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축구를 지켜라! 조경숙/청어람

[담쟁이]

청어람 숨쉬는 역사 시리즈 중 일곱번째 책 '조선 축구를 지켜라!'가 나왔다.

조경숙 선생님의 작품이다. 오래 전에 '굳게 다짐합니다'를 감명깊게 읽었던지라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이 이야기는 두 줄기의 서사가 맞물려 있다.

하나는 어린 태두가 부모님을 잃고 찾기까지의 과정

또 하나는 축구를 사랑한 태두 이야기다.

태두는 기차역에서 부모님을 놓치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어렵사리 평양역 기차표를 구해

평양역에서 부모님을 기다린다. 그러는 중에 평양에서 식당을 하는 혜정식당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같이 살게 된다.

마음이 따뜻한 아주머니는 태두를 학교에 보내주고,

학교에서 태두는 축구부에 들어가 활약을 하게 된다.

고향 용정에서 축구 스타였던 태두는 평양 학교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실력을 뽐낸다.

그러니까 아주머니 덕분에 학교에도 가고, 하고 싶었던 축구도 하게 된 것이다.

태두는 축구를 하면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키운다.

자기가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면 자기 이름과 얼굴이 신문에 실리게 될 것이고

그것을 본 부모님이 자기를 찾아 올 거라는....

축구에 대한 열기가 한창일 때

경성팀과 평양 팀이 맞붙는 경평전이 열리게 된다.

경평전이란 경성과 평양에서 해마다 번갈아 열리는 대회로

이 대회가 열리면 일제는 바짝 긴장하게 된다.

조선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한 장소로 집결하게 되고

경기가 과열되거나 승패가 결정되면 결렬한 감정을 드러내며

일제에 대한 저항 행위를 하게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에서 축구를 금지하는 축구 통제령을 내리려고 하는데... 이 사실을 미리 안 태두가

재빨리 조만식 선생님께 알린다.

"너희 조선인들은 앞으로 축구를 못 할 거다."

"뭐라고요?"

"그 같잖은 축구, 눈엣가시였는데 아주 잘 되었지. 흐흐흐."

일본 사람들조차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선인들이 축구를 못하게 하다니요?"

"말 그대로일세. 조선놈들 으스대는 꼴 이제 안 봐도 되는 거지."

그러면서 태두를 가리켰다.

"요 어린 놈의 자식도 축구를 자기고 우리에게 큰소리 치지 않나 그러니 아주 잘하는 짓이야. 암, 잘하는 짓이고 말고."

                                                                                                                                            119쪽

조만식 선생님과 최선샌님, 그리고 사무장과 태두와 창수는

천천히 관서 체육대회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동안 조만식 선생님은

경성에 갔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들은 축구 통제령에 대한 정보가 미리 새어나간 것에 당황하고 있엇다고 했다.

 법령으로 만ㄴ들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수습할지 우왕좌왕했고 서로 말을 맞추다가 이긋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선총독부 내부에서조차 처음부터 무리인 법이라고 반대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괜한 벌집만 쑤셔놓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조만식 선생님과 여운형 선생님이 압력을 넣었고

평양을 시작으로 해서 시위가 번지고 있으니 그들은 서둘러 축구 통제령을 없었던 일로 덮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명목이라도 만들어 핑계를 대며 거둘 생각이라고 했다.

조만식 선생님은 태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공이 컸다."

사무장이 웃었다.

"재빨리 우리에게 알려주었으니 진짜 큰 공을 세운 거죠. 태두에게 상이라도 내려야겠는 걸요?"

                                                                                                             183쪽에서 184쪽

축구를 사랑했던 태두의 활약으로 조선축구 통제령이 해지되었고,

이젠 태두는 꿈에도 그리던 부모님도 찾게 된다. 태두의 바람대로 부모님은

신문에서 태두 소식을 본 것이다. 부모님은 태두가 있는 평양으로 가고, 태두 역시 부모님 소식을

접하고 경성으로 가게 된다. 안타깝게도 길이 엇갈리지만, 태두는 다시 평양으로 향한다. 그러는 중에

태두 아버지 김영욱이 독립운동을 돕는 일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용정역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은 체포되었기 때문이란 것도 알게 된다.

이야기는 태두가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평양으로 가는 길에서 끝난다.

물론 그곳에서 부모님을 만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를 사랑한다.

나도 우리 가족도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만사를 제치고 tv 앞으로 집결한다.

결정적인 순간이면 우리 아파트 단지도 들썩들썩한다.

환호성도 아쉬운 외마디 소리도 집집마다 똑같이 터져나온다.

그러면 공연히 더 신나 응원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많은 스포츠 중에서 유난히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축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소박하다는(서민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나?) 생각이 든다.

공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값비싼 가죽공이 없어도 공 비슷한 것만 있어도 경기는 가능하다.

조선 시대, 가난한 소년들이 축구공 대신 차고 놀았던 것은 돼지 오줌보나 아니면 짚으로 엮은 공이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축구를 즐기기에 하나도 손색이 없었으니 사랑받을 만한 스포츠가 아닐 수 없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선수들은 두 편으로 갈라 경기를 하고

관중석도 편을 갈라 응원을 했겠지만...

일제시대 우리끼리 편 갈라 하는 경기는 좀 달랐을 것이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기보다는 한 곳에 모여 한 목소리로 외치는 힘을 보여주기 위한 구실이 아니었을까? 

조선 축구 만세!

이 말이 왜 조선 독립 만세라는 말로 들리는가.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가슴 속에서 몰아치는 외침 같은 것이 들리는 듯 했다.

위기 상황에서 하나로 뭉치는 우리 민족의 힘음 축구로 보여준 작가님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좋은 책 좋은 이야기...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