 부전승으로 올라갔고 본선 2차전 상대는 박2탁 서원민 4부였다. 3:1로 가볍게 이겼다. 다음은 이경록 탁구장의 정태성 4부였다. 정태성 4부는 서브가 기막히게 좋고 드라이브도 좋은 선수이다. 나도 여러 번 시합해 보았지만 번번이 패했던 상대였다. 그를 3:1로 이겼다. 드디어 8강이다.
나는 시합에 안나온지 1년이 넘었다. 최근들어 김 원장과 군포 원탁구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올탁구나’. 토요리그를 오랫동안 운영해 오고 있다. 그의 성실성은 아마 탁구인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자가 안연에게 말했다. “스승님께서 삼군을 거느리고 출정하신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맨손으로 범을 잡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려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자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 반드시 일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하고, 계획을 잘 세워 일을 이루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
논어- 술이
어쩌면 김원장을 두고 한 말은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 상대는 누구지? 확인했는데 헐!!! 이런 이런 피광진 0부였다. 우리들의 사부인 피광진은 부수도 0부이지만 그는 김 원장이나 나에게 탁구를 지도해 준 사부이다. 우째 이런 일이 8강인데 최선을 다해도 될까 말까 한데 기를 쓰고 싸울 수 없는 상대를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고 말았다. 김 원장의 성품상 마음을 비울 수밖에, 말하지는 않았지만 “ 상준아!!! 미안해!!! ” 했을 것이다. 경기는 3:1로 정리되었다.
상준이는 마음을 담아 호계 체육관을 가는 중에 사심 가득한 노래를 불러 보내주었다.
김 원장은 복식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모든 게임은 끝났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회원들의 경기를 응원해 주거나 심판을 봐주었고 멋진 랠리에 박수 쳐 주었다. 나도 옆에서 함께 했다. 오랜만에 상준이와 넓은 호계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을 보며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다. 2시가 넘자 단식 0~4부는 4강만 남았고 본선전은 모두 끝났다. 곳곳에서 복식조가 예선전을 치르고 있었다.
멀리 용탁의 유영배(5) 형님과 하도완(3) 그리고 탁세권의 조은철(4) 과 피광진(0) 의 복식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판을 봐주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앉는 자리였다. 네 사람은 나와 각별한 사람들이다. 유영배 형님은 드림팀에서 처음 만났고 함께 운동했고 우리집 인테리어를 해 주었다. 형님은 현 안산 공장 인테리어도 관여해 주었고 어려울 때마다 나를 도와준 고마운 분이다. 하도완은 탁구를 치면서 알게 된 경우지만 선배 같은 실력에 겸손함을 겸비한 귀한 탁구맨이다. 그와 만나면 한수 배우는 심정으로 대가리부터 드리데곤 했다. 한 번은 정말 이길 뻔한 경기를 코앞에서 놓친 적이 있었는데 마치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한 수 높은 경기력과 볼 관리력에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피광진 코치는 말할 것도 없는 탁구맨이다. 드림팀에서 운동하면서 처음 만났고 안양 새중앙 교회에서 탁구 레슨을 할 때 그에게 레슨을 받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김 원장이나 나나 그에게서 배웠고 앞으로도 함께 탁구를 즐기며 오래 사귈 사람들이다. 조은철은 탁구사랑닷컴 리그에서 처음 만났고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탁구에 진심인 진심맨이다. 원탁에서 한 번 이겨본 것이 유일하다.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이다.
시합은 부수에 따라 핸디 4개를 주었고 4: 0으로 시작했다. 용탁은 2세트를 따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제 한 세트만 따면 용탁이 승리하는데 탁세권의 추격전은 지금부터였다. 2: 2를 금새 만들었고 마지막 세트를 남겨두고 개회식이 열렸다. 다양한 경품 행사 축사가 이어졌다. 상준이와 나는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상준이는 2층으로 올라가 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 이런 대회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생각했다.
내가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친구들과 장충체육관을 간 적이 있었다. 친구 삼촌이 배드민턴 대회에 나온다고 했다. 넓은 장충체육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경기를 지켜보게 되었는데 어린 나에게 비친 모습은 정말 국가 대표 선수들의 시합처럼 느껴졌다. 그때도 동호인들의 시합이었는데 어린 나에게는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넓은 실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의 경기가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용탁의 유영배 형님의 핌플러버의 위력 백커트로 네트를 살짝 넘어 깔려 들어가는 공이 상대편 테이블에 맞고 날아갔다. 마치 야구의 변화구처럼 깔려 들어가는데 언제 왔는지 탁세권의 피코치가 살렸고 용탁의 하도완이 반대편으로 깊게 박아 넣었다. 다시 원점 조은철이 서비스를 짧게 넣었고 하도완이 받았다. 피코치가 공 방향만 살짝 바꾸며 몸을 가볍게 틀어 넘겼다. 기다렸다는 듯이 유영배 형님의 백드라이브가 폭발했다. 살짝 테이블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자 ‘엣지’ 라며 영배 형님이 소리쳤다. 피코치가 답했다. ‘형님 30센치는 떨어졌어요.’ 서로 웃었다. 아웃 판정으로 게임은 끝났다.
결국 탁세권이 승리하면서 3:2로 승리했다. 예선전부터 치열했다.
