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7 00:18:19
오월 여왕이라기 보다
풋내기 신입생처럼 풋풋하고
익지 않아 수줍기만 하다
가정의 달 그리고 무슨무슨 날이라고 해야 할 숙제가 잔뜩 있는 달
그 시절 오월은 내게
참 유별난 달이었다
하루 건너 만큼 기념일이라
바쁘기가 짝이 없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시아버님 생신 가장의 생신
큰아이 작은아이 생일도 있다
달력 오월은 땡땡이 무늬가
가득 그려지고
화사한 계절에 걸맞게 내내 잔치였다
기념 선물 준비하고 축하하다
오월은 허둥지둥 바삐 지나갔다
그래서 숙제 많은 오월이 오면 슬며시 겁이 났다
이제는 많던 숙제가
하나 하나 줄어들고 있다
어린이날은 넘치는 부모 사랑
보여준다고 갖은 이벤트로 애썼다
스승의 날은 아이 대신 선생님 은혜 감사해야 해서
고심 끝에 고른 선물에 촌지를 끼워서 바치는 행사를 했었다
지금은 떠나신 아버님 생신날이면 몸소 효를 실천해 시댁에 내려가는 차를 타야했고
마땅한 선물 마련에 골몰했었다
덕분에 생활비가 두배로 더 드는 달이기도 했다
분주한 오월였지만 그럭저럭 보낸 뒤
이제는 양쪽 어머님 어버이날 챙겨 드리고
몰려있는 우리집 세식구 생일 기념해주면 된다
강 가를 느긋하게 거니는 한가로운 요즈음
이제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지겠지만 그것 해 나가는 것이 사는거라 생각하며
그나마 홀가분한 지금이라 위안해 본다
쏟아지는 맑은 오월의 햇살은 그런 나를 어딘가로 쏘다니라 부추기는 것 같다