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잔치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잔칫날입니다.
오전에 얼려져 있는 식혜를 녹이기 위해 공유부엌으로 가는 길,
마지막 잔치인 만큼 즐기고 마무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번의 잔치로 가영님과 저는 짐 챙기는 것이 능숙해졌습니다.
처음과 달리 발전한 저희의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잔치 시작은 오후 3시지만, 다른 동에서 했던 것처럼 1시간 전에 미리 쉼터로 가서 준비했습니다.
오후 2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5동 주민분들께서는 일찍 나와계셨습니다.
“오늘 날씨도 더운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주민분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여쭤봤더니
“잔치한다니까 기대돼서 일찍 나왔지! 그리고 더운 날씨에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도와줘야지.”라며 오히려 저희를 걱정해 주셨습니다.
잔치가 기대된다는 주민분의 말씀에서 이웃과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자리가
당신의 삶에서 얼만큼 소중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OO자님께서 준비하신 감자와 이O주님의 두유가 쉼터에 있었습니다.
복지관에서 가까운 쉼터는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사람들이 더워할 것이라며
옆쪽 쉼터로 이동하자며 5동 주민분들께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음식을 미리 가져오고 자리 파악까지 해놓으신 모습에서 5동은
철두철미한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준비물을 옮기고 많은 주민분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세팅이 끝났습니다.
그 사이 쉼터로 놀러 오신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한 주민분께서 사람이 많으니까 일찍 시작하자면서 수박을 자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자, 이O주님은 두유를 나눠주셨고 또순이님은 과일과 감자를 접시에 담으셨습니다.
다른 주민분은 식혜를 컵에 따르고 잔치에 오신 분들께 한 잔씩 건네셨습니다.
얼마 지나고 나서 4동 철쭉님께서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김OO자님의 감자 찌는 걸 돕기 위해 자신의 찜기를 빌려주었다는 4동 이O자님도 놀러 오셨습니다.
이렇듯 5동을 도와주신 주민분들 정말 많았습니다.
동 구분 없이 서로 도와주려는 모습은 복지요결에서 말하는 ‘공생’ ‘인간적인 사회’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김OO자님께서 쉼터로 오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도 감자를 직접 준비해 주신 정성이 감사하여
주민분들께 “이거는 김OO자님께서 준비해 주신 거예요! 진짜 맛있죠?”라며 세워 드리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이O주님과 홍O명님께서 고르신 수박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달고 맛있는 수박을 잘 골랐다며 칭찬의 말이 오가는 잔치였습니다.
준비한 음식이 소진되어 마무리할 때쯤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쉼터에 앉아 1~5동까지의 잔치를 하나씩 되짚어보았습니다.
주민을 처음 만났던 날부터 음식 정하기, 장보기까지 그 안에서
행복했던 일도 있었고 ‘정말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주민분께서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워크숍 때 잔치는 구실일 뿐 사람이 있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잔치를 할 수 있다고 발표했던 게 기억났습니다. 저와 가영님이 말했던 내용이 실제로 이뤄졌습니다.
우리가 꿈꿨던 잔치의 모습은 주민분들 덕분에 구현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참 많습니다. 고마움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가영님과 마지막까지 힘내보려 합니다.
첫댓글 마지막 잔치답게 다른 동에서도 이웃분들이 놀러오셨습니다.
5동 잔치도 역시나 주민분들의 힘으로 서로 정답게 교류하고 어울렸던 잔치였습니다.
이번 잔치 과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을거고 재미와 보람을 느꼈던 순간도 많았을 겁니다. 그 안에서 윤주 학생이 처음에 생각했던, 꿈꿨던 잔치의 모습이 실현되었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잔치까지 정말 멋지게 해냈습니다.
이제 실습이 한 주 남았습니다.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니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단기사회사업하면서 이웃과 인정을 흠뻑 느끼게 도와주신 주민분들에게 어떻게 감사인사로 잘 마무리하면 좋을지 궁리해보길 바랍니다.
남은 한 주도 윤주 학생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순간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실습이 사회사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더욱 크게 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