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영어 일타 강사인 ‘글로리아쌤’ 이호경 강사의 신문 인터뷰 내용을 옮겨왔습니다. 기사 내용은 중앙일보 플러스판(2024년 9월 19일)에 실린내용입니다. 상, 하 2회에 나누어 싣겠습니다. 이호경 강사는 [대치동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본 글은 저자 이호경 강사의 의견입니다. |
◉ 영재학교? 준비 전 확인하라
글로리아쌤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의 기질과 적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는 탓이다. 그는 “옆집 아이가 황소 다닌다고 따라 보내고,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준비한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Q 왜 모든 아이가 수학에 전력을 다하게 됐을까요?
최상위권에서 의대 선호, 이과 우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대입에서 수학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대입은 아직 먼 얘기예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목표로 KMO를 준비하죠. KMO에 입상하면 주는 가산점은 사라졌지만, 준비 과정에 자연스럽게 고등 수학을 선행학습하고 동시에 심화학습도 할 수 있으니까요.
Q 도전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요?
KMO에서 상을 받거나 영재학교 혹은 과학고에 합격한다면 그렇죠. 수학을 정말 좋아한다면 과정 자체를 즐길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휘문중 한 학년 270명 중 230~240명이 영재학교·과학고 혹은 KMO를 준비하는데 정작 합격자, 수상자는 한 해 10명이 채 되지 않아요. 남중이다 보니 한 반에 체육 특기생 서너 명 빼고는 다 한 번씩 해본다고 하더라고요. 상위권은 최상위권을 보고, 중상위권은 상위권을 보면서 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전국의 영재학교 8개 중 7개 학교의 경쟁률은 5.96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5.86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의대 증원과 맞물려 경쟁률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과학고 20개교 경쟁률은 예년과 같은 3.49대 1을 기록했다. 그는 “영재학교나 과학고는 의대 지원 시 졸업 유예나 장학금 환수 등 페널티가 많아졌기 때문에 고입 때부터 신중하게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Q 떨어진 학생들은 어디로 가나요?
강남구에 있는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휘문고·중동고, 일반고인 단대부고·경기고에 많이 가요. 여학생은 일반고인 숙명여고·진선여고를 많이 택하고요. 제가 학원에서 주로 가르치는 학생들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전국에서 의대나 서울대 합격자 수가 많기로 유명한 학교들이기 때문에 내신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편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전교 1~10등을 다투는 아이들은 오히려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준비하지 않은 학생이 많았어요.
Q 왜 그렇죠?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다들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곧잘 했지만, 수학이나 과학에 있어 천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대요. 사실 의대나 공대를 지망하는 이과형 학생이라면, 초등학교 때는 1~2년 선행학습하는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명문대 진학이 목표라면, 한 학기에서 한 학년 선행이면 되고요. 세 유형 모두 중학교 3학년이면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끝내긴 하지만 선행 속도와 목적이 다른 셈이죠.
Q 천재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휘문고 전교 1등으로 서울대 의대에 간 친구가 알려준 방법이에요. 아이를 초등학교 3학년쯤 도서관이나 서점 과학 코너에 데리고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 앉아서 양자역학이나 미토콘드리아 같은 책을 몇 시간 동안 읽고 다른 책도 뽑아 든다면 천재라고 봐도 된대요. 그 어려운 내용을 이해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대요. 그냥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하는 타입이었다고 하더군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22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글로리아쌤은 “외국어고가 지고 영재학교·과학고가 뜨면서 영어 수업도 주 3회에서 1회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그만큼 시간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수학 올인? 60% 넘기지 마라
글로리아쌤은 “명문대 진학이 목표라면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정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보다 모든 과목을 고루 잘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는 “내신성적이 수학·과학은 1등급이어도 국어·영어가 3등급이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수시모집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며 “특히 서울대는 주요 과목뿐 아니라 음악·미술·체육 등 전 과목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고루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Q 대치동에서는 수시보다 정시로 많이 가지 않나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죠. 학생들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어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어려우니까요. 중동고(58.2%)나 숙명여고(53.5%) 같은 경우는 지난해 졸업생 중 재수생으로 추정되는 기타 비율이 절반을 넘을 정도죠. 하지만 이 친구들이 처음부터 정시 준비를 하는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입학 당시엔 모두 수시를 생각합니다.
Q 언제 생각이 바뀌는 건가요?
고등학교 1학년까진 다들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해요. 1학년이 끝날 때 내신이 3점대로 넘어가면 정시로 돌리죠. 2점대면 2학년 때도 내신을 챙깁니다. 아직 수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3학년 1학기 때까지 1점대 내신 성적을 기록한 학생들은 수시로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요. 수시로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정시를 노리게 됩니다.
Q 내신 1점대는 어느 정도 성적인가요?
현재 내신은 9등급제예요. 대부분 과목이 1등급이고, 1~2과목 정도 2등급이 섞여 있어도 1점대를 받을 수 있어요. 상위 누적 비율로 봤을 때 0~4%가 1등급이고, 4~11%가 2등급이니까요. 그런데 2028학년도부터는 5등급제로 바뀌어요. 0~10%까지가 1등급에 해당해요. 그렇게 되면 한 과목이라도 2등급(10~34%)이 나오면 SKY 진학은 힘들어질 거예요. 지금으로 따지면 3등급(11~23%)이나 4등급(23~40%)에 해당하는 거니까요.
Q 그럼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까요?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과목에 올인하면 안 돼요.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해요. 제가 가르친 최상위권 학생 10명의 학년별·과목별 공부 비중을 살펴봤어요. 일주일에 10시간 공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중·고 12년간 어느 때도 한 과목의 비중이 60%가 넘어간 적은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수학 비중을 60%까지 늘려도 40%는 다른 과목에 투자했어요. 영어·국어·과학을 놓지 않고 가져간 거죠.
Q 영어·국어·과학을 놓지 않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적어도 주 1회는 학원에 다니거나 시간을 따로 빼서 공부한다는 뜻이에요. 월화수목금토일 주 7회 수학만 하지 않는다는 거죠. 더구나 언어는 ‘끝낸다’는 개념이 없는 과목이잖아요.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공부해야 감을 유지할 수 있어요. 영재학교나 과학고 입시를 준비할 때도 다른 과목을 놓지 않아야 해요. 그래야 설령 떨어져도 자사고나 일반고에서 금방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수학만 판 친구들은 적응이 쉽지 않아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 절망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Q 그런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공부법이 있나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특강을 적극 활용하세요. 중3 기말고사는 11월 첫째 주면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겨울방학이 네 달이에요. 변화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제 수업 중에서도 이 시기에 하는 16주짜리 문법 특강이 가장 반응이 좋아요. 과학은 고등학교부터 선택과목이 생기니 어려운 과목이나 단원만 미리 특강을 듣는 것도 좋고요. 물리는 역학, 생명과학은 유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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