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의 마지막 잔치 준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간 일주일은 처음입니다.
벌써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공유부엌에서 식혜를 물에 담가놓고 녹이는 준비,
돗자리와 젓가락 등 필요한 물품을 챙기는 준비도 이제는 익숙합니다.
# 5동 잔치
짐을 챙기던 중 복지관에서 보관하던 방울토마토를 씻어두지 않은 게 떠올랐습니다.
공유부엌에서 방울토마토를 씻어서 챙겨가니 이미 5동 쉼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제가 시간을 잘못 본 건지 다시 확인했지만 잔치 시작까지 30분 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세팅이 다 되어 있었고, 주민분들이 음식을 소분하고 계셨습니다.
앉아 계신 다른 주민분께 여쭤보니 몇몇 사람들은 1시부터 기다리고 있었고,
날이 더우니 바람이 잘 통하는 옆 쉼터로 옮겼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복지관과 더 가까운 5동 쉼터가 그늘도 지고 더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 옆의 쉼터가 바람이 더 잘 통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누군가 모두를 생각하여 의견을 내니 다른 사람도 맞장구를 치며 동의합니다.
함께 할 모두를 생각하는 주민분들의 마음과 지혜가 반짝였습니다.
우리 마을 쉼터잔치는 역시 주민분들로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수박을 반으로 가르니 빨갛고 꽉 찬 속이 나왔고, 모든 사람이 감탄했습니다.
“수박을 아주 잘 골랐네!”
“보기만 해도 달다. 맛있겠어요~”
주민분들의 감탄사에 맞장구치면서 이◯주 님과 홍◯명 님이 열심히 고른 수박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주민들이 서로 두유를 나눠주고 수박을 맛있게 먹는 모습
또순이님과 이◯주 님이 중심에서 음식을 나누고 지휘해 주셨습니다.
그 지휘에 맞춰 주변에 앉아계신 주민분들이 음식을 전달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감자를 준비해 주신 김◯◯자 님은 몸이 아프셔서 잔치가 진행되는 중간에 방문하셨습니다.
감자에 대한 칭찬이 잔치 시작과 동시에 많았는데, 김◯◯자 님께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감자는 김◯◯자 님께서 준비해 주셨어요!”
“날 더운데 감자 깎고 찌느라 고생하셨어요! 너무 맛있다.”
”감자가 제일 먼저 사라졌어! 인기 최고예요~“
김◯◯자 님은 자신이 준비한 감자를 모두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곤
뿌듯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모든 잔치 중 가장 첫 만남을 가진 김◯◯자 님께서는 실습생에게 나눔의 기쁨을 알려주셨습니다.
소박하더라도 함께 나누는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신 분입니다.
잔치 당일인 만큼, 이런 마음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실습생의 마음과 통했는지 김◯◯자 님께서 원래 계획보다 감자를 더 많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더 오래 맛난 감자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난 4번의 잔치에서는 도와주시는 주민분들 사이에서 실습생들이 많이 거들기도 했는데, 이번 5동의 잔치에서는 참여하는 주민이 훨씬 돋보이는 잔치가 되었습니다.
쉼터 세팅과 음식 소분, 주민 맞이까지 5동 주민분들의 활약이 컸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동 주민분들께서도 잔치를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실습생이 뭐라도 더 거들어야 할 것처럼 안절부절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삶에 이 잔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은 금방 동이 났습니다.
벌써 마무리가 되려나 싶던 찰나에 복지관에서 보관하던 지난 잔치의 수박이 떠올랐습니다.
혹시나 마지막 잔치에 부족하면 같이 쓰려고 남겨두었는데, 딱 알맞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윤주 실습생이 서둘러 수박을 가져오니 즐거운 잔치가 이어졌습니다.
시원하게 냉장고에 있던 거라 반을 가르자마자 모두가 냉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시원하고 단 수박을 보니 저절로 손이 갑니다.
함께 시원한 수박을 나눠먹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머지 수박 한 통이 사라지니 이젠 정말 정리를 해야 합니다.
마무리 정리도 일사천리입니다.
음식쓰레기를 담고, 홍◯명 님께서 빌려주신 도마와 칼을 따로 챙겨둡니다.
돗자리를 접고 쓰던 일회용품을 마저 담아놓으니 정리가 금방 끝났습니다.
정리도 주민분들께서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끝내주셨습니다.
저희가 뭐라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주민분들이 떠나고 짐을 챙겨 복귀하려던 찰나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쉼터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는데 5개 잔치가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제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비를 내려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첫댓글 5동에서 잔치가 열린다고 하니 손꼽아서 기다리셨던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잔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쉼터가 북적였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를 하는 이 순간들이 소중합니다.
서로 자주 볼수록,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우리는 친밀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잔치가 주민분들의 일상에서 그때를 떠올리고 추억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구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5동 잔치를 준비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주민분들의 힘과 지혜로 잔치가 즐겁게 이뤄졌습니다. 그 안에서 예비사회사업가로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되셨을 겁니다. 이번 잔치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현장에 나왔을 때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색빛깔 찬란했던 잔치가 5동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영 학생이 주민분들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잘 거들어드린 덕분에 무더웠던 여름 11단지에는 좋은 추억이 또하나 생겼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