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13)
#. 세 번째 모임
오전 10시 50분. 세 번째 모임을 했습니다. 30분이나 일찍 온 제후는 저와 함께 안내문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10시 50분쯤 되니 아이들이 조금씩 모입니다. 아이들은 다 오지 않았지만 시간은 정해져있으므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식사팀 팀장인 덕현이가 아이들에게 식사하는데 필요한 준비물을 나누었습니다.
“참치 가져올 수 있는 사람?”
“나!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해?”
“엄마 말로는...작은 캔으로 3개 정도면 충분하다는데.”
“큰 거는?”
“큰 거는 한....2~3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쌀은 누가 가져올 수 있어?”
“쌀 한 명이 가져오긴 힘들지 않을까...각자 싸오자.”
이렇게 해서 요리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모두 나누었습니다. 나서서 모두들 자신이 가져오겠다 했습니다. 한울이는 물을, 정률이는 라면과 음료수를, 종서는 계란 20알을, 민규는 프라이팬을, 다른 친구들은 다른 준비물들을 맡았습니다.
15명 정도 되는 인원이라 음식을 어떻게 다 구해야 할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조금씩 모으니 풍족해집니다.
준비물 회의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격려의 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설명을 하니 모두 이해했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회의 때마다 모이는 6학년 친구들이 정말 귀합니다. 도리어 자신은 왜 더 참여할 수 없었느냐며 속상해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졸업여행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로 열심히 임하는 6학년 친구들이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모두에게 배움, 추억, 감사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뜻 깊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 음식을 나누다 종서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뭐 들고 와요?”
제가 대답하려하니 농활 팀의 사정을 아는 덕현이가 대답을 합니다.
“선생님들 밥이랑 김치밖에 없어.”
선생님들도 함께 가는 사람이라고 배려해주는 덕현이에게 고맙습니다.
#. 아이들과 장보기 (덕현, 종서, 태희, 시연)
아이들이 서로서로 모아 가져오는 것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은 8,000원씩 모은 회비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식사팀 팀장인 덕현이, 회계팀 태희, 그냥 따라가고 싶다는 종서, 시연이와 함께 장을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오후 1시 10분 버스를 타고 판암동 홈 마트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태희가 먼저 자신의 어머님 차를 타고 다녀오자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태희를 따라가니 어머님께서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장을 보러가고, 다시 도서관으로 데려다 주기로 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태희와 종서의 의견대로 이마트로 가서 장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내내 아이들이 들떴습니다. 신나서 졸업여행 이야기를 합니다.
차에서 내려서는 사야 할 준비물 쪽지를 들고, 카트를 끌고 옵니다. 더 이상 장난치지 않고, 진지하게 장을 봅니다.
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코너 앞에서 멈췄습니다. 삼겹살 14인분 정도 필요하다 하니 아주머니께서 알겠다하시고 고기 7근을 재셨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입니다. 모은 회비는 8만원인데, 고기는 1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난감해하던 아이들은 타협해 5근만 사기로 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른 방법을 더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또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장은 오늘 안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안 온 친구들이 내지 못한 회비로 인해 필요한 재료를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인 4명의 친구들이 십시일반 자신의 돈을 보탰습니다. 조금씩 모으니 원래 예산에 딱 맞는 돈이 모였습니다. 보탠 돈은 아직 못 낸 친구들에게 받기로 하고, 여유롭게 장을 보았습니다.
다음은 채소들과 빵, 햄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비교하며 크기가 조금 더 크며, 가격은 저렴하고, 양은 많은 것을 골랐습니다. 그 때 그 때 먹을 음식들을 이미 아이들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요리에 맞는 재료를 사기도 수월했습니다.
다 구매하고,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맨 위층으로 올라가 태희가 태희 어머님을 위한 주차권을 끊고, 박스를 가지고 와 예쁘게 정리하고, 포장합니다.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잘 해냅니다. 처음이라 서투른 것도, 어색한 것도 있지만 결국 다 해냅니다. 이번 6학년 졸업여행을 도우며, 아이들에게 숨겨진 가능성, 역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낍니다.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더욱 귀히 대하게 되었습니다.
준비부터 여행까지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모두 뜻 깊은 배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들이와 만남
오후 3시 30분, 들이, 봄이, 숲이와 들이 아버님을 도서관에서 만났습니다. 졸업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 2주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들이 아버님과 들이에게 안내문을 나눠드렸습니다. 그리고 안내문을 보며 교통편 부탁, 나누어진 담당, 자세한 일정, 들이와 함께 다닐 때 필요한 사항들 등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들이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안내문 속에서 궁금한 것들이나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궁금증을 바로 질문하였습니다.
들이가 다른 아이들이 쓴 것과 같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바랐습니다. 격려의 글도 받고, 마지막 6학년 졸업여행인 만큼 함께 잘 누리길 바랐습니다.
노트북을 두고 들이와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들이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저와 아버님께 질문하며, 스스로 다 써내려갔습니다. 어떤 질문하나 빼는 법 없이 곰곰이 궁리하고 최대한 채워가려 애썼습니다.
들이가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6학년 졸업여행도 함께 잘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