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족대와 어죽
강석희
오대천 차운 물줄기에
어설픈 족대부대가 침범했다
발로 쾅꽝 구르고
쇠꼬쟁이로 풀섶을 찌르고
고함으로 혼미하게 하고
어영차 들어 올린 그물 안엔
흙 무더기, 찢긴 잎사귀와
파르르 떠는 은빛 추억들
불어난 세월의 물살에 떠내려갈까
긴 쇠꼬쟁이 하나로 겨우 지탱하는
애처로운 몸에도
간만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피라미, 쉬리 몇 마리를 잡아
어죽의 흉내를 내었는데
꾹저구 한 솥 가득 끓어 나오니
이 무슨 영문인고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고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이 있어
진부의 밤은 실로 아름답다
2. 흰 벽이 되어
–주안교회 성월석 권사님에게-
강석희
칠하고
덧칠하기를 거듭한
인생의 날 수가 꿈결 같다
빗줄기가 얼룩을 뿌리고
날아가던 새가 번지수 잘못짚어
질퍼덕 동도 내질렀건만
사나운 세월을 당황케 한
꼿꼿한 등
당당한 눈매
새하얗게 살고자
흔들리는 나무그림자도
툭 툭 털어내었는데
새벽안개같이 배경으로 스며듦은
주님이 그린 밑그림 위에
주 안의 청년들이 푸른 꿈으로
덧칠하길 바람이던가
그녀의 자투리 삶도
밀려 오가는 노을의 파도 속에서
잔잔히 일렁이리라.
3. 보리밥
강석희
속절없이 먹게 된 보리밥
입에서 돌돌 구르고 까끌해도
씹을수록 혀 사이로 흐르는
달사한 그리움
어릴 적 가마솥엔
흰쌀밥이 듬직하니 가운데 자리 잡고
보리밥 알갱이들이 빙 달라붙어 오글거렸는데
쌀밥은 우짜자고 그리 일찍
세월바람에 날려갔던고
보리밥은 우짜자고 희멀그래
맥없이 불어 텄는고
돌돌 구르고 까끌한 보리밥이
오늘따라 유달리 땡긴다.
4. 시골교회
강석희
한가로운 햇살에
철길 옆 낡은 십자가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왁자지끌 낯선 발자국 소리
사람이 기러워
혹여 온다는 기별에
봄부터 목을 빼고 기다렸다나
지팡이에 기댄 늙은 권사는
주글주글한 입을 헤죽 벌리며
반가움을 쏟아내고
귀한 손 왔다며
수줍게 내미는 찰옥수수엔
사람 사는 맛이 알알이 박혀있다
고운 천사의 찬양이
작은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허투루 담기지 않은
얇은 봉투와 곤드래의
정스런 물물교환
번거로운 걸음이라 여겼는데
천둥 같은 은혜 머금었을 줄
쥐 알았으랴
정선땅 나즈막한 봉우리에 드리운
한 조각 먹구름 떼가
시원한 소낙비를 흩뿌린다.
5. 당뇨
강석희
세상의 달콤함이 에워싸도
다 이겨내리라 믿었다
살이 쭉쭉 빠지기 전까진
세상의 갈망이 휘감아도
버틸 수 있으리라 믿었다
목마름이 밤마다 지분거리기 전까진
엉겨 붙은 지방덩어리만
녹은 줄 알았는데
긴 세월 다진 영적 근육마저
줄줄 흘러내릴 줄이야
정녕 때가 된 것인가
참을 수 없는 달콤함과의
한 판 승부가.
카페 게시글
강석희 시인방
덕향문학 17호 원고 족대와 어죽 외 4편
영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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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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