고양이 사장(5)이 보이지 않아 찾아다녔다. 저쪽에서 복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단식 토너먼트는 2승을 거두었고 이경록 탁구장의 한인수(5) 선수를 만나 지고 말았다. 한인수 선수는 나도 시합해 보았는데 실수가 적고 안정적인 플레이어이다. 그것에 비해 고양이 사장은 폭발적인 백드와 드라이브가 강점이지만 한 번 안 풀리면 네트에 꼬라박는 불도저 타입이랄까. ㅋㅋㅋ. 내가 너무 정직했나??? ㅎㅎㅎㅎ 1:3으로 지면서 단식은 끝났다. 두 사람 경기는 안 봐도 머릿속 전두엽에서 재현되었다. 두 사람의 경기력을 알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한인수(5)씨는 용탁 박성호(5)를 4강에서 만나서 졌고 박성호 선수는 결승에서 이민노 탁구의 김정훈(5)를 만나 3:2라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우승을 다투는 시합은 그야말로 선수보다 메니져를 자처한 용탁의 (구?)미호 백미정의 입터벌이 한몫 단단히 했다. 우승은 미호 정의 입에 주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그 자리에는 미호 정의 낭군님 정성균을 비롯해 용탁식구들이 모여 입을 털었고 우승 못하면 박성호는 저세상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결승전은 결승전이었다. 듀스에 듀스를 거듭한 후 마지막 회심의 드라이브가 상대의 테이블에 꽂히면서 끝났다.
금번 22회 대회는 끝났다. 동호인 대회는 해마다 계속될 것이다. 감동은 계속될 것이고 다시 마음을 다져 다음을 기약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심판을 보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우리 동호인들이 실수하는 부분이고 말다툼이 자주 일어나는 부분이라 듣기 싫고 말하기 싫은 부분이지만 한 번 더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첫째, 서비스는 손바닥은 펴서 공을 상대에게 보여준다. (공은 손바닥 중심에 놓는다) 주먹 서비스는 금물이다. 이를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볼상사나운 모습을 보인 동호인이 있었다. 부수가 올라갈수록 기본기를 지키는 것이 상대에게나 본인에게 좋다. 겸손히 받아들이자.
둘째, 공을 토스할 때 수직으로 16cm 이상 위로 던질 것. 던지고 내려오는 공을 손이나 몸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 이것 또한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다.
셋째, 공을 토스할 때 공이 테이블 면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와서는 안 된다. 공을 토스부터 내려와서 탁구 채에 이르기까지 상대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공을 임팩트 시엔 반드시 공이 떨어지는 부분에서 해야 한다.
다섯째, 기본자세 때 공을 쥔 손과 라켓의 임팩트 지점은 테이블의 엔드라인을 침범해선 안 된다. (테이블 엔드라인 = 테이블 끝 흰 라인을 말한다.) 서비스는 테이블 밖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용탁과 탁세권 복식 시합에서 조은철 선수가 서비스를 할 때 다섯째 부분을 어기는 것을 보고 지적했다. 그 후에도 계속 어기는 것을 보았다. 더 지적하면 감정적으로 기분이 상할 것 같아 더 이상 지적하지 않았다. 사실 은철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용탁 선수들도 기본 룰을 지키지 않았다. 다 침범하고 있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일까? 탁구를 즐기면서 얼마든지 규칙을 지키면서 할 수 있다. 부수는 올라가고 탁구를 친 경력은 쌓여가는데 기본적인 탁구 규칙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 지킨다면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열린 마음일 것이다. 타인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금 당장 고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은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항상 심판을 보게 되면 느끼는 것이 우리 모두 동호인이고 누가 누구를 알고 친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원칙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바른 것을 지적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이런 작은 것을 지키고 지적하지 않으면 탁구는 발전할 수 없다. 듣기 싫어도 한 번만 더 귀담아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저 심판일 뿐이고 심판은 기준대로 아는 대로 바르게 심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판의 자리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다시 탁구를 시작할 것이고 다시 시합에 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시 사각의 테이블 앞에 서야 할 것이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2022년 의왕시 제1회 통일로 탁구 대회 후기 글을 쓰면서 썼던 글을 다시 가져와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람의 위에 서려는 사람은 재능이나 지식보다 인격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침착하고 깊은 인품은 최고의 자질이고, 사소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넓은 도량은 두 번째 자질이며, 명석하고 뛰어난 언변은 세 번째 자질이다.”라고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 여신오도 저서 [신음어]에 있는 말이다. 탁구를 치면서 각부에서 우승을 하는 사람은 재능뿐만 아니라 인격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탁구 경기의 예절과 서비스 규칙은 준수하고 있는가?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는가? 늘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생활 체육을 하는 우리는 모두 탁구를 즐기는 사람들이지 이것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승리도 좋지만 소탐대실(욕심을 부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음)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점수를 잃어도 친구를 잃지는 말자. 우리는 모두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다니는 안양 열린교회에서 중등부 학생들과 탁구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하자. 탁세권의 김대원 수학 학원 원장이 탁구복 100사이즈 7벌을 기증해 주었다. 함께 운동했던 김주현이 110 사이즈 3벌을 기증해 주었다. 한재신 (전 고양이 커피 사장)이 탁구복 4개와 탁구채 2개를 기증해 주었다. 앞으로 더 많은 탁구인들의 후원이 필요하다. 쓰다 안 쓰는 탁구채를 기증해 준다면 학생들이 운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광진 사부에게 부탁했더니 아무것도 주지 않아 같은 열린 교회 유아부에서 놀고 있는 리틀 피를 매주 볼모로 잡아 괴롭히는 것으로 앙갚음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열린교회 탁구팀과 함께 출전하기를 기도한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