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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故 박무택씨 | | 산악인은 마지막 순간을 산에서 맞이하기를 꿈꾼다고 한다. 평생을 그리워하며 오르고 올랐던 그 곳.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등정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한다면 그들은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몇 달 전 계명대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에베레스트 등반에서 대장으로 참여한 박무택 씨가 조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같이 등반했던 산악인 오은선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무택 대장(36)의 시신을 그대로 그곳에 놔두고 돌아와야 했던 게 두고두고 가슴 아팠다"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험난한 등정. 박무택씨는 하산 중 해발 8700m 고지에서 설맹(눈에서 반사되는 햇빛으로 각막이나 결막에 염증이 생겨 앞이 안 보이는 현상)으로 인해 캠프까지 내려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끝내 그는 암벽 위 로프에 매달린 채 숨을 거둔다. 그의 시신은 다가갈 수 없는 절벽에 매달려 있기에 아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고, 아직까지 추운 그곳에 하얀 눈으로 뒤덮힌 채 방치되어 있다.
도깨비뉴스 독자 ‘바쁜년’님은 박무택씨의 사연이 언론에 알려진 지난 6월, ‘박무택 씨와의 특별한 사연’을 도깨비뉴스 제보 게시판에 남겨주었다. ‘바쁜년'님은 박무택씨를 참으로 순수한 사람이라 소개하며 글을 시작했다.
“참으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흠이 있다면 좋아하는 술...”
독자 ‘바쁜년’님은 또 “그의 부인은 어린 아들과 함께 한없는 슬픔에 잠겨 있다. 시신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허나. 누가 그를 고국으로 데려올 수 있겠는가. 그 곳에 접근하는 것 그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인데…. 엄홍길 과연 그가 나설 수 있을까.” 라며 박무택씨의 주검을 엄홍길씨가 데려오기를 조심스레 희망하는 글을 남겼다.
다음은 ‘바쁜년’님이 도깨비뉴스 제보게시판에 남겨주신 글 전문이다.
그 주검들을 누가 데려올 것인가.
얼마전 계명대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에베레스트 등반이 있었고 이 기념등반에서 대장으로 참여한 박무택. 그는 정상을 무산소로 정복하고 하산 중 8700고지의 80도 경사벽에서 탈진 상태로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박무택은 함께 등정했던 후배에게 먼저 내려가라고 했다.
"나는 가망이 없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중략 ...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직한 박무택. 참으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흠이 있다면 좋아하는 술...
산악인 엄홍길과 동행했던 등반에서 엄홍길이 스스로 포기한 목숨(발목 중상)을 박무택과 셀파 한명이 그를 무사히 하산 시켰던 의리의 사나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10번가면 1번은 죽을 수도 있다고...
그는 11번째 원정에서 그 하나뿐인 목숨을 에레베스트의 험준한 벽에 걸고야 말았다. 로프에 매달려 주검으로 있다. 해발 8700 고지에...
그의 부인은 어린 아들과 함께 한없는 슬픔에 잠겨 있다. 시신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허나... 누가 그를 고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8700의 고봉에 그것도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매달려 있는 상태인데...
그 곳에 접근하는 것 그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인데...
그를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미국처럼, 일본처럼 자국인을 애지중지하는 대한민국도 아닌 것을 ..
엄홍길 과연 그가 나설 수 있을까.
생전에 그토록 가까웠던 엄홍길과 박무택 이제 한명은 떠났고 한명은 남았다.
무택아... 너를 생각하면 나는 너무 슬프다. 나쁜놈아...
니 놈이 그리도 좋아했던 산... 그 고봉에 너만 그렇게 있으니 그리도 좋으냐. 이 나쁜놈아!!
나중에 만나면 너를 개떡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바쁜년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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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출처 :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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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은 스스로 산이 좋아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그 누구에게도 사사로운 감정이 있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박무택을 좋게 봤던 한 인간이고 그를 아는 인간으로서, 지금에 처해진 현실이 슬프다는 것에서 처음 글을 올렸던 것입니다. 가난한 조국이라서(?) 열악한 산악인들이라서(?) ... 저는 산악인이 아닙니다. 지금은 농업에 충실하며, 양파수확에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게 좋아서 바쁜년(年) 입니다.” 독자 ‘바쁜년’님은 자신의 간략한 소개를 위와 같은 리플로 남겨주기도 했다.
‘바쁜년’님의 글을 산악인 '엄홍길'씨가 보기라도 한 것일까. 며칠 전 엄홍길씨가 박무택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는 기사가 보도 되었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후배의 시신을 차마 그렇게 방치 할 수 없다며, 내년 봄쯤 등반대를 구성해 시신을 수습할 계획이라는 것.
많은 네티즌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릎 쓴 그의 용기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아무쪼록 엄홍길씨를 비롯한 원정대가 아무런 사고 없이 박무택씨를 비롯한 다른 대원의 시신과 함께 무사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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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뉴스 리포터 이팝나무 | |
첫댓글 산악인의 한사람으로써 "바쁜년"님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산악인 고 박무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엄대장 토요일,일요일 김양네 찾아주셨던데 --일요일엔 주위 이웃들과 수락산 다녀왔데요 박사모에도 드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