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어서 음성증상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다른 조현병 환우 중에서도 이런 케이스가 있나 문득 궁금해져서 글을 올려봅니다. 아래에 적은 글은 제가 얼마 전에 쓴 글입니다. 제가 지닌 음성증상에 대한 글인데, 이 글을 보면 저는 일반적인 음성증상하고는 좀 다른 면이 적지 않은 듯 해서요. 그냥 선생님들 견해가 궁금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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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킬 설명...
심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너무 극심해서 스스로 고통을 못 느끼게 감정을 차단한 것이고, 의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음성증상이고, 신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성령 받은 거고, 문화적(영화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커가 된거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조커가 무슨 의미냐 궁금해 할 분이 많아서 부연한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조커 취조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배트맨이 조커를 압도적 피지컬로 육체적으로 두들겨 팰 수는 있었지만 조커에게 심리적으로는 휘둘렸듯이, 배트맨(육체)이 조커(심리=정신=영)를 어찌할 수 없는 상태를 비유한 거다. 나는 이것을 음성령이라 부른다. 정신의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진단되는 음성증상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음성증상은 길거리 노숙자처럼 폐인이 되지만, 나의 음성령은 대외활동 횟수만 꽤 줄을 뿐이지 청소, 위생관리, 업무, 산보(걷기 운동) 등등의 필수적 생활을 상당 수준으로 그대로 해나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음성령 이런 말은 의학계에도, 종교계에도 없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표현이 불교에서 쓰이는 무념무상이다. 이상하게 나는 개신교를 통해서 불교의 스킬을 얻은 셈이다. 이 상태에서 비켜나려면 항정신병 약으로 뇌를 리부팅시키면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된다. 요즘은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약을 잘 안 먹는다. 일반 사람들은 약의 효과를 단순히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는 기초적 수준에서만 아는데, 뇌가 화학적 반응•작용으로 작동하는 것을 다시금 상기한다면 약이 뇌를 리부팅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거다. 나에게 현재 정신과 약은 숙면과 리부팅을 위한 용도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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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한다면, 불안이 거의 동반되지 않는 조증이 가끔씩 올라오는데, 극한까지 참아내다가 그로인해 결국에는 약을 먹지만 아티반 0.5미리 + 리스페리돈 0.5미리 정도만 먹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그런 식으로 2~5번 정도 약을 복용합니다. 평균내면 반년 가까이 일주일에 이런 식으로 3~4번 정도 먹은 듯 합니다. 신체적 통증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조증)도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약을 이리 적게 먹어도 생활이 되더라구요. 재미난 감정 뿐만 아니라 일상의 감정 그리고 고통조차 잘 인지 못 한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슬픔하고 두려움은 강렬할 경우에는 느껴지더라구요) 분명 음성증상은 맞는 듯 한데요. 아, 참고로 제가 약을 줄이게 된 계기가 약이 이제는 위장에 너무 복통을 일으켜서 그렇고, 두번째로는 마음의 중심에 예수가 들어와서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 싶어서 입니다. 아,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한데, 약을 자주 먹으면 연하장애가 생겨서 기침 & 가래가 너무 많아집니다.
* '보통 음성증상은 길거리 노숙자처럼 폐인이 되지만,' - 이 부분은 일반인들에게 음성증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쓴 표현입니다. 이 글은 일반인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거든요. 저도 당사자니까 다른 환우분들의 힘듬을 잘 알고, 폐인처럼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댓글 네~~ 판단하기가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음성증상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정도가 매우 심하지는 않은, 아마도 가벼운 내지는 중등도의 음성증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폐인처럼 된다. 노숙자처럼 된다 하는 건 음성증상의 정도가 매우 심할 때입니다. 가벼운 음성증상은 매사에 귀찮아하고, 하기 싫어하고, 하는 걸로 나타날 듯합니다. DSM-5에서는 음성증상을 5가지로 구분하는데요. 감퇴된 정서표현, 무의욕증, 무언증, 무쾌감증, 무사회증이 그것입니다. 위의 글로 짐작할 때 글쓴이의 경우에는 5가지 음성증상 중에서 감퇴된 정서표현과 무사회증이 가벼운 내지는 중등도 정도의 강도로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본인으로서도 불편하고 부적절하게 느껴진다면 그 부분은 어떻든 해결하려고 방법을 궁리해봐야 할 것이고, 본인 입장에서 달리 불편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걸 굳이 증상이다 할 필요없이 나는 그냥 이렇게 살기로 했어 하고 사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그냥 이 모습으로 살아도 무난하게 하나님 의지하면서 쉽게쉽게 살아갈 수가 있더라구요. 기독교 종말 신앙에 의지하니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주하 네~~ 하나님 의지하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고 있다니 좋네요. 감사한 일입니다. 본인 얘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촛불배정규대구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강의 영상도 늘상 반복 청취하면서 많이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약물복용 방법에 대해서는 제 짐작으로 이틀에 한 번꼴로 복용해오신 듯합니다. 단약에 관한 외국자료들을 읽다보면 '간헐적 약물복용'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단약까지는 아니라도 약을 복용하는 회수를 줄여서 복용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틀에 한 번 먹거나 또는 주말에는 안 먹거나 하는 방식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방식이지만 외국에서는 주치의와 의논하여 간헐적 약물복용을 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그에 대한 연구논문도 종종 발표되고 있습니다. 글쓴이께서 혼자 판단하셔서 그런 방법으로 약물복용을 하고 계신 듯한데, 혹시라도 주치의 선생님께서 개방적이시고, 당사자의 얘기를 잘 귀담아들어주시고, 약에 대해서도 서로 의논하고 협상해주실 줄 아는 분이시라면, 더 바람직하기는 주치의 선생님과 의논하여 간헐적 복용을 하시는게 좋은 방법입니다. 반년 가까이 혼자서 간헐적 복용을 해오셨다면 주치의 선생님께 솔직하게 그 말씀을 드리고 의논을 청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상당수 의사 선생님들이 그런 얘기를 전혀 들으려 하시지 않기 때문에 본인으로서는 주치의 선생님과 그런 의논을 한다는게 상당히 두려우실 듯합니다. 주치의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달린 문제입니다.
의사선생님께는 일주일에 1.5~2.5일치 리스페리돈 먹는다고 알려드리긴 했습니다. 그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노의사분이셔서, 그냥 "약 꾸준히 열심히 먹어야지" 이 정도만 말씀하시네요. 참고로 이번주는 리스페리돈 1미리 1알 , 아티반 0.5미리 4알 먹었습니다. 저도 교수님 영상에서 배운 것이 많아서 약을 덜 (혹은 안) 먹게 되더라도 조현병이 나은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단약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약을 조절하고 싶은 것이네요. 속도 너무 불편하고 약이 완치하게 해주진 못 하니까요. 의사들이 줄이지 못한 약을 하나님이 줄이셨죠. 참 감사합니다.
@주하 네~~ 그러셨군요. 본인의 입장과 상황을 상세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촛불배정규대구 네. 저와 합이 잘 맞는 고마우신 의사 선생님이십니다. 작년에는 연말 크리스마스 카드와 차 선물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도